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냉국 살얼음 낀 동치미 국물, 겨울의 맛이죠. 동치미와 함께 먹는 찐 고구마와 팥죽. 생각만 해도 따뜻한 아랫목에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던 시절의 겨울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듯 음식이란 기억만으로 행복하게도 배부르게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요즈음이야 이불 쓰고 덜덜 떨면서 먹을 필요 없을 테니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국수나 굴을 말아보면 어떨까요?
굴은 알이 자잘하고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 것으로 고르세요. 그런 굴이 훨씬 맛있어요. 그리고 엷은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으면서 껍데기를 잘 골라내고 체에 건져 물기가 빠지도록 둡니다. 배는 씨 부분은 잘라내고 숟가락으로 살만 삭삭 긁으세요. 아기들 과일 먹일 때처럼 말이죠. 그리고 쪽파는 2cm 길이로 썹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큰 그릇에 퍼 담고 고추냉이를 넣어 고루 섞으세요. 고추냉이를 살짝 풀면 굴의 비린내를 감해 줍니다. 여기에 굴, 배, 쪽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그릇에 담고 무순을 올려 냅니다.
슬며시 배가 고파지는 시간에 “메밀무욱~ 사아려~” 하며 들리는 외침은 발길을 확 잡아끌기보다는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춥고 어두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여서 그런지…. 그래서인지 살까 말까 갈등하는 사이에 소리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버리고 뒤늦게 후회해 본 경험, 아마 다들 있을 겁니다.
| 재료ㅣ
도토리묵(또는 메밀묵) 600g, 배추김치 200g, 닭 육수 5컵,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소금 적당량씩, 참기름 1작은술, 김 적당량
| 만드는법ㅣ
묵은 우선 0.5cm 두께로 납작납작하게 썰어 굵직하게 채를 써세요. 묵이 칼에 자꾸 달라붙는다 싶으면 칼에 물을 한번씩 묻히면 도움이 됩니다. 김치는 속을 털고 배추 결과 반대 방향으로 굵직하게 채썰고, 김은 구워서 부숩니다. 닭 육수를 냄비에 담고 끓여서 파, 마늘, 국간장, 소금, 참기름을 넣어 양념하여 그릇에 푼 후 채썬 묵을 담고 김치와 김을 올리세요. 닭 육수 대신 멸치 국물을 써도 좋습니다. 국물은 흥건하지 않게 자작자작한 정도면 되고, 숟가락으로 푹푹 떠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더 든든한 게 좋으면 노란 기장을 섞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말거나 곁들여 보세요.
대파볶음과 두부 대파의 하얗고 단단한 줄기 부분은 단맛이 많아 별다른 양념 없이 간단히 볶기만 해도 맛이 괜찮은데요, 파들파들하고 따뜻한 두부를 함께 내면 아주 잘 어울린답니다. 여기에 따끈하게 데운 청주 한잔까지 곁들이면 더욱 훈훈한 밤이 되겠지요. 여름밤엔 시원하게 목을 쓸어내리는 맥주, 겨울밤엔 한 모금으로도 몸을 데워주는 따끈한 청주!
대파는 4cm 길이로 썰고, 풋고추는 동글게 썹니다. 두부는 큼직하게 6등분 정도로 자릅니다. 냄비에 다시마 국물 재료를 담아 불에 올립니다. 팬을 달궈 식용유와 참기름을 두른 뒤 대파를 넣고 약한 불에 볶습니다. 중간에 생강즙과 소금을 조금 넣어 주고요. 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풋고추, 청주, 간장을 넣고 좀더 볶습니다. 대파를 볶는 동안 다시마 국물이 끓겠지요. 그럼 두부를 넣고 5분 정도 더 끓입니다. 뜨끈한 두부를 건져 그릇에 담고 볶은 대파를 올려 내면 됩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는 냉장고에 햄이나 소시지 같은 것이 없으면 왠지 허전하더라고요. 그래서 장을 볼 때 일단 바구니에 넣곤 했는데, 그만큼 요긴하게 자주 쓰이지요. 이 음식은 흔히 먹어본 것은 아닐 거예요. 소시지와 과일의 만남이죠. 오븐에 따끈하게 데운 소시지 주스 조림은 밥이나 삶은 감자와 같이 먹어도 좋아요.
먼저 오븐을 180℃로 예열하세요. 오븐으로 요리를 할 때는 준비가 그리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면 제일 먼저 오븐부터 예열하는 것이 편합니다. 비엔나소시지는 두 군데 정도 어슷하게 칼집을 넣으세요. 그리고 파인애플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체리는 반으로 가릅니다. 오븐용 내열 그릇에 비엔나소시지를 담고 설탕을 뿌린 뒤 포도 주스를 붓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 40분간 넣어 둡니다. 그럼 뭉근히 데워지면서 포도 주스가 소시지에 살짝 스며들죠. 또 주스 자체의 맛도 달라져서, 꼭 따끈하니 데운 와인 비슷해져요. 40분이 지나면 꺼내어 파인애플과 체리를 얹고 다시 오븐에 넣어 5분 정도 두었다가 먹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없는 겨울은 삭막합니다. 척척 반죽해 김 오른 찜통에 넣고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리면 어느새 부듯하게 부풀어오르는 찐빵, 꽁꽁 언 손을 파묻으면 스르르 녹여주던 아랫목, 조금만 먹어도 손끝이나 입가가 새까매지던 군고구마 같은 것이 있어 춥디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습니다.
| 재료ㅣ
밀가루 2컵, 달걀 1개, 우유 1컵, 당근?완두콩?옥수수(통조림) 30g씩,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식용유 약간
| 만드는법ㅣ
달걀을 볼에 담고 풀어 우유를 붓고 섞은 후 소금을 넣고 고루 젓습니다. 참, 찜솥에 물을 담아 불에 미리 올려놓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당근은 완두콩 크기로 썰어서 완두콩, 옥수수와 함께 담고 밀가루를 조금 뿌려 섞으세요. 밀가루는 채소에 살짝 묻는 정도의 양이면 됩니다.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쳐서 달걀과 우유 섞은 것에 넣고 반죽한 다음 밀가루 묻힌 채소를 넣고 섞습니다. 이 반죽을 4등분 하여 식용유를 살짝 바른 컵이나 밥공기 같은 오목한 그릇에 담으세요. 특별한 재료도 도구도 필요 없지요. 이쯤 되면 찜통에 김이 올라 있을 겁니다. 그럼 반죽 담은 그릇을 찜통에 넣고 15분 정도 찌면 됩니다. 다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젓가락으로 찔러 보세요.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다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