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밥을 해먹는다는 건 계절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시절이 좋아(?) 사시사철 아무 식재료나 먹을 수 있다지만, 집앞 조그만 마트에만 가도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은- 봄이면 봄나물과 딸기, 여름이면 감자나 애호박같은 여름채소와 수박... 또 월마다 살구며 청포도, 토마토 등 등..그 계절에 나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제철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둘째 치더라도, '저렴하기' 때문에 계절식재료를 찾게 되고 몇 년을 반복하다보니 이젠 반대로 장바구니에서 계절이 보인다.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영 입맛도 없고 자꾸만 물만 찾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에는 집에 미지근한 물처럼 엎질러져 뒹굴기만 하다가 저녁 늦게야 장을 보러 나섰다. 제각각 모양 둥근 애호박 세 개에 천 원.. 삐뚤빼뚤한 가지 일곱 개에 천 원.. 못나도 맛 좋을 녀석들-여름은 여름인가보다. 이천 원에 애호박과 가지 잔뜩 사서 들어오는 길이 마냥 덥지만은 않았다.
나무 한 번 쳐다보기도 벅찬 세상에 풋풋한 모양의 계절을 만난다는건- 어쩌면 장바구니를 드는 사람만의 특권일 수도 있겠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름 반찬 애호박무침~
재료 둥근애호박 1개(꼭지 떼고 400g), 식용유 약간, 참깨 1/2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여분의 식초와 간장, 설탕 양념장 : 간장 2큰술, 고춧가루 2작은술, 설탕 1/2큰술, 식초 1큰술, 다진마늘 1/2작은술, 다진 대파 1/2큰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고춧가루의 양은 기호에 맞게 가감합니다. 전 1큰술 넣어 매콤하게 만들었어요-
+ 양념장부터 섞은 후, 구운 애호박에 버무리면 양념의 비율이 고루 맞아요. 다 무친 후에 혹시라도 모자라는 간은 식초와 간장, 설탕을 넣어 최종적으로 맞추고~ 마지막에 참깨와 참기름을 넣어 마무리합니다. 미리 참기름을 넣으면 나중에 간을 맞추는 재료가 배어들기 힘들거든요...
+ 팬에 기름은 지글지글한 정도가 아니라 달걀말이 만들 때처럼 얇게 코팅된 상태에요~
먼저 둥근 애호박은 1/4등분하여 납작납작 썰기...길다란 애호박이라면 그냥 동글동글 납작하게 썰어 준비~ 달군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키친타월로 슬쩍 닦아낸 후에, 애호박을 올려 노릇하게 굽는다.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잘 구워진 애호박을 양념장에 버무리고, 모자라는 간을 더한 후에 참기름+참깨로 마무리~
달작지근하고 산뜻한 맛이 좋은 애호박무침 완성...^^
갓 무쳐서 먹어도 좋고, 냉장고에 두었다가 차가운 상태로 먹어도 나름의 맛이 있는 반찬~
그리고 이건, 며칠 전에 산 국산 청포도..내 하루치 밥값보다 더 비싸다.. 너무 비싸서 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는데, '내고장 7월에 알알이 익어간다는' 7월 청포도는 어쩐지 로망이라 한 번 쯤 사보고 싶었다. 마침 밖에서 너무너무너무 고생을 했던 날이라 내게 포상을 좀 하자는 의미도 있었고... 맛은? 시다. 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