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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탕집은 이사가도 추탕맛은 그대로네 |
글쓴이: 어린늑대 | 날짜: 2009-01-16 |
조회: 3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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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금옥 작은집'의 서울식 추탕(앞)과 남도식 추어탕. |
옛 맛집들의 컴백
서울 광화문과 무교동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새 동네에 둥지를 튼 맛집들. 맛은 여전할까, 분위기는 그대로일까? 최근 이전한 노포(老鋪) 세 곳을 다녀 왔다.
◇ 용금옥(湧金屋)
정확히 말해서 용금옥은 이전했지만, 또 이전하지 않았다. 용금옥 '큰집'은 서울 중구 다동 옛 한옥에서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용금옥 '작은집'은 다동에서 종로구 통인동으로 이사해 지난해 8월 8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추탕은 서울식 미꾸라지탕을 말한다. 서울식은 추탕, 남도식은 추어탕이라고 부른다. 추탕은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고,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다른 재료와 함께 곱게 간다. 또 추탕은 쇠고기와 곱창 따위를 끓인 국물에 미꾸라지를 넣고 끓인 뒤 고춧가루로 양념하지만,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시래기 등을 끓이고 간 국물에 된장을 푼다.
용금옥은 서울 시내에서 서울식 추탕을 내는 몇 안 되는 식당이다. 1932년 신석숭씨가 지금 코오롱빌딩 자리에 문 열었다. 용금옥이 명성을 얻은 건 손맛 뛰어난 부인 홍기녀씨 덕분이었다. 용금옥 작은집 신동선(47)씨는 홍기녀씨의 손자이다. 신씨는 "할머니 뒤를 이어 막내며느리인 제 어머니(한정자·69)가 25년 동안 가업을 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큰집에서 가업을 잇겠다고 하셨고, 어머니가 작은집을 차리셨죠. 1997년 일입니다."
새로 옮겼지만 수줍은 듯 골목 안에 자리잡은 얌전한 한옥이라 이질감이 덜 하다. 현관문 위에 걸린 한자 옥호 '湧金屋' 붓글씨가 낯익다. "오랜 단골인 신영복 교수가 써주셨어요."
옛날 쓰던 묵직한 놋그릇에 추탕을 낸다. "어머니가 여전히 주방을 지키세요. 미꾸라지며 온갖 부재료가 옛날과 똑같습니다." 맛이 변했다는 단골은 없느냐고 물었다. "음식이란 게 아무래도 먹는 장소와 연관이 없을 수 없겠죠. 맛이 변했다는 단골도 계시고, 더 좋아졌다는 단골도 계시죠."
주소_서울 종로구 통인동 118-5(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나와 자하문터널 방향으로 직진하다 우리은행, 새마을금고 지나 독일안경마트 옆 골목)
전화_(02)777-4749
메뉴_서울 추탕·남도 추어탕 각 9000원, 추어튀김 2만원, 안주추탕 1만5000원, 모둠전 1만5000원, 탕평채 1만원, 녹두빈대떡 1만2000원
◇ 하동관(河東館)
'서울 최고 곰탕'으로 꼽히는 하동관. 1939년부터 지켜온 서울 중구 수하동 옛 조흥은행 본점 뒤 자리를 떠나 2007년 6월 1일 명동에 입성했다. 현대식 건물에 옛 하동관 한옥 대문을 떼다 붙여 묘한 분위기가 난다.
하동관 입장에서는 이전이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모르겠다. 지난 12일 점심시간 하동관에 들어섰을 때 젊은, 그리고 여성인 손님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과거 하동관에서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이전을 계기로 손님층이 젊어진 것이다. 카운터를 맡은 주인집 딸 장승희(30)씨는 "'어, 그 곰탕 유명하다는 하동관이네'라며 들어오기도 하고, 일부러 찾아 오기도 하는 젊은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래도 옛 맛과 분위기를 지키려고 가능한 한 쓰던 물건을 들고 왔다. "곰탕 끓이는 솥은 당연하고 걸상이며 대문까지 그대로 가져 왔어요. 쓰던 것들이라 어색하지 않다며 단골들이 좋아하세요."
맑은 국물도, 놋그릇도 그대로지만 바뀐 게 있기는 있다. 장씨는 "옛날보다 기름을 더 많이 걷어낸다"고 했다. "옛날에는 더 진하게 드셨는데, 요즘은 대개 기름을 꺼리는 편이에요." 장씨는 "국물 온도만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뜨겁게 달라는 손님에게 토렴을 여러 번 해 드리기는 하지만 원래 곰탕은 따뜻하게 먹지 펄펄 끓여 먹는 음식이 아니거든요."
주소_서울 중구 명동1가 10-4(외환은행 본점에서 명동중앙로 방향 왼쪽 길)
전화_(02)776-5656
메뉴_곰탕 8000원, 특곰탕 1만원, 수육 4만원(300g)
◇ 신승관(新昇館)
1964년부터 서울 청진동 피맛골을 지켜온 중국집 신승관이 재개발을 피해 지난해 9월 북창동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옥호와 통유리 식당에서 50년 가까운 전통을 지닌 중국집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옛 모습을 볼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해 5월 피맛골 가게 문을 닫으면서 주방기구며 의자, 탁자, 그릇, 간판, 철가방은 물론 매출장부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신승관 배동혁 대표는 "후손들이 중식당을 운영한 조상의 삶과 흔적을 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해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옛 분위기는 없지만 음식 맛은 여전하다. 특히 면발과 부드럽게 혼연일체가 되는, 되지도 묽지도 않는 자장면 소스 농도가 절묘하다.
주소_서울 중구 북창동 73번지(프라자호텔 뒤 우체국 근처)
전화_(02)735-9955, 738-2070
메뉴_자장면 4000원, 짬뽕 4500원, 물만두·군만두 각 4500 원, 탕수육 1만2000·1만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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