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한정식집 '七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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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kimys와 잘 아는 분으로부터 부부동반 점심 초대를 받았어요. 그분이 한달쯤전에 강남에 한정식집을 냈다는 거에요. kimys가 한번 가보자고 하는 걸 그냥 흘려 듣다가, 지난 주 약속 하나가 펑크 나면서 마침 시간이 비길래 가봤어요.
일단, 강남하면 강다리 건너는 것도, 길 많이 막히는 것도 스트레스여서, 겁부터 먹게 되는데... 이날은 어찌된 셈인지, 도로가 널널해서...금방 강 건너 갔죠. 전화로 설명들은 대로 가보니 청담동 리베라호텔 옆에 새로 지은 건물 지하 2층이더라구요. 이름은 七良(칠량 02-516-7095).
한정식집이라고는 하는데 마치 와인바나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분위기에, 안내된 방의 벽면에 디스플레이된 접시가 예사롭지 않더군요...저 병이잖아요, 어디 가면 그릇부터 보는 거...
그리고 바로 세팅이 됐는데...놋수저를 쓰는 것도 특이했지만, 각접시로 놓은 백자접시가 어찌나 사람 맘을 흔드는지... 사장님 말씀이 전남 강진의 칠량이라는 곳에서 자기와 옹기를 굽는 인간문화재 선생님의 그릇이라고...그러면 그렇지...
물컵, 김치보시기, 죽그릇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일단 물이 특이하더라구요. 미강차라고 현미의 눈을 끓인 건가봐요. 에피타이저 들깨죽도 까끌까끌한 맛이 없이 아주 잘 넘어가고, 샐러드는 땅콩소스인 것 같은데 아주 맛있구요. 샐러드 소스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재료만 가르쳐주네요. 다시마물에 통깨와 피넛버터, 식초,설탕,참기름,소금을 넣는다고 해요. 중요한 건 비율인데, 비율은 안가르쳐주고...흑흑...제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만들어봐야겠죠?!
이어 해파리냉채며, 낙지초무침이며, 홍어삼합이며 맛있는 요리들이 많이 나왔는데, 먹느라고 촬영은 못했어요...ㅋㅋ 겨우 해파리냉채 한커트!! 그런데 잘 나오지 않아서 아쉽네요. 해파리냉채는 보기에는 여느 해파리 냉채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데, 어찌나 부드러운 지... 우째 이리 부드럽냐고 했더니 그집은 저염 해파리를 쓴대요. 저염해파리가 따로 있나봐요. 저염해파리를 5시간동안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다시 5시간 동안 물에 담갔다가 설탕,식초, 겨자 소스에 재웠다가 쓴대요. 담에 해파리 냉채할 때 이 비법을 써봐야겠어요.
한정식집이긴 한데, 아침에는 죽과 과일을 세트로 팔고 점심에는 비빔밥 된장찌개 매생이국같은 일품요리도 판대요. 음식도 좋았지만, 입구의 도자기 전시실에서 팔고 있는 접시들, 특히 윗사진의 맨 왼쪽에 놓인 작은 개인접시... 한장에 1만8천원인가 하는 그걸 몇장 사가지고와야 하건데, kimys 눈치가 보여 그냥 왔더니만... 아쉬움에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