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된장처럼 발효하고 숨을 쉬는 천연 발효 빵 빡빡한 일정에 맞추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빵으로 한 끼를 해결하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해주는 빵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잠시 감상에 빠진 적이 있다. 간혹 소화불량을 유발하고 나아가 비만의 주범이 된다는 뉴스도 있지만, 기원전 3000년경만 해도 빵은 곰팡이균이나 젖산을 천천히 발효시켜 만든 천연 건강 음식이었다. 서양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나 치즈처럼 ‘슬로 푸드’ 대열에 있었지만 화학 이스트가 등장한 이후부터 발효 시간을 20~30분으로 단축해 오븐에서 한 시간 만에 ‘뚝딱’ 나오는 패스트 푸드가 된 것. 물론 이스트는 발효력이 강하고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빵을 팽창시킬 수 있어 대량으로 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주재료가 폐당밀(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에서 사탕을 회수하고 남은 액)이며 화학 합성물질을 넣었기 때문에 요즘 빵은 이전 빵에 비해 풍미가 덜하고 밀가루 소화력이 약한 한국인에게는 위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고, 견과류와 말린 과일 등을 넣은 ‘웰빙 빵’이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천연 발효종을 얻어 3~4시간 숙성시킨 재래식 ‘천연 발효 빵’이 웰빙 빵의 새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천연 발효를 성공시킨 제빵사 김영모 씨는 “김치와 치즈처럼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빵은 본래 몸에 좋은 음식이다”라고 말한다.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대기 속의 곰팡이균, 유산균, 건포도균 그리고 사과 등 과일 껍질에서 자란 효모 등을 활용해 천연 발효시켜야 빵의 풍미가 살아나고 덩달아 속도 편안해진다는 것.
1 화덕에 빵을 굽는 재래 방식 그대로 ‘가장 프랑스적인 발효 빵’을 선보이는 유러피언 브래서리‘기욤’.
올해 초 청담동에 오픈한 ‘기욤’에서는 밀가루, 물, 소금 이외에 일체 첨가물을 넣지 않고 발효한 ‘정통 프랑스 발효빵’을 선보인다. ‘기욤’의 기욤 디에프반스 대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프랑스 빵=바게트’라고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바게트는 그 역사가 100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스트를 사용해 질감도 좋지 않다. 프랑스 빵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만든 ‘팽 드 르뱅Pain de levain’을 맛봐야 한다”며 발효빵은 프랑스인에게 밥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밀가루와 물을 섞어 공기 중에 두면 밀가루에 남아 있는 미생물이 공기, 물과 접촉해서 ‘르뱅levain’ 상태가 되는데, 이를 사용해 만든 것이 정통 발효빵인 팽 드 르뱅이다. 하지만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도 까다로워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양만 만든다. ‘기욤’은 이 과정을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또는 ‘김장하기’와 비교한다. 그 나라 식문화의 핵심이며, 오래 둘수록 ‘숨을 쉰다’는 것도 비슷하다. 유러피언 유기농 카페 ‘카페 아티제 압구정점’에서는 천연 발효종을 직접 배양해 발효빵을 만든다. 서울 신라 호텔 제과팀의 황윤찬 씨는 “천연 발효종은 일체의 화학 합성물질을 함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연 그 자체다. 천연 유산균이 장내 해로운 세균을 억제해 노화 방지,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며 발효빵을 건강과 미용까지 챙길 수 있는 효자 식품이라고 말했다.
2 입자가 거친 유기농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자연 발효한 ‘팽 드 르뱅’. 기욤.
3, 4 프랑스 정통 발효빵 ‘팽 드 르뱅’과 이스트를 넣은 바게트 등은 식사 대용으로 충분하다. 기욤.
지난가을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이탈리아 천연 발효빵 ‘무찌’는 213년 전통을 자랑하는 베이커리 브랜드다. 천연 우유 효모를 사용해 50년 이상 발효한 발효 종균에는 1kg당 2조 마리의 유산균이 살아 있어 최상의 웰빙 식품이라 칭송받는다. 또한 기존의 식품 첨가물인 화학 이스트, 곰팡이 방지제, 보존료, 착색료 등 수많은 인공 감미료를 배제했다. 천연 효모를 가지고 오랜 시간 발효하기 때문에 일반 케이크와 달리 탄력 있고 훨씬 크게 부풀어 오른다. 완성된 빵도 끊임없이 발효하는데, 발효할 때 발생하는 미생물을 유산균과 발효 효소가 잡아먹어 퇴치하기 때문에 최대 1년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5 말린 과일을 넣어 만든 이탈리아 천연 발효빵 브랜드 ‘무찌’. 실온에서1년 정도 장기 보관 가능하다.
아직은 낯선 시큼한 맛, 천연 발효빵 발효빵은 다른 빵과 육안으로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져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천천히 팽창하기 때문에 빵의 입자가 고르고 이로 인해 다른 빵보다 무겁다. 이스트를 사용해 쉽게 으스러지는 빵에 익숙하기 때문에 마치 딱딱한 공처럼 두꺼운 천연 발효빵의 질감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요구르트 종균으로 발효시켰다는 ‘카페 아티제’의 천연 발효빵 ‘깜파뉴’는 빵 속이 쫄깃하고 호밀의 향이 느껴지며 한 끼 식사로 충분할 만큼 든든하다. 요구르트종균으로 발효한 후 크랜베리, 블루베리, 오렌지 필 등을 넣은 ‘팽 드 요거트’는 디저트로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베이커리 브랜드 ‘무찌’는 발효 식품 고유의 쿰쿰한 향과 과일의 달콤한 향이 진동하는 빵을 선보인다. 우리네 장으로 치자면 ‘청국장’ 급이다. 하지만 두툼한 ‘파나토네’를 손으로 갈라보면 빵이 ‘숨을 쉰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서서히 발효해 공기 구멍이 작을뿐더러 속이 꽉 찼기 때문. 레이스로 정성껏 포장한 제품은 이 빵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한다고. 올 한 해만큼은 급할 때 무심히 찾는 빵 한 조각과 과감하게 이별하자. 서양식 슬로 푸드, 천연 발효빵 한 조각이면 전쟁 같은 하루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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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콤한 천연 발효빵을 만날 수 있는 곳 약 10여 가지 천연 발효빵, 카페 아티제 압구정점 유러피언 델리 카페를 컨셉트로 지난 연말 3호점을 오픈한 ‘카페 아티제’. ‘유기농 카페’라는 모토에 맞게 천연 발효 종균으로 만든 10여 가지의 천연 발효빵이 눈길을 끈다. 매일 오전 빵을 직접 굽는데, 시간 맞추어 갓 구어낸 빵을 맛보는 것도 좋다. 서울 신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카페 아티제는 천연 발효 종균은 물론 유기농 밀가루와 호밀, 통밀가루와 유기농 설탕, 노르망디 지방에서 생산한 소금을 사용한다. 압구정동 시네시티 골목 위치. 문의 3448-0017 정통 프랑스 빵의 고전을 보여주다, 기욤 들어가는 순간 유럽의 빵집에 온 듯 정겹다. 프랑스인 대표가 ‘고향의 맛’이 그리워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이미 국내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곳. 기계식 오븐이 아닌 제대로 된 화덕을 사용해 재래식으로 빵을 구워낸다. 천연 발효빵을 ‘밥’ 삼아 푸짐하게 즐기는 브런치 세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즐길 수 있다. 학동사거리 위치. 문의 512-6701 김치처럼 오랫동안 묵혀 먹는 정통 이탤리언 천연 발효 빵, 무찌 213년 전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이탈리아 정통 천연 발효빵 브랜드 ‘무찌’. 건포도와 체리절임, 오렌지를 넣은 ‘파나토네’와 오렌지절임을 넣은 ‘판도로’가 대표적이다. 최대 1년까지 보관 가능하다고 하니 이탈리아식 발효 식품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다면 도전해볼 것. ‘숨을 쉬는’ 발효빵은 실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소공동 롯데 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위치. 문의 541-471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