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을기의 첫인상은, 좀 별나보였습니다. 공을기 객잔이라는 간판도 그렇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문을 여니, 요상한 의상, 마치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나 있을 법한 차림의 종업원들이 중국말로 인사를 하더군요. 인테리어는 글쎄요, 제가 중국을 못가봐서, 그게 중국풍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좀 독특했어요.
결정적으로 주눅들게 만든 건 메뉴. 병풍처럼 접혀진 메뉴를 가져다 주는데, 한문으로 요리이름이 써있고, 그 요리를 중국어로 읽은 것을 한글로 써놓았어요. 저처럼 장국영 하면 누군 지 알지만 장꿔롱 하면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한글로 장꿔롱 이라 써있는 메뉴를 준거죠. 게다가 한문으로 써있는 요리이름이 인쇄체로 써있었으면 후배들 앞에서 "이거 재료는 뭐고, 요리는 어떻게 한거야"하며 멋지게 주문할 수 있었을텐데, 그 한문은 또 필기체...몇글자 못 알아보겠더이다.
음식을 고르다 머리에서 쥐나는 듯 하여, 하는 수 없이 정식을 시켰습니다. 1인당 2만원짜리. 제 생각엔 1만5천원짜리도 충분할 듯 하였으나, 후배들이 2만원짜리를 고르더이다.
처음 나온 건 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린 새우요리. 일.밥. 134페이지에 오징어바로 하는 바로 그 요리죠. 원래는 새우로 하는건데, 제가 오징어바로 바꿔서 한 거 거든요. 파인애플과 같이 하면 많이 느끼하지는 않는데, 공을기는 파인애플 없이 그냥 소스에만 버무려, 맛이 있긴 한데 다소 느끼하더이다.
그리곤 동시에 요리가 3가지 같이 나와 버렸어요. "천천히 주세요"했더니, 자기네는 코스 개념이 아니라 한상차림 개념이라나요...무슨 말인지...원래 중국식은 코스요리가 아닌지...
암튼 동시에 나온 건 채썬 돼지고기와 채썬 죽순을 두반장에 볶은 것. 또 무슨 탕수육이라고 하던데, 넙적한 돼지고기를 튀겨서 소스에 버무린 것. 그리고 보기에는 쇠고기같은데 맛이 너무 부드러운 넙적한 고기를 볶은 것, 그리고 꽃빵이 나왔어요.
돼지고기와 죽순을 두반장에 볶은 건 맛이 괜찮았어요. 집에서 한번 해봐야겠다고 맘 먹을 정도로. 그런데 탕수육이라는 것과 쇠고기인듯한 볶음은 그저 그랬어요. 요리가 태반이 남아서 어찌나 아까웠는지...
마지막 요리가 누룽지탕이었는데 넘넘 실망스러웠어요. 누룽지도 적고, 소스도 맛이 없고...일조원 누룽지탕이 생각나더이다.
식사는 사천짜장과 사천탕면 중 택일인데, 짬뽕 국물이 먹고 싶어 사천탕면을 주문했던 전 단 한 젓가락 먹고 젓가락을 놓았어요. 너무 맵고, 그렇다고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식은 타오피카펄이 들어있는 시미루를 주대요.
1인당 2만원에 세금까지 붙어서 2만2천원, 솔직히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땅값 비싼 강남의 중국집이니까...' 하고 애써 이해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kimys에게 "여보 나 참 큰일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이 맛이 없어!"했더니 kimys 왈, "내가 집 밥 맛있다고 하는 거 이해가 가지!"하네요. 정말 큰일입니다. 밖에서 먹는 밥이 맛있어야 하는데... 집에서 내 손으로 한 밥이 맛있으면 결국 내 신세가 내가 볶는 건데...흑흑... 이상 공을기 후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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