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덕꾸덕한 과메기 한 점을 초장에 찍고 마늘?고추?쪽파를 곁들여 생 김에 싸서 입 안에 가득 넣고 씹는다. 살짝 비릿한 맛이 감돌 때쯤이면 알싸한 마늘과 고추가 이를 상쇄시켜주고 이내 바다와 겨울바람의 조화가 만들어낸 진하고 깊은 맛만 남는다. 과메기는 달콤한 소주에도 구수한 막걸리와도 잘 어울리는 술안주다.
과메기는 동해안에서 잡히는 청어를 말려 만든 우리나라 특유의 전통음식이다. 예부터 동해안은 청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유명해 조선시대에는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품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포항 앞바다는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청어가 많이 잡혔다. 청어가 많이 잡히고 한겨울에도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과메기 생산의 최적의 조건을 갖춰 주요 산지가 됐다. 청어가 잡히지 않는 최근에도 포항은 여전히 과메기가 유명하다.
추운 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에 청어나 꽁치를 널어 얼었다 녹는 과정을 반복시켜 만드는 과메기는 만들기 전 손질여부에 따라 '엮걸이'와 '배지기'로 나눈다. 잡은 생선을 통째로 말려 만드는 것이 '엮걸이 과메기', 배를 갈라 손질해서 말리는 것이 '배지기 과메기'다. 과메기는 본래 청어로 만들었지만 60년대 이후 온난화 현상으로 청어의 어획량이 감소하며 그 당시 잘 잡히던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보편화 됐다. 70~80년대 들어서며 동해안 인근의 꽁치마저 어획량이 급감해 현재는 대부분 원양산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많이 생산된다. 동해안에서 주재료인 청어나 꽁치가 잡히지 않음에도 여전히 과메기가 유명한 것은 과메기를 만들 때 주요한 기후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과메기의 어원은 '관목(貫目)'이다. 관목을 한자로 풀이하면 '눈을 꿰다'라는 뜻인데, 우리네 조상들이 과메기를 만들 때 청어의 눈을 꿰서 부엌의 살창이나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다. 관목의 '목'이 포항 지방의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되어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였고, 다시 'ㄴ'이 탈락되어 과메기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1918년 신문관에서 발행한 소담집인 소천소지(笑天笑地)에서는 과메기의 유래를 유추해 볼 수 있을만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동해안에 사는 선비가 겨울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중 배가 고파 바닷가 나뭇가지에 청어가 눈이 꿰인 채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맛봤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과거를 보고 고향으로 내려온 후에도 겨울철에 잡히는 청어를 나뭇가지로 눈을 꿰어 처마에 걸어 놓고 얼렸다 녹여가며 건조시켜 먹었다는 것이다. 뱃사람들이 배 안에서 먹을 반찬이나 할 요량으로 배 지붕 위에 청어를 던져놓았더니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저절로 과메기가 됐다는 설도 있다. 이 외에도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算稿)'에는 '청어는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데 이를 연관목(燃貫目)이라 한다'고 쓰여 있고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비웃(청어)을 들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면 그 맛이 기이하다'라는 기록도 남아 있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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