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김치 냉장고가 없을 때 우리집 김치 보관소는 옥상 올라가는 계단 아래 있는 장독이었다.
매년 겨울에 김치를 담그고 나면 큰 장독 안에서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가을이 지나도록
김치가 숙성이 되었다.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땅에 묻은 것 처럼 3년이 지나도 김치가 시어지지 않는데
그땐 9월 정도 부터 김치가 조금씩 시어지기 시작해 그 해 김치 담글 때가 오면
상당히 시었던 것 같다.
그 시어가는 김치로 어머니께서 자주 만들었던 요리가 있었다.
그것은 김치 볶음. 하얀 설탕 솔솔 뿌려서 볶은 김치는 차게 해서 먹으면 무척이나 맛이 좋았다.
갓해서 따끈한 하얀 쌀밥 위에 차가운 볶음 김치 한조각 올려 먹으면 다른 반찬이 전혀 필요치 않았다.
달착지근하면서도 시큼하고 입 안에 감기는 감칠 맛은 나를 매료시켰었다.
하지만 김치냉장고가 생기고 나서 부턴 신 김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김치 볶음을 만들지 않았다.
김치 볶음은 신김치로 만들어야 제 맛이니까.
그러던 것이 자취를 하면서 일반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김치가 시어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김치 볶음을 만들어 보았다.
갓한 쌀밥 위에 참기름 몇 방울 톡톡 떨어뜨리고 볶음 김치를 올려 먹는 맛이란!
이것 하나만 있어도 밥 한공기 아니, 두공기 뚝딱! 할 것 같다.
[가난한 자취생의 만찬, 하얀 쌀밥의 든든한 친구 볶음 김치] by 미상유
<재료>
김치 한 포기, 식용유 3큰술, 고추 1개, 설탕 1큰술
<가난한 자취생의 만찬, 하얀 쌀밥의 든든한 친구 볶음 김치 만드는 법>
1. 잘 익은 김치 한 포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주세요.
2. 식용유를 두른 팬에 중불에서 김치와 고추를 넣고 잘 볶아주세요.
3. 김치가 주황색을 띄면 설탕을 넣고 마저 볶아주세요.
4. 김치의 숨이 죽고 짙은 주황색이 되면 완성입니다.
Tip. 취향에 따라 참치나 돼지고기, 소고기를 넣고 함께 볶아 주어도 좋습니다.
[한 줄 레시피 One Line Recipe]
- 식용유를 두른 팬에 김치와 고추를 넣고 볶다 설탕을 넣고 마저 볶으면 완성!
더 많은 가난한 자취생의 만찬은 검색창에 "미상유"를 치세요.
저는 볶음김치만 있으면 밥 한공기 뚝딱! 할 수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반찬이 있으면 밥 한공기 맛있게 뚝딱! 할 수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