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설레임이 있어요.
어렸을적엔 소풍이나 운동회날 말고는 자주 해먹는 음식은 아니였잖아요.
소풍 전 날의 설레임엔 분명히 김밥도 있었거든요.
눈으로도 홀리고 맛으로도 홀리는 봄꽃으로 둔갑한 여우 김밥 이에요.
얼마전 완전 좋아하는 블친 조범님의 남해 맛집 교리김밥을 보자마자
아..저 김밥 당장 만들고 싶다!!
그래서 오랜만에 김밥을 말았던 거죠.
사실 교리김밥을 먹어보질 않았으니 흉내를 낼 수가 없지요.
그냥 눈에 보이는 특성만 따라 하는거나 다름 없는거죠.
조미료 맛이 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조미료가 들어갈 이유가 없는 집 김밥이죠..
김밥 재료 다 준비하고 밥 올려 놓고 신짱과 통화 하기.
- 언니 뭐해?
- 교리김밥 싸려고.
- 그게 뭐야?
- 몰라 조범님 방에서 봤는데 맛있겠어서.
- 아.. 나두 넘 먹고 싶다.
- 싸 먹어라..
- 어머!! 어떡해........
- 언니 왜???
- 김밥 김을 안사왔어..ㅠㅠ
- 언닌 왜그래??
- 시끄럿!!!!!
그냥 집 김을 살짝 구워서 쌌어요.
빵꾸도 뽕뽕 난 김이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밉진 않죠?
그러고 보니..
1월1일날 신부님께 새배하고 받아 온 김이었는데........
얼마전 떠나신 신부님 생각에 잠시..
좋은 곳에서 바라보고 계시겠죠 우리 삼촌 신부님........
김밥은 여전히 어려워요.
어떤 분들은 그게 일이냐고 하는데 나에겐 엄청난 일..
한번 김밥 싸고 나면 아주 진 빠져요..
모양도 이쁘게 만들지도 몰라요. 옆구리 팍팍 안 터진 게 다행이죠..
만들어 놓고 나니 어쩜 요래 봄 같은 걸까요.
노오란 개나리.. 분홍빛 진달래..
분명 여우가 둔갑하여 홀리고 있는거에요.
눈으로도 홀리고 맛으로도 홀리고..
설레임이 있는 김밥.
김밥 싼다고 하면 여전히 좋아하는 여보야랑 맛있게 먹고 다음날 도시락도 싸주고.
주말.. 날씨 좋으면 김밥 싸서 나들이 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