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난 일요일이다. 새벽 세시쯤 잠 든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12시 반..헉.. 알람소리도 못 듣고 기절하듯이 잔 모양이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져서 밥을 해볼까 하고 쌀봉지를 열었는데...또 한 번 '헉'이다. 쌀에 마늘이라도 좀 넣어둘걸- 2컵 남짓 남아있던 쌀엔 습한 여름이라 그런지 벌레가 나있었다.
실은 전기압력밥솥이 고장났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고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몇 주가 지나가버렸고, 그 몇 주 동안 냄비밥도 하루이틀이라, 퇴근하고 돌아오면 귀찮아서 밥짓기는 어느새 안드로메다별로 이사가버렸던 것이다.
암만 다시마에 청주, 식용유 넣고 밥을 지어도 그리 좋아질 것 같지 않은 상태의 쌀.. 밥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고 책에까지 써냈으면서 또 쌀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나.... 반성하며 이 쌀을 어떡하나 하다가 일단 밥을 지어 볶음밥을 만들기로 했다.
아빠가 가져다주신 쌀을 버리지 않고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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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달걀 볶음밥~ (1인분)
재료 밥 1공기(약 200g), 대파 1대, 소금, 식용유 2큰술+@, 굴소스 달걀물 : 달걀 2개, 소금2꼬집, 청주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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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걀은 미리 스크램블하여 밥과 엉기지 않도록 합니다~
+ 볶음밥엔 파기름! 파기름이 들어가야 볶음밥 특유의 맛이 나요. 파기름은 파와 양파에 기름을 붓고 갈색이 되도록 끓여 만드는데요~ 만들기 번거로울 경우, 오늘 제시해드리는대로 잘게 썬 파를 약한 불에 볶다가 나머지 과정을 진행하시면 돼요.^^
+ 볶음밥은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지 않습니다. 2인분을 넘기지 말아주세요. 중국집 볶음밥의 포인트는 강한 불에서 볶아 불맛이 난다는 점일텐데요, 가정에서는 주방환경상 그렇게 강한 불을 쓸 수가 없어요. 대신, 조금이나마 근접한 맛을 내려면 팬에 적은 재료를 넣고 빨리빨리 볶아줍니다. 불에 닿는 면적이 자주, 많아지겠죠~
+ 소금 1꼬집은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집은 상태를 말합니다~ 약 0.2g의 양으로, 달걀 1개에 1꼬집을 넣으면 간이 딱 맞아요.ㅎㅎ
+ 밥이 차가우면 볶을 때 흩어지지 않아 밥알이 뭉개지거나 다른 재료가 타버릴 수 있어요. 차가운 밥은 미지근하게 데워서~ 너무 뜨거운 밥은 한 김 나가도록 식혀서 씁니다~
달걀은 풀어서 소금, 후춧가루, 청주 넣고 섞어 준비~ 대파는 잘게 썬다. 사진엔 없지만 밥이 차다면 미지근한 상태로 데워 놓는다.
달군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불을 약하게 한 다음 달걀물을 부은 후~ 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어가며 스크램블한다. (사진은 달걀 4개로 만든거라 양이 좀 많아요-)
스크램블을 한 족에 꺼내두고~ 팬을 깨끗이 한 후에 다시 식용유 1큰술을 두른 다음 약한 불에서 대파를 볶는다. 파 냄새가 솔솔 진하게 올라오고, 파가 노곤노곤하게 될 때까지~
불을 세게 올리고 밥을 넣고, 식용유 몇 방울을 흩뿌린 후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가르듯이 볶는다. 소금 가끔 솔솔 뿌리기...
스크램블된 달걀을 넣고 가볍게 볶다가 굴소스로 입맛에 맞게 간하여 완성...
포인트로 흑임자깨를 올려봤다.ㅎㅎ
동네 중국집보다 몇 배 맛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파 향기가 물씬~ 고슬고슬 고소한 달걀 볶음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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