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안동시 남부동 164의 1번지에 있는 맘모스제과점. 지난 3일 오후 3시, 한 직원이 갓 구워져 나온 사과갈레트(둥글고 납짝한 파이)를 서둘러 매장에 진열하고 있었다. 아침에 구운 사과갈레트는 반나절 만에 팔려나갔다. 진열대의 제품 설명란에는 ‘사과=안동시 와룡면 지내리’라고 적은 손글씨가 또렷했다. ‘동네빵집’의 위기 속에서도 품질 하나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이석현 맘모스제과 사장(67)은 “안동에서 제일 가는 사과로 만든 갈레트”라며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제품이 단연 맛있게 마련”이라고 소개했다. 약 40년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맘모스제과점은 지난해 세계적인 명소·맛집 가이드인 미슐랭가이드 한국편에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여행지를 다루면서 가볼 만한 인근 맛집으로 실린 것이다. 이 사장은 “미슐랭 측 사람들이 다녀간 줄도 몰랐다”며 “나중에야 한국편에 대전 성심당과 함께 소개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선 곧바로 대구 맘모스제과점에서 일했다. 이곳은 뉴욕제과점, 런던제과점 등과 함께 대구에서 이름을 떨치던 빵집이었다. 제과점 매니저였던 이 사장이 안동으로 온 것은 1970년. 대학 매점에 맛있는 제과점이 들어오길 원하던 당시 안동교육대(현 안동대) 학생회장의 설득 때문이었다. 그는 “대구 맘모스제과점의 분점 형태로 대학 매점에 들어가게 됐다”며 “일반 사람들이 대학 캠퍼스로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털어놨다. 안동으로 온 지 4년 만인 1974년, 지금 자리에 제과점을 내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1990년대 들어 먹거리가 많아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가 생기면서 운영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안동에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가맹점만 16곳이 들어서 있는 등 약 50곳의 베이커리점이 경쟁하고 있다. 제빵 기술은 없었지만, 그는 제품 품질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한번은 30년 넘게 계란을 납품받던 곳에서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계란을 저렴하게 제공할 테니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불같이 화를 내며 단박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저질의 계란을 쓰면 직원 2~3명 월급 정도의 마진을 챙길 수 있지만 제품의 맛을 해칠 수 있다”며 “대량 생산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최상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 수상자이자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인 위재상 셰프(비인하임과자점 운영) 등을 영입했던 것도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프랑스와 일본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한 둘째아들 이정우 실장(37)이 맘모스제과점의 맛을 책임지고 있다.
맛뿐 아니다. 매장 시설도 3~5년에 한 번씩은 손을 보고 있다. 원두커피머신도 들여놓고, 맘모스제과점 전용상품권도 만들었다. 이 사장은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동안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연을 맺어온 지인들이 문을 닫는 소식을 들을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 사장은 “한 곳에서 평생을 바쳐 한우물을 파는 사람들에 대한 상도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 매출은 5000만~6000만원으로, 파리바케뜨 월평균(5766만원·2010년)과 비슷하다. 제과점이 유명세를 타면서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도 적지 않게 받지만, 가맹사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안동 송현동에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 딸기파이도 안동에서 난 딸기로 만들었습니다. 신선함이 생명이죠. 제과점을 하는 데 맛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안동=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1900년대 초부터 발행하는 여행정보지. 여행지를 소개하는 ‘그린’과 식당을 다루는 ‘레드’로 나뉜다. 작년에 첫 발행된 한국편은 여행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안동 맘모스제과점의 이석현 사장(오른쪽)은 둘째 아들인 이정우 실장에게 매년 일본에 다녀올 것을 권한다. 발빠른 트렌드를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과 이 실장이 갓 구운 빵을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