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여름 김치인 열무김치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홍고추를 거칠게 갈아 넣고 자박하게 담근 열무김치도 좋지만 국물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물을 넉넉히 잡아 즐긴다. 새큼하게 익어 맛이 들면 국수 한 줌을 포르르 삶아 열무물김치 건더기와 국물을 부어 말아낸다.
개운하고 담백하여 더위로 지친 입맛도 붙들고 한 끼 식사로 완결되니 이 얼마나 오진가. 이는 밭일 끝에 속도감 있는 한 끼를 차리고자 할 때에도 제격이다. 노동 끝에는 적당히 매콤한 음식이 피로감을 잊게 한다. 국수 한 그릇도 마당 식탁에 두고 들에서 걷어온 꽃을 곁에 두고 먹으면 이처럼 호사스럽다.
재료
열무김치·국수 적당량씩, 매실청·채 썬 오이 약간씩, 수박 또는 참외 1조각
만들기
열무는 뿌리와 겉잎만 다듬어 썰지 않고 길이대로 소금에 절인다. 연한 오이도 길게 칼집을 넣어 야들야들 휘어질 정도로 절인다. 그러고는 감자를 갈아 묽게 쑤는데 일반적으로는 찹쌀풀물을 쓴다. 감자풀물은 김치가 빨리 시어버리는 것을 늦춰주어 여름 김치에 잘 어울린다.
홍고추는 씨째로 거칠게 갈고 파는 얇게 썰어 준비한다. 윤기 나는 햇마늘을 콩콩 찧어 식힌 감자풀물에 갈아둔 물고추와 파를 함께 넣어 섞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씻어서 건진 열무와 오이에 김칫국물을 자박하게 붓고 밑간이 들도록 한나절 정도 상온에 둔다. 여기에 국수를 쫄깃하게 삶아 열무와 오이, 김칫국물을 붓고 참외나 수박 한 조각을 곁들여 올린다.
양은숙은_
매거진과 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15년 차 푸드 스타일리스트.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시골로 살림을 옮긴 후, 최근 철 따라 살아가는 즐거움을 담은 책 『들살림 월령가』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