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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가는길 군침이 살살 돈다 |
글쓴이: 어린새싹 | 날짜: 2010-04-08 |
조회: 3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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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경마공원에선 환호성이 터진다. 한숨 섞인 탄성도 흘러나온다. 경마는 환호성과 탄성을 동시에 자아내는‘3분 동안의 마법’이다. 3분 동안 사람들은 자신이 건 말에서 눈을 못 뗀다. 기대하고 초조해하며 통쾌함을 만끽하고 때론 실망한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면 기운이 빠지고 배가 출출해진다. 이때,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경마공원 내부의 식당을 이용하거나, 숨겨진 주변 맛집을 찾아가거나, 미리 음식을 준비해가는 것. 이 중 추천할 만 한 방법은 마지막 두 가지다.
현재 과천 경마공원엔 신관 관람대와 구관 관람대에 각각 식당이 있지만“아직 특색이 없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경마장 주변의 맛있는 집들을 찾았고, 경마장 가기 전 마트에서 미리 사가면 좋을만한 것들도 뒤졌다.
★경마장 맛집
주말마다 평균 3만 명이 과천 경마공원을 찾는다. 구성원은 다양하다. 매주 경마장을 찾는 마니아부터 가족, 연인까지. 각각에게 어울리는 음식점과 메뉴를 골라봤다.
◇단골손님은 이곳
경마장을 주말마다 찾는 '경마 마니아'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의 남성. 이들에겐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뜨끈한 국물이 제격이다. ‘한성칼국수’는 칼국수집이지만 만두전골이 더 인기다. 뜨겁고 진한 전골 국물에 속이 확 풀린다. 직접 끓여가며 먹는다.
만두· 고기· 채소가 푸짐하게 들었다. 육수가 끓으면 버섯과 쑥갓 등 채소부터 떡· 만두· 고기 순서로 먹는다. 독특한 점은 소고기가 듬뿍 들었다는 것. 소고기 양지머리인데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양념했다. 마지막에 건져 먹어야 그 양념이 배어들어 맛있다. 국물에선 끓이면 끓일수록 시원한 맛이 우러나온다.
한우 잡뼈와 양지머리를 푹 고아 만든 육수라 그렇다. 만두전골의 주인공인 만두는 그날 빚어 바로 넣어 신선하다. 만두 전골 3만2000원(3인분). 02-502-7711.
‘가마솥회관’부엌에선 커다란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뽀얀 국물을 만날 수 있다. 한우 잡뼈와 육우 사골을 16시간 동안 고아 만든 것이란다. 상에 오른 뚝배기 속엔 뽀얀 국물과 함께 탱글탱글한 도가니뼈가 가득. 사장 OO씨는 “싱싱한 도가니에서만 쫄깃한 맛이 난다. 오래된 도가니는 퍼석하다. 회전율이 높아 싱싱한 도가니를 쓰는 것이 비결”이라고 밝힌다.
한술 떠 맛을 보니 깔끔함이 느껴진다. 깔끔하면서도 진하다. 뼈를 고기 전에 핏물을 빼 내는데 이 핏물을 잘 빼내는 것이 깔끔한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깔끔하면서도 진한 국물과 쫄깃한 도가니뼈가 어우러진 도가니탕. 함께 주는 새콤한 부추김치와 파김치가 숟가락질을 재촉해 금세 ‘한 그릇 뚝딱’이다. 도가니탕 1만1000원. 02-503-3377.
자타공인 보양식 추어탕. 땀 뻘뻘 흘리며‘남태령 원주추어탕’의 구수한 추어탕 한 그릇을 비우면, 잃었던 기운도 차려진다. 이 집 추어탕 맛의 비결은 강원도 홍천에서 직접 가져오는 무청이다. 11월 찬 서리를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무청은 더없이 연하다.
한우 사골과 잡뼈로 우려낸 국물을 바탕으로 콩가루를 더해 구수한 맛을 낸다. 다진 마늘이 듬뿍 들어가는 게 이색적인데, 덕분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서리 맞은 연한 무청은 무한 리필. 추어탕 한 그릇에 7000원. 1000원을 더 내면 통추어탕으로도 주문 가능하다. 02- 503-7779.
◇가족 손님은 여기
경마장엔 꼭 경마만 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경마공원 입장료 800원만 내면 어린이를 위한 승마체험 등이 가능하다. 봄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나서기에 적당하다. 가족들에겐 아기자기한 한정식, 사이좋게 구워먹고 뜯어먹는 고기류를 추천한다. ‘달빛한스푼’은 정갈한 한식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대표 요리는 홍어강정과 소고기 완자, 구절판이다. 겉보기엔 꼭 탕수육같은 홍어강정은 특히 보기 드문 메뉴다. 거의 삭히지 않은 홍어에 전분과 튀김가루를 묻혀 튀긴 뒤 매콤달콤하게 양념했다. 탕수육 소스 같은 달콤한 소스 속에서 쫄깃한 홍어 살과 오독오독한 홍어 뼈가 씹힌다.
삭히지 않아, 홍어를 잘 못 먹는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소고기완자는 다진 소고기를 찹쌀에 뭉쳐 찐 뒤 와인소스에 찍어먹는 것. 찰진 소고기완자와 달콤한 와인소스가 조화를 이룬다.
구절판의 알록달록한 밀전병에서도 정성이 묻어난다. 단호박으로 노란색, 부추로 초록색을 냈다. 칵테일새우와 파프리카· 양파· 표고와 팽이버섯을 볶아 밀전병에 싸 먹는다. 가게 구석구석까지 고가구와 한국 골동품으로 꾸며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점심엔 1만5000원· 2만원· 3만 코스가 저녁엔 3만원· 7만원· 10만원 코스가 있다. 02-575-5740.
‘경마장 오리집’은 세 시간 전 예약해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항상 붐빈다. 세 시간 전에 예약해야 하는 이유는 오리를 세 시간 동안 굽기 때문이다. 우선 황기 등 한약재 우린 물에 오리를 넣어 잡냄새를 없앤다. 그리고 속을 채워 은박지에 싸 토기에 넣는다.
그 토기를 전기가마에 넣고 굽는데 굽고 나면 토기는 새까맣게 타있다. 기름도 흥건히 흘러 나온다. 토기 속에서 세 시간 동안 기름을 쭉 뺀 오리고기는 비로소 손님상에 오른다. 오리 뱃속은 은행· 계피· 무화과 등으로 빵빵하게 채워졌다. 날개를 잡고 쭉 뜯어 맛을 봤다.
야들야들한 속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에 한 입 두 입 뜯어먹다 보면 금세 오리 한 마리가 사라진다. 함께 나오는 백김치에 싸 먹으면 고소함 위에 상큼함이 더해진다. 오리 진흙구이 4만8000원. 02-502-7500.
‘청학동’은 한우 전문점으로, 질 좋은 고기를 쓰기로 유명한 집이다. 고기는 나주에서 매일 가져오는데 1등급 이상만 취급한다. 살치살· 갈비· 등심 등이 인기부위. 연하고 부드럽다. ‘청학동’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개운한 선지국이다. 고기를 주문하면, 한우 뼈를 푹 고아 만든 선지국이 딸려 나온다. 매콤하고 개운한 선짓국은 입맛을 돋운다. 한우 생고기 250g에 3만원. 02-3679-0092.
◇연인끼리는 여기
짜릿한 경마도 즐기고 화사한 장미정원도 구경하고. 경마공원은 연인들에게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색 즐거움을 안겨준다. 경마에서 이긴 쪽이 밥을 사는 내기를 한다면 경마의 짜릿함은 두 배. 과천 경마공원 근처엔 오붓한 시간을 보낼 만한 숨겨진 맛집도 있다. 먼저‘아벵’은 경마장 근처에서 드물게 정통 양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원목 인테리어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식이라고 흔한 메뉴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피자와 뚝배기에 나오는 스파게티가 인상적이다. 단호박으로 반죽한 샛노란 피자 도우 위로 새싹을 풍성히 올리고 가운데엔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을 올렸다. 얇고 고소한 단호박 도우와 신선한 새싹, 즉석에서 갈아주는 진한 파마산 치즈 그리고 차가운 녹차 아이스크림이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얇은 피자 위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올려 싸 먹으면 개성만점. 뚝배기 스파게티인 부카니에라엔 메기· 새우· 홍합· 왕새우· 모시조개· 오징어· 통마늘이 들었다. 뚝배기에 담겨 있어 끝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다. 토마토소스 맛이 진하다. 아이스크림 단호박피자 1만6000원. 부카니에라 1만 4000원. 02-503-3070.
‘삼수갑산’에선 운치 있게 대나무통밥을 즐길 수 있다. 1인용 대나무통에 밥이 담겨져 나온다. 그윽한 대나무 향이 난다. 부엌엔 대형 가마솥이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대나무통 속에, 불린 생쌀을 넣고 가마솥에서 2시간 동안 찐다. 갓 나온 뜨거운 대나무통 속의 모락모락 김나는 밥은 모양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쫄깃하고 찰진 검은 쌀에 은행· 대추· 밤을 더했다. 대나무통밥과 함께 나오는 죽순 골뱅이 무침도 별미다. 상큼한 죽순에 새콤달콤 매운 양념이 더해졌다. 쫄깃한 골뱅이 역시 죽순과 어우러져 입맛을 자극한다. ‘삼수갑산’이란 이름답게 한옥의 소박한 운치가 있다. 대통밥과 죽순무침을 비롯해 12가지 코스로 구성된 ‘삼수갑산 한정식’2만원. 02-521-0056.
◇경마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은?
경마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방법은 있다. 미리 준비해 가는 것. 경마장 가까운 곳엔 음식을 사갈 만 한 곳이 흔치 않다.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 해결하자. 경기에 열중한 채 집어먹기엔 스낵만한 게 없다.
하나로마트에선 양파부터 보리· 오곡· 백련초까지 다양한 종류의 뻥튀기가 한 봉지에 2000원이다. 파래· 생강· 땅콩 등 다양한 종류의 전병과 쌀떡볶이 맛 스낵· 왕소라· 고구마· 두부 스낵도 있다. 100g에 500원 정도. 스낵보다 좀 더 든든히 배를 채워주는 베이커리류도 있다.
즉석에서 반죽하는 쫄깃한 도넛은 다섯 개 들이 한 봉지에 3300원. 체인점인‘코코호도’와 ‘던킨도넛’도 마트 내부에 자리했다. 술안주론 말린 음식이 제격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육포, 반건조해 굽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오징어, 말린 무화과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 찐빵· 핫바· 찰순대· 우리밀 만두를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바삭하게 튀겨주는 큼지막한 핫도그는 한 개에 1000원. 찜질방의 인기간식인 훈제란도 있다. 마트라고 간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커다란 전기오븐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오리부터 닭고기, 돼지고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바비큐가 고소한 냄새로 유혹한다. 가격대비 알뜰한 도시락도 추천 품목이다. 돈가스나 새우가스로 구성된 세트가 4800원, 불고기 도시락세트는 4900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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