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외관의 작은 중국집 경발원. 여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낡은 가게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울에서 가장 개성 강한 중식을 내는 곳 중 하나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백짬뽕과 깐풍기. 빨갛지도 새하얗지도 않은 백짬뽕 국물은 언뜻 보기에 싱거워 보이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면 깜짝 놀랄 만큼 맵다. 고춧가루로 기름을 내는 대신 말린 청양고추씨를 넣어 매운맛을 내기 때문에 입안이 화끈거리지만 속은 맵지 않은, 휘발성이 강한 칼칼하게 매운맛이다. 닭 육수의 감칠맛은 살아 있되 농도 자체는 무겁지 않아 시원하게 얼큰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해산물과 채소 등의 재료도 제대로 볶아 불맛도 살아 있다. 다른 집보다 다소 굵은 면발은 탄력이 살아 있으면서도 국물을 잘 머금고 있어 면과 국물이 제대로 어우러진다. 또 다른 유명 메뉴인 깐풍기를 주문하면 주인장 할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바로 생닭을 손질한다. 튀김옷 없이, 손질한 닭 그대로 튀겨 부추와 마른 홍고추씨, 청양고추 다진 것을 잔뜩 넣어 웍에서 볶은 깐풍기는 이제껏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은 닭은 그 자체로 바삭하고 부드러우며, 소스는 없지만 다량 들어간 마른 고추가 입안을 화끈하게 만든다. '맛있게 맵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