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쨍쨍, 시원한 음료 한잔 생각나는 계절이 되었다. 더운 날이면 나는 갖가지 제철 과일로 펀치를 만든다. 펀치를 만들 때 주스 타는 사람, 사이다 타는 사람, 별의별 사람이 다 있지만, 나는 1년 묵은 유자청으로 맛을 낸다. 펀치는 과일 맛과 색이 살아야 하는데 유자청만큼 이를 제대로 살려주는 것도 드물다.
유자청 펀치
재료 유자청 1큰술, 제철 여름 과일·물·얼음 적당량씩
만들기 1 과일은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하고, 유자청은 콩콩 빻은 후 망에 거른다.
2 물과 얼음을 유자청에 섞은 다음 과일과 함께 유리그릇에 담아낸다.
별의별 식재료가 다 있는 우리 집에서 볼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튀김기름과 설탕이다. 설탕은 그 자체로 먹지 않는 대신 제철 과일을 이용해 청을 만들거나 발효를 시켜 효소로 만들어두고 쓴다. 특히 지난가을 유리 항아리에 재어둔 유자청은 요맘때 톡톡히 제 몫을 한다. 1년 정도 묵은 유자청은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은근하고 깊은 맛을 내, 여러 음료에 설탕 대신 넣으면 좋다.
유자청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자면, 유자는 소금으로 씻은 다음 뜨거운 물에 얼른 담갔다가 건져서 준비한다. 나는 씨까지 몽땅 쓰는데, 그래야 더 맛있다. 씻어둔 유자에 설탕을 1:1 동량으로 유리 항아리에 담는다. 이때 유자가 공기에 닿지 않도록 설탕 아래에 자작하게 잠기게 두어야 한다. 이 유리 항아리를 장독에 넣고 1년 정도 잊어버리고 있으면 이듬해 여름, 설탕 성분이 거의 없어지고 깊은 단맛만 남은 유자청이 만들어진다.
이 유자청을 콩콩 빻은 후 망에 걸러 받아낸 물에 정수기에서 받은 물과 얼음을 섞어 유리그릇에 담으면 그만. 과일 바구니 선물이 들어왔을 때 종류별로 과일을 깍둑썰기한 다음 펀치를 만들면 그야말로 만들기도 쉽고 먹는 사람들도 설탕으로 타주는 펀치보다 맛있다며 좋아한다. 그리고 이때 남은 유자청 건더기는 샐러드 드레싱으로 활용하면 좋다.
당장 유자청을 구할 수 없어 아쉬운 이를 위해 한 가지 방법을 더 알려주면, 여름 매실로 즉석 음료를 만드는 것이다. 매실이 한창인 요즘, 물오른 청매실을 구해다 집 안에 며칠 동안 두면 파랗던 매실이 살구처럼 노랗게 익는다. 이를 얼음과 함께 간 다음 와인을 약간 넣으면 상큼한 매실 향이 하루 종일 입안에 남는 개운한 음료가 완성된다. 매실이 익는 동안 집 안이 매실 향으로 가득 차는 건 덤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