◆ 봄에 필요한 영양을 더하다
환병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에 '환병은 3월에 떡집에서 오색의 둥근 떡을 만드는데, 송피(松皮: 소나무 속껍질)와 청호(靑蒿: 제비쑥)를 섞어서 만들며 큰 것은 마제병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멥쌀에 쑥을 넣어 비취색을 내기도 하고, 송기를 섞어서 붉은색을 내기도 한다. 삼월 삼짇날의 쑥은 맛있고 약 기운이 높으며 향긋하기 때문에 즐겨 찾는 시식(時食)이기도 했다. 멥쌀가루에 어린 쑥을 섞으면 고운 색을 띠고 질감이 쫄깃쫄깃해질 뿐만 아니라 영양도 뛰어나다. 쑥에 있는 다량의 무기질과 비타민으로 겨우내 부족한 영양소를 보완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조리시간 50min(팥 불리는 시간 제외) | 재료분량 25개~30개(직경 2~3cm 크기) | 난이도 상
재료 멥쌀가루 300g, 치자 1개, 쑥가루 3작은술, 물·소금 약간씩
팥소 팥 200g, 설탕 110g, 흑설탕 40g, 소금·계핏가루 약간씩
1 팥은 하루 전날 넉넉한 물에 담가 불린 후 냄비에 넣고 팥이 잠길 만큼 물을 부어 끓으면 첫 물을 버리고 다시 팥의 2배 정도 물을 부어 끓인다. 팥물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졸아들면 약한 불로 줄이고 설탕과 흑설탕을 넣어 볶아 고슬고슬한 팥소를 만든 다음 소금과 계핏가루로 맛을 낸다. 2 쌀은 충분하게 불린 다음 방앗간에서 빻거나 집에서 분쇄기로 곱게 갈아 체에 내린다. 3 치자를 뜨거운 물에 넣어 우린다. 4 쌀가루를 3등분한 다음 각각 물, 치자물 3큰술, 쑥가루를 넣고 반죽한다. 이때 소금을 약간 넣어 간한 따끈한 물로 익반죽한다. 5 세 가지 색(흰색, 노란색, 쑥색)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빚은 뒤 팥소를 조금 넣고 손끝으로 아물려 동그랗게 반죽해 모양을 만든다. 김이 충분하게 오른 찜기에 넣고 20분 정도 찐다.
◆ 춘절시식을 봄 향기 가득한 상을 차리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춘절시식을 즐겼는데 손님을 맞이할 때나 특별한 상차림에 도미면, 수란, 두릅강회 등은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초봄이 제철인 신선한 도미를 사다가 도미전을 부쳐 버섯류, 소면과 여러 가지 고명을 함께 넣고 끓인 도미면은 호화로운 궁중음식으로 기예가 출중한 일류 기생의 춤과 노래보다 낫다는 의미에서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 불리기도 했다. 수란은 끓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1~2방울 넣고 참기름을 바른 국자에 달걀을 넣어 익혀 초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수란은 달걀의 응고성을 이용한 것으로 고(古) 조리서에 나오는 몇 종류 되지 않는 달걀요리 중 하나이며, 달걀이 귀한 옛날에는 손님 초대상이나 잔칫상에 많이 올랐다고 한다.
흰 꽃잎에 노란 꽃술이 달린 망초꽃을 피운 듯한 수란으로 화사함을 더한다. 봄의 미각을 대표하는 채소인 봄동과 두릅은 입맛을 돋우는 식전 음식으로 제격이다. 봄동을 곱게 썰고 우리네 대표적 약념(藥念)인 들기름, 들깨로 양념장을 만들어 서양의 샐러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생채를 올린다. 두릅을 살짝 데쳐 붉은 고추와 함께 쪽파로 돌돌 만 두릅강회로 봄기운이 가득한 상차림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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