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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와 부산 찍고 서울에 상륙한 '강남식 밀면'

글쓴이: 카제  |  날짜: 2014-04-29 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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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은 냉면의 이웃사촌

필자는 밀면에 관심이 많다. 시중 식당 대부분의 냉면이 '공장표'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면과 육수를 직접 만드는 밀면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가끔 음식점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전국에서 냉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어디인가? 정답은 부산이다. 필자는 밀면을 냉면, 혹은 유사냉면으로 본다.

밀면은 서울 등 다른 지역 냉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부산·경남 지역 밀면 소비량은 서울의 냉면 소비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서울 냉면은 보통 5000원에서 시작해 1만2000원의 가격을 받지만 부산에서는 2000원대 밀면도 있고 4000원에서 5000원이 일반적인 가격이다. 하지만 서울의 평양냉면은 보통 1만원이 훌쩍 넘는다. 외식메뉴 선택 시 소비자가 가장 고려하는 요인은 '가격'이다. 필자는 직관적으로 밀면이 수도권에서도 일정 부분 통할 거라고 본다.

강남역 근처에 밀면 전문점이 며칠 전 오픈했다. 직원 두 명과 함께 시식을 했다. 아마 서울 강남 일대 최초의 밀면 전문점일 것이다. 메뉴판을 보니 밀면 가격이 6000원이다. 5000원이면 좋겠지만 강남역 상권 임대료와 권리금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1000원을 더 지불하는 것은 강남의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밀면 식당으로는 깔끔한 실내 환경이고 전축, 라디오 등 아날로그적 소품이 눈에 들어온다. 필자는 밀면을 서민냉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중산층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 이 집 주인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대 중반으로 전 일식 조리장이다. 밀면 개업을 위해 근 1년 이상을 준비했다고 한다.


함경도와 부산 찍고 서울에 상륙한

단아한 절제미의 강남식 밀면

밀면은 한국전쟁 때 함경도 출신 피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다. 함경도 국수가 부산, 경남에서는 밀면이 되었고 이제 그 밀면이 서울로 상경했다. 어떤 밀면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느냐는 질문에 개금밀면과 가야밀면의 절충형이라고 한다. 개금밀면과 가야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유명 밀면 집이다. 우리는 물밀면 세 그릇과 떡갈비(大 9000원)를 주문했다.

무김치가 약간 달지만 식감이 아삭아삭해서 두 번 더 리필할 정도로 입에 맞았다. 사이드로 주문한 떡갈비는 함박스테이크처럼 식감이 제법 두툼하다. 육질과 식감은 부드러운데 단맛은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밀면이 원래 좀 단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수와 떡갈비'로 유명한 강북의 모 식당 떡갈비보다는 우월한 수준이다. 그 식당은 지금도 주말이면 손님이 줄을 서서 먹고 있다. 그런 경우를 보면 소비자가 참 둔감하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야말로 관성적 쏠림현상이다.

동행한 여직원이 떡갈비에 샐러드가 있어서 좋다고 하면서 다 먹었다. 역시 여성 고객은 샐러드에 대한 니즈가 있다. 물밀면이 나왔다. 부산에서 여러 번 먹었던 밀면과 왠지 느낌이 달랐다. 밀면이 단아하고 계란 고명 모양이 깔끔했다. 이 식당 주인장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육수는 돼지 사태와 닭 뼈 그리고 한약재 등을 넣었다. 육수가 기성 밀면에 비해 덜 자극적이다. 절제된 서울 강남식 밀면이다. 무엇보다 이 식당 밀면은 조미료 맛을 최소화했다. 음식에 상당히 일가견 있는 어느 부산 지인은 바로 조미료 때문에 밀면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체로 밀면은 조미료 맛이 강하다. 그러나 이 식당에서는 밀면을 나름 고급풍으로 재해석했다. 밀면의 평양냉면식 버전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마치 용인 고기리 < ;장원막국수 > ;가 거친 형태의 막국수를 단아한 맛과 모양으로 진화시킨 것처럼.


함경도와 부산 찍고 서울에 상륙한

밀면도 막국수도 진화하고 있다!

다시 방문하면 양념장(다대기)은 별도로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육수에 양념장을 풀어서 먹는 방법은 서울 사람 기호와는 다소 동떨어진다. 그대로 먹어본 밀면 중 으뜸이다. 면발과 육수의 조합이 나무랄 데 없다. 본고장 부산에서 유명 밀면 식당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이 식당 밀면 맛이 더 윗길이다. 부산 사람 입맛에는 어떨지 몰라도 서울 사람 기준으로 이 밀면이 입맛에 더 맞다. 부산에서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우리 회사 여직원도 이 밀면을 높이 평가했다.

떡갈비와 밀면의 선육후면도 괜찮았다. 떡갈비 단맛만 줄이면 좋은 조합이다. 아마 평양냉면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 가끔 방문할 것 같다. 이 집 밀면은 이번 하절기 충분히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동절기다. 밀면 판매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밀면과 구색이 잘 맞는 메뉴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출내역(총 3인) 물밀면 1만 8000원+떡갈비 9000원 = 2만7000원

< ;강남밀면 > ; 서울 강남구 역삼동 813-8 (02)569-229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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