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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아니라 예술 '산당' |
글쓴이: 어린늑대 | 날짜: 2007-11-18 |
조회: 32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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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아니라 예술 '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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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는 후배 하나랑 어제 통화를 하다가...날씨가 너무 좋으니 내일쯤 봄나들이를 해보자고 했어요. 몇몇 후배들에게 연락해서 드라이브를 가볼까 했는데...성원이 되질 않아서...오늘 둘이서만 봄나들이 나섰답니다.
산당에 가자고, 산당을 아냐고 하는데...모르다고 했더니, 그럼 푸드 스타일리스트 임지호씨는 아냐고..역시 모른다고... 산당이란 임지호씨가 퇴촌에서 하는 식당이래요. 잘됐다며 즐겁게 둘이서 봄나들이를 했습니다. 사춘기 소녀들처럼 재잘거리며..^^
한 마디로 이 산당이라는 한정식집은 입으로 먹는 음식이라기 보다..눈으로 먹는 음식을 내놓는 곳이었습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는 곳 답다고나 할까요? 음식이 맛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일단 눈으로 맛 봤기 때문인지 혀의 감각이 좀 둔해지면서, 혀가 느끼는 맛을 잘 알 수 없었어요. 음식은 정갈한 편이었고, 그리고 채 하나를 썰어도 어찌 그리 가늘게 썰 수 있는 건지...공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었습니다. 또 여백의 미학을 중시하는지..음식양에 비해서 접시를 큰 걸 쓰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식당, 무지 멀고...음식값도 비싼 편이었습니다. 또 그릇이 좀 맘에 안들었어요. 이쁜 그릇은 죄 이가 빠졌고...이가 빠지지 않는 하얀접시는 너무 평범하고... 중국에서는 이빠진 그릇 쓰는 것이 흠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안 그렇잖아요...고급 한정식 집에서 이빠진 그릇 쓰는 건 첨 본 것 같아요.
음식, 눈으로 한번 감상해보세요..스타일링 공부가 꽤 될 것 같아요.
애피타이저는 좁쌀죽. 좁쌀맛이 나는, 죽이었어요. 노르스름한 색이 식욕을 돋웠구요.
생선회 입니다. 접시의 왼쪽 녹색 자국 보이시죠? 아..무슨 풀이라고 설명을 하던데..기억이 안나네요. 나중에라도 후배에게 물어서 고쳐야겠어요. 그 초록색, 마치 난이라도 치듯, 쓰윽 뿌렸는데 멋있어요. 맛은 솔향이 났구요.
돼지고기 구운 것을 뜨거운 돌 위에 얹어 내왔습니다. 먹으면서 돌을 만져보니 뜨겁게 달궈서 다 먹을 때까지 뜨거웠어요.
단호박찜. 서빙하는 분이 껍질까지 먹으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습니다. 껍질에 영양이 더 많다고.
샐러드. 드레싱의 재료가 뭔지..둘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는데...알수 없었어요. 샐러드에 제가 좋아하는 당귀잎도 넣어 아주 좋았어요.
녹두전. 저는 녹두만 갈아 부치면 뒤집기 어려워서 불린 쌀을 넣어 갈거나 쌀가루를 넣는데.. 이집은 쌀은 넣지 않은 듯, 부드럽고 녹두의 맛이 잘 살아있었어요.
오리구이에요..너무 귀엽죠.. 위의 채소는 고수에요. 전 미나리인줄 알고, 그냥 집어먹었다가 고수라서... 고기만 먹었어요. 비록 제가 못먹는 고수였지만 음식이 너무 예뻐서 즐거웠다는..
완자튀김으로 왼쪽은 생선에 유자소스, 가운데 단호박에 딸기소스인 것 같은데... 오른쪽은 감자에다..무슨 소스를 썼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음식이라기 보다는 한폭의 그림같은 방게튀김. 달(月)은 유자소스에요.
오늘 저를 감동시킨 튀김들... 왼쪽이 연근튀김, 가운데 산같은 것이 감자튀김, 오른쪽의 숲같은 것이 냉이튀김. 연근튀김 위의 연두색은 깻잎이라는데 어떻게 이렇게 튀겼는지 모르겠어요. 몇십분 동안 토론을 했는데..결론을 못내렸어요.. ㅈ 집으로 돌아올 때 주차장에 점심 장사를 마친 주방팀들이 축구를 하고 있길래 슬쩍 물었는데... 영업상의 비밀이래요. 감자는 아주 가늘게 갱쳐서 튀겼는데 시간이 흘러도 눅진해지지 않고 바삭한 채로 있어요. 살짝 말려서 튀긴게 아닌가 싶긴 한데..그렇다면 갈변현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암튼 궁금증만 증폭된 요리였습니다.
연근튀김 클로즈업. 얇게 저며서 살짝 말린 후 튀긴 것 같아요.
도토리묵. 참나물을 얹어서 향긋하고 좋았어요.
매생이국. 제가 끓인 거라 아주 맛이 딴판이었어요. 전 참기름과 파를 넣고 끓이는데..이건 참기름은 안넣은 것 같고 마늘을 넣었더라구요. 제 입으로 뉘집 매생이국이 더 맛있다고는...말 못합니다..^^;;
동충하초밥과 함께 나온 된장찌개, 그리고 반찬들. 더덕무침, 각종나물, 굴젓, 가자미식해, 게장 등 반찬들이 아주 정갈했습니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것까지 꼭 먹어줘야 하는..누룽지.. 지금 보니 그릇이 갈라졌었네요..
이 집은 식사 후 디저트를 들고 이층의 휴식공간으로 올라서 쉬도록 되어있어요. 넓게 터진 홀에는 큼직한 보료형 쿠션들이 여기저기 놓여져있고, 아무데나 편한 곳에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되어있어요. 이곳에서 후배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허겁지겁 귀가...정신없이 저녁밥을 했답니다.
암튼...많은 걸 배운 식사였습니다.
산당(山堂) 주소와 연락처 추가합니다.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104-1 031-772-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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