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30분. 오픈을 앞둔 백화점 앞엔 이미 까마득히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리미티드 신상 백의 판매 개시일이라도 되는 걸까? 새로운 아이폰이라도 나왔나? 놀라지 마시라. 이들은 '그깟' 디저트 하나 사려고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 사람들이다.
몽슈슈의 도지마롤에 대한 기사로 연일 인터넷이 뜨겁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산 제품은 쳐다보지 않는다는 영희 엄마도, 아이 먹거리가 걱정돼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했다는 철수 엄마도 홋카이도산 생우유를 듬뿍 넣어 만들었다는 이 롤케이크 앞에서만큼은 예외를 적용한다.
아니, 도대체 도지마롤이 뭐길래?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는 도지마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동건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강동원으로, 강동원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김수현으로 좋아하는 배우를 바꿔가듯, 도지마롤 전에는 벌꿀을 올려 먹는 아이스크림인 소프트리에, 소프트리 이전엔 망치로 깨 먹는 과자인 슈니발렌에 열광하며 줄을 섰더랬다.
일이 이쯤 되다 보니 이제 줄을 서지 않는 집은 왠지 맛없는 집이 아닐까 의심이 갈 지경. 그래서 모두 직접 맛보고 줄 서서 먹는 디저트 맛집 리스트를 엄선해보았다.
디저트 트렌드를 알려면 백화점으로 가라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은 디저트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프랑스 마카롱의 대표 격인 라뒤레, 일본 양갱 브랜드인 토라야 등 각국의 유명하고 트렌디한 디저트들은 모두 백화점 지하 식품관으로 모여든다.
우리의 붕어빵에 해당하는 일본식 도미빵을 파는 아자부(Azabu)는 백화점에 입점했다 인기를 끌어 매장을 연 케이스. 몽슈슈 또한 신세계백화점에만 숍이 있었으나 인기에 힘입어 이달에 가로수길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역으로 외부에서 인기를 끌어 백화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 494에서는 타르틴, 오뗄 두스를, 지난해 리뉴얼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르 알래스카와 같은 시중의 내로라하는 디저트 맛집을 안으로 들였다.
홍대 앞에서 수제 고로케로 이름을 날린 쿠쿠 이케부쿠로 역시 명성을 얻은 후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했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도 국내의 인기 있는 디저트는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도 발 빠르게 선보일 계획이란다.
그러니 이제 앞으로의 디저트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백화점 지하만 주목해도 되겠다.
1 몽슈슈
현재 김태희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디저트계의 일인자. 인기 메뉴는 홋카이도산 우유를 블렌딩해 방금 짠 우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도지마롤이다. "지방에서 도지마롤 사러 왔는데, 내 앞에서 완판되어 사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실제 들었을 만큼 인기인데, 먹어보니 정말 풍부한 우유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도지마롤의 인기에 가려졌지만 부드러운 크레이프에 크림으로 속을 채운 '해피 파우치'의 맛도 일품. 신선도를 중요시하는 만큼 유통기한은 단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도지마롤1만8천원.
문의
02·3445-6054
2 분메이도 카스테라
일본 나가사키의 3대 카스텔라집 중 하나인 분메이도 카스테라의 분점. 1900년대 개업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분메이도는 일본 여행 갈 때면 사다달라 부탁받는 인기 아이템이었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촉촉하고 달콤한 카스텔라 아래 굵은 설탕 알갱이가 박혀 사각사각하게 씹히는 것이 특징. 노란 속살에 갈색으로 잘 그을린 윗면은 비주얼만으로도 입맛을 자극한다.
촉촉한 카스텔라를 또 다른 갈색 카스텔라 반죽으로 감싼 카스테라 마끼도 인기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달짝지근한 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담백한 차와 함께 즐기면 좋다. 허니 카스텔라(소)1만5천원.
문의
02·3479-1245
3 슈니발렌
요즘은 몽슈슈의 인기에 다소 밀린 듯하지만 줄 서서 먹는 디저트의 시작은 본래 슈니발렌부터였다. 과자 반죽을 길게 늘였다가 동그랗게 말아 기름에 튀겨 만드는 슈니발렌은 본래 독일 로텐부르크의 전통 과자다. 축제 기간이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에 다양한 토핑을 더해 나무 망치로 깨 먹도록 한 것이 지금의 슈니발렌.
고소한 과자를 초콜릿, 치즈, 시나몬 등의 재료로 감싸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다크 초콜릿의 깊고 진한 맛이 나는 둥겔 듀크, 사랑스러운 핑크 초콜릿으로 감싼 로맨틱 초코 모두3천9백원.
문의
02·3479-1549
1 뉴욕 크로넛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미란다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바라보며 "도넛에 설탕을 바를 생각을 한 사람은 천재야"라 이야기했다.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크루아상에 설탕 바를 생각을 한 사람은 슈퍼 천재다. 크루아상을 도넛처럼 튀겨 슈거 파우더를 뿌린 후, 필링을 발라 먹는 크로넛은 당최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조합.
치즈, 바나나, 양파 등 다섯 가지 파우더 중 하나를 뿌리는 일반 크로넛과 그 위에 초콜릿, 커스터드 등 여섯 가지 필링 중 하나를 얹어 먹는 필링 탑 크로넛 두 가지가 있다. 우리 입맛엔 다소 느끼할 수 있지만, 뉴욕에서는 아침부터 줄 서서 사는 디저트로 유명하다. 슈가 & 하와이안 크로넛5천9백원
문의
02·322-1676
2 쿠쿠 이케부쿠로
추억의 간식이었던 크로켓이 요즘 들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김치, 고구마, 크림치즈와 같이 다양한 재료로 속을 꽉 채운 수제 크로켓이라는 것. 쿠쿠 고로케 외에도 강남역 인근의 '강남 수제 고로케', 연남동의 '오군 수제 고로케' 등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작은 수제 크로켓집은 하나같이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등극했다.
쿠쿠 고로케는 베어 물었을 때 바삭함이 느껴지는 남다른 식감이 일품. 빵집에서 파는 듬성듬성 속이 빈 고로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치즈, 감자, 커리 등으로 속을 채워 맥주 안주로 곁들이기에도 좋다. 오리지널 감자 고로케 2천원, 카레 고로케·치즈 고로케 각2천5백원.
문의
02·325-0799
3 모찌 이야기
딸기, 키위, 귤, 바나나, 청포도 등의 생과일을 통째로 넣어 만든 찹쌀떡. 과일을 팥 앙금으로 감싼 다음 찹쌀 반죽을 입혀 새콤달콤, 쫄깃한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정오와 오후 6시에 한 번씩 찹쌀떡이 나오는데, 1일 판매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자칫 시간을 잘못 맞추면 빈 손으로 돌아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했던 젊은 사장님이 본인의 얼굴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 상자에 색색의 과일 모찌를 담아준다. 과일 찹쌀떡은 반으로 갈랐을 때 그 매력이 더하니, 먹기 전 꼭 반으로 잘라서 낼 것. 개당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