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친절하고, 위생적이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네 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심하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독된 ‘단골 마니아’를 줄줄이 확보하고 있는 집들이다. 오늘은 맛과, 조리법과, 세월의 최강자 네 곳을 소개한다.
집에서 만든 팥죽과 양갱이
모란 단팥죽
압구정역 근처의 한적한 골목을 걷다 보면 수수한 간판에 보기만 해도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모란단팥죽’이 숨어 있다.
직접 재배해 정성들여 쑨 홈메이드 팥을 전문으로 하는 김모란 씨의 팥죽집이다. 대표 메뉴인 단팥죽은 하얀 도기에 담겨 나오는데 두 명이 먹어도 될 만큼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밤과 잣, 계피가루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을 송송 담아 함께 나오는데 한 입 맛보면 진득한 질감과 지나치지 않은 단 맛이 긴 여운을 남긴다. 그야말로 할머니가 시골에서 동짓날 직접 쑤는 가정식 단팥죽 맛으로, 디저트가 아닌 식사대용으로도 좋을 듯하다.
또 다른 인기메뉴는 통팥으로 직접 만든 유자양갱. 유자 맛이 은은하게 감도는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질감의 진짜 양갱이다. 사각틀에 굳힌 한 접시를 1만원에 판매한다. 차갑게 먹으면 더 맛있다. 여름이 되면 판매하는 달콤하고 시원한 팥빙수와 직접 담근 오미자로 만든 아이스 음료도 있다.
info
메뉴 단팥죽 6000원, 유자양갱 1만원, 팥빙수 4000원
영업시간 11:00~22:00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6-3
찾아가는 길 압구정 자생한방척추센터 골목
문의 02-544-8957
진한 닭곰탕 생각나는 날에
닭곰탕집 다락.투
5000원에 뜨끈한 국물로 몸을 녹일 수 있는 닭곰탕집 ‘다락.투’. 이름만 들으면 얼핏 까페처럼 멋스러운 작명이지만, 알고 보면 30년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홍대의 터줏대감 식당이다. 멋부리지 않고 음식에만 충실한 식당이라 맛을 아는 홍대의 신입생들부터 근처의 직장인들까지 고객 연령층이 다양하다.
이곳 닭곰탕은 주인이 신중하게 선별한 생닭을 부엌에서 직접 다듬어 질 좋은 살코기만을 발라낸 뒤, 남은 뼈를 우려내 진한 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마늘과 찹쌀, 갖은 양념과 파를 듬뿍 넣어 감칠맛을 배가 시킨다. 곁들여 나오는 쌀밥과 함께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데, 양념장은 고춧가루와 마늘 등 아홉 가지 재료를 넣어 한 달 동안 숙성시킨 다락투만의 비밀 레시피다. 직접 담근 싱싱하고 아삭아삭한 깍두기도 큼직하고 맛있다. 한 그릇에 5000원인 합리적인 가격과 언제 들러도 부담없는 동네식당 같은 분위기가 바로 다락투만의 매력.
info
메뉴 닭곰탕 5000원, 닭칼국수 5000원
영업시간 08:30~21:00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83
찾아가는 길 홍대입구 맞은편 밥스바비 골목으로 올라가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직진하고 왼쪽
문의 02-324-098
굴국밥 하나로 전국을 휩쓸다
김명자 굴국밥
특이하게 울산 달동에서 시작해 서울로 올라온 굴전문집이다. 울산 본점과 같이 서울의 식당들도 변함없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바다의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굴을 사계절 내내 싱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굴국밥’은 두툼하고 맛 좋은 굴을 아끼지 않고 잔뜩 넣은 ‘김명자 굴국밥’의 정말 고마운 메뉴다.
미역과 부추, 두부 등의 재료를 넣어 끓여내 비린 맛이 전혀 없고 뽀얀 국물이 담백하다.
여기에 인심 좋게 풀어주는 달걀은 단골들의 마음에 쏙 든다. 맛은 콩나물국밥과 비슷하지만 해산물이 들어가 더 시원한 맛을 낸다.
굴은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 어젯밤 과음했다면 점심 때 들러 해장국 한 그릇 하면 좋을 듯. 굴국밥 외에도 굴파전, 굴전, 굴보쌈 등 다양한 굴요리를 즐길 수 있다.
info
메뉴 굴국밥 5000원, 홍어회 3만원
영업시간 09:00~22:00
주소 서울시 서초2동 1365-4
찾아가는 길 양재역 1번 출구에서 직진, 수협은행 뒷길에 위치
문의 02-3474-6900
30년 전통의 기사 식당
대원기사식당
다소 외진 곳에 위치했지만 하루종일 손님들로 붐비는 숨은 맛집이다.
1인분이라도 버너 위에 올려 제대로 내놓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탕요리와 볶음 요리 전 메뉴를 버너 위에 올려 즉석에서 먹는데, 좁은 테이블 위에 식당 부엌에나 있을 법한 화력 좋은 투박한 버너가 두 개씩 올려져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복매운탕이다. 반 정도 끓여져서 나오므로 요리가 나오자마자 미나리는 바로 먹는다. 복어 향이 살짝 밴 미나리는 훌륭한 에피타이저가 된다. 그 다음 순서는 콩나물, 콩나물을 다 건져 먹을 때쯤이면 복어살이 뽀얗게 익는다. 탱탱한 복어살과 야들야들한 복껍질을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 먹으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배가된다.
생강과 마늘, 파 향이 한데 어우러진 국물은 코와 목구멍을 뻥 뚫어줄 정도로 시원하다.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뱃속이 편안하고 보약을 먹은 듯 배짱까지 두둑해진다. 이름은 기사식당이지만 손님들을 살펴보면, 조부모님을 모시고 외식 나온 가족들에서부터 비즈니스 접대 차 온 직장인들까지 특별식을 찾는 이들로 늘 붐빈다.
info
메뉴 복매운탕 7000원, 기타 탕·볶음류 5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첫째,셋째 일요일은 휴무)
주소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135-4
찾아가는 길 장위3동사무소 옆
문의 02-917-9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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