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냉국>
차가운 겨울바람 소리와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메밀묵 사려~, 찹쌀떡~~!" 낭낭한 목소리도 아닌 투박한 목소리도 아닌 것이 한 겨울밤의 적막감을 몰아낼때, 후다닥 외투를 걸치고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긴 외투차림에 여동생이 만들어준 것 같은 긴 목도리를 두르고 나무판으로 짠 네모 상자를 어깨에 걸쳐대고 불빛이 보이는 집을 향해 연신 목청을 높이는 형님 같은 사내... 나무판으로 만든 상자 안에서 건네준 메밀묵 한 모와 찹쌀떡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달려와 메밀묵을 썰어서 참기름을 곁들인 간장에 찍어먹고, 새콤하게 숙성된 김장김치를 얹어서 야참으로 즐겼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20여년 전의 기억이 되었네요. 지금이야 24시간 멋진 음식들이 즐비하게 준비된 세상이지만 20여년 전의 겨울밤 야식은 단촐했고 그 단촐함 속에 느껴지는 한 입 가득 풍요로움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강원도 봉평에서 온 메밀묵. 봉평 영농조합에서 만든 메밀묵을 택배로 받았습니다.
작은 정성을 보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봅니다.
도토리묵과 메밀묵의 비교사진입니다.
냉국을 만들때는 메밀묵을 국수처럼 먹을 수 있도록 가늘고 길게 채썹니다.
냉국의 육수는 동치미 국물을 사용하셔도 좋고. 멸치 국물을 차게 식혀서 양념해 드셔도 좋습니다.
칼스버그는 한 식품회사의 동치미맛 냉면육수로 준비했습니다.
차가운 겨울, 냉면 육수를 구하기 위해 마트를 몇 군데 돌아다녀야 했지요.
김은 달구어진 팬에 살짝 구워서 가늘게 잘라 준비합니다.
오이도 채를 썰어서 준비합니다.
김치는 숙성된 김장 김치를 준비해서 속을 털어내고 물에 살짝 헹구어 물기를 짠 다음
송송 썰어서 통깨를 넣고 버무려줍니다.
그릇에 채썬 메밀묵을 담고 김치. 오이. 김을 올린 다음 육수를 붓고 얼음과 함께 식초와 겨자를 가미하면
시원한 메밀묵냉국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재료 : 메밀묵 1모. 김치 50g (약 5스푼). 오이 ½개. 김 ½장. 통깨 1티스푼. 식초 약간. 연겨자 약간.
육수 : 냉면 육수(기성품) 2봉.
완성된 메밀묵냉국
지금은 겨울의 끝자락인 2월입니다. 어느 시인은 겨울중 2월이 가장 춥다고 했지요.
기승을 부렸던 동장군도 설날이 지난 시점부터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듯 합니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빙하기 같은 혹독한 추위로 우리들의 주위를 에워싼 듯 합니다.
차가운 겨울의 계절에 음미해 볼 음식이 바로 메밀묵냉국입니다.
미식가라 자칭하면서 겨울에 메밀묵 하나 못 드셨다면 이미 미식가에서 멀어져 있습니다.
특히나 메밀묵냉국은 멸치 국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냉면 육수를 이용한다면 보다 더 멋진 맛에
놀라시게 될 것입니다.
긴 겨울밤 출출함에 굴복을 하신다면 필히 메밀묵냉국을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메밀은 성질이 찬 곡식입니다. 추운 겨울에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또다른 의미가 있지요 차가운 겨울이지만 두꺼운 옷과 이불 그리고 방안의 따뜻한 열기로 인한 체내의 답답한 열기를 계절에 맞게 조절해 주는 것이 메밀입니다. 추운 겨울 살얼음이 낀 동치미 국물에 냉면을 즐기는 이북의 풍습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냉면은 메밀로 만들었구요.
또한 메밀묵은 도깨비가 좋아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깨비에게 바치는 중요한 제물이 메밀묵이라 합니다.
메밀에는 심장에 좋은 성분인 ‘루틴’이 있는데, 이 루틴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넣으면 물에 녹아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메밀국수, 메밀냉면, 메밀묵등 메밀을 물에 넣어서 먹는 경우는 꼭 국물까지 함께 먹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메밀묵무침>
재료 : 메밀묵 1모. 쑥갓 50g. 오이 ½개. 붉은 고추 1개.
양념장 : 간장 6스푼. 물 3스푼. 설탕. 식초. 고추가루. 깨소금. 다진 파. 갈은 배 1스푼씩. 참기름 ½스푼.
세찬 겨울바람이 불어대는 엄동설한의 긴 겨울밤... 야참이 궁했던 옛시절에 우리네의 선인들은 멋진 재료를 이용한 (고구마. 동치미. 나물밥. 묵무침...) 신토불이 야참으로 출출한 겨울밤을 달랬었지요. 그 시절에 칼로리 계산을 했을리 없겠지만 찹쌀떡과 메밀묵은 밤참으로 제격입니다. 찹쌀떡은 소화도 잘 되고 메밀묵은 열량이 낮기 때문에 깊어가는 겨울밤에 즐기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듯 합니다. 특히나 다이어트를 행하시는 분들에게 더 인기가 좋은 묵....건강과 여유를 함께 즐겼던 옛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좋은 예시를 선물한 것은 아닌지... 지금도 가끔 메밀묵 사려~, 찹쌀떡~~!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 정겨웠던 소리들은 차츰 사라져가지만 긴 겨울밤의 출출함을 달래주는 메밀묵은 여전히 우리들 곁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