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참,, 얼빠진 며느리 같으니라고..
고깐 냄새에 그리 맘이 약해질 정도라면 애초에 집구석은 왜 나가나..
나는 쭉 그런생각을 할 정도로 가을전어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그런데 만약..
된장에 구수하게 끓인 아욱죽 냄새가 솔솔 내 후각을 어지럽힌다면 나도 어쩌면.. 나온 집을 도로 들어갈지도 모를일이다.^^
가을 아욱.
아욱과의 두해살이 풀에 지나지 않는 아욱이 내겐 1등급 한우와도 비교되지 않을만큼 매력덩어리다.
서리가 내리기 전의 아욱은 맛이 유난히 좋다.
가을 아욱은 마누라를 내쫓고 몰래 먹는다고 하니 전어와 겨루어도 박빙이 될 듯 싶다.
된장, 마른새우와 매우 궁합이 잘 맞는 아욱국.
오늘은 마른새우 대신, 올갱이(다슬기)와 궁합을 맞추어 본다.
어쩌면 마른새우의 구수함 보다도 간을 보호 해준다는 명목아래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지도 모를 다슬기.
맛 또한 좋다.
아니 맛을 떠나서라도,, 구하기도 쉽지 않은 국내산 다슬기를 사용 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와 남편의 간은 아기의 간 처럼 맑고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 하고도 남는다.
마치 새 간을 얻은 듯한 허황스런 착각까지 해가며..ㅎㅎ
어쨌든.. 마누라 내쫓고 몰래 먹는다는 가을 아욱과 다슬기로 미리미리 겨울나기 몸보신을 해본다.^^
시골유랑 좋아하는 지인으로부터 뜻하지않게 종종 재미있는 선물을 받곤한다.
이번에는 다슬기와 더불어 무려 60cm 되는 가물치를 들고와서 나를 기절 직전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가물치 보고 놀란가슴 올갱이 보고 너무 좋아 기절할 뻔 했다는 이야기.^^
올갱이를 된장물에 푹 삶아 낼름낼름 까먹고 국거리 조금 남겨두었다가 천상궁합 아욱국을 끓여본다.
간단 레시피.
올갱이는 반나절정도 찬물에 담궈두었다가 삶아서 속살을 빼내면 된다.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국 끓이는데 쓴다.
다른 양념을 일체 하지 않는것이 담백하게 맛있다. 집된장과 쌀뜬물, 다슬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집된장 1큰술을 쌀뜬물에 풀어주고 어슷어슷 막 썬 무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한번 삶아 풀냄새를 없앤 아욱과 다슬기 살을 넣고 한번 더 후루룩 끓이다가 파와 다진마늘을 넣는다.
다슬기와 올갱이는 같은말.
우리 외갓집에서는 올갱이라고 부르는데 다른지방은 고딩 고디 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우리집은 바로 먹기전에 매운고추 다진 것을 넣어 먹는다.
칼칼함이 그만이다.
구수한 된장 아욱국만으로도 벅찬데 말이지,,
두말하면 입 아플 건강식품 올갱이를 듬뿍 건져먹노라면 내 체력은 격투기 선수 효도르도 때려 눕힐 기세가 되는냥...^^
그러고보면 나는 참.. 약장수에게도 잘 속는 노인네 같다..ㅎㅎㅎ
입이 좀 아프더라도..^^;
올갱이는 많이 알려진대로 간 기능에 탁월하다.
숙취해소 해장국으로도 북어국 만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시중에 다슬기 해장국은 안타깝지만 70%가 중국산 다슬기라고 한다.
단백질과 철분 함량도 풍부하여 다이어트 및 철분이 많이 필요한 여성들에게도 보약같은 존재다.
계절에 별미라 하면 되도록 놓치지 않고 먹는것이 좋다.
사철 못 먹는 음식이 없는 세상이라지만 대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받은 제철 음식에 비할수가 없음이다.
맛이나 영양면에서도 탁월하기에 제철 음식을 더 챙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아욱은 양기또한 보충하는 풀이라고 하니 가을 타는 남자들에겐 굳이 먹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ㅎㅎㅎ
나는 올갱이를 기억하기를..
터미널이라 불리는 곳도 아닌 시골의 '차부'라는 곳을 빠져 나오면 복잡한 길거리 한모퉁이에서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연탄불에 올린 번데기니 옥수수니 하는 것들과 함께 올갱이를 팔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아마도 신문지 같은 것을 소라 모양으로 접어 올갱이를 테이크 아웃(?) 했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바늘인지 옷핀인지 하는 물건으로 똥까지 쏙쏙 빼먹던 기억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