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서 3대째 태화원 운영 손덕준 사장“짬뽕이 일본음식이라고요?”인천 차이나타운에서 3대 째 태화원을 운영하는 손덕준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누가 뭐래도 자장면과 짬뽕은 인천의 향토음식”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일부에서는 ‘짬뽕’이 일본어이고, 일본의 우동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나가사키 지방에서 오늘날 짬뽕이 유래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손 사장에 따르면, 짬뽕은 중국의 ‘차오마멘’이라는 국수요리가 한국 화교들 사이에서변형된 인천의 향토음식이다. 일제치하에서 일본어가 워낙 흔하게 쓰이다보니 ‘짬뽕’이라는 일본어 이름이 붙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군만두를 일컬어 흔히 ‘야끼만두’라고하지만, 만두가 일본 음식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서 나온 ‘오리지널 짬뽕’은 국물 색이 하얗다. “본래 짬뽕은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국물이 하얗습니다. 고춧가루를 넣은 지는 30년밖에 안됐어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끓여낸 게 오늘날의 빨간 짬뽕이다.겨울철에 가장 인기가 좋은 굴짬뽕도 고작 10여 년 전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느끼한 맛을 싫어하는 손님들을 위해 볶지 않은 면발에 국물을 부어 만든 음식은 우동이 됐다.
인천의 자장면과 짬뽕은 최근 중국에 역수출되고 있다. “요즘 북경에선 한국식 자장면이 인기에요. 짬뽕도 본래 하얀 빛깔이 아닌, 고춧가루를 진하게 풀어넣은빨간 색이 반응이 좋다고 하더군요.” 서울, 인천 등지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던 화교들이 중국 본토로 돌아가 가게를 냈다. 손 사장에게도 이따금 ‘대만이나 베트남에서 중국음식점을 차려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오곤 한다.
자장면과 짬뽕은 이제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차이니즈 푸드’라는 간판 아래서 판매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장면과 짬뽕을 파는 이들은 한국 교포들이다.
옛 공화춘 주방장이셨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 째 가업을 이어온 손 사장은 다섯 형제와 함께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태화원, 중화루, 자금성 등 3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장면, 정통식 하얀 짬뽕과 고추짬뽕, 겨울철에만 파는 굴짬뽕이 식당의 대표음식이다. 하얀 짬뽕을 끓일 땐 파와 마늘을 볶다가 다시 모듬 해물과 야채를 넣어 볶고, 여기에 닭 육수를 부어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청경채와 당근, 버섯, 새우, 소라, 오징어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먹는 사람이 되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