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동물 배설물로 만든 최고급 커피

배설물에서 얻은 커피콩이 고급 커피가 될 줄은, 그것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 또한 몰랐을 것이다. 사실 루왁 커피에 ‘고급’이란 이름 붙이기 전, 배설물의 실체를 확인한다면 잠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 고양이가 남긴 배설물 속에서 루왁 커피의 커피콩을 얻으니 말이다. 커피 열매를 먹는 동물은 사향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람쥐, 원숭이 등 다양하다. 칼디 커피의 서덕식 대표는 이 중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쪽에서 생산되는 루왁 커피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는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커피의 성분이 동물의 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겠지요? 마시면 거짓말처럼 힘이 나는 듯, 기운이 느껴져요.” 그가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곱게 간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커피를 내리는 동안 원두조차도 거품을 내며 부풀어 오르는 기운이 다른 커피보다 힘차다. 또 맛은 어떤가? 마치 한약을 마실 때의 느낌처럼 묵직하고 쌉쌀함이 남다른데, 콜롬비아 커피와 비교해 보니 향 또한 적었다. “인도네시아는 본래 땅이 비옥하고 높은 산이 많아 동남아시아 일대 중에서 커피 생산의 최적지죠. 해발 1200미터 정도가 되어야 커피가 맛있거든요. 수마트라 만델링, 가요 마운틴 등 굉장히 유명한 커피들이 많아요. 루왁 커피는 캐나다, 미국, 중국 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분명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커피 마니아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전부터 조금씩 들여오다가 지난해 직접 루왁 커피 농장을 찾았던 거죠.” 그는 햇빛에 말린 뽀얗고 둥글둥글한 배설물들이 펼쳐진 곳에서 얼굴 까만 여인네들이 콩을 고르고 있는 사진을 보여 준다. 일일이 손으로 작은 커피콩을 가려 내는 작업만 해도 무척 고된 일인데, 이를 로스팅하면 본래 양에서 20퍼센트 정도가 버려지니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현지 생두 가격이 약 20만원대를 호가하는 이 비싼 원두에 관세까지 붙으니 국내 루왁 커피의 판매 가격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서덕식 대표는 루왁 커피의 절대 예찬론자는 아니다. 배설물을 커피로 만든다는 특별한 재배 과정, 생산량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희귀성, 무엇보다 그야말로 천연 오가닉 제품이라는 데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왁 커피 농장을 찾은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커피의 맛을 보려면 부지런해야 해요. 커피의 취향이 천차만별인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소개하려는 것뿐이죠.” 와인 애호가들이 여러 종류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듯, 커피도 마찬가지다. 판매할 커피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는 틈틈이 여행을 통해 각종 희귀한 커피들을 찾아 맛보곤 한다. 거기엔 루왁 커피보다 더욱 그를 감동시킨 커피들이 많다는 이야기. 결국 커피 애호가에게 루왁은 더 귀한 커피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한 시발인 것이다.

그가 꼽은 오가닉 커피 best 3
에티오피아 모카 드 미스티 밸리
적도 부근의 에티오피아 남중앙부는 커피 산지로 유명하다. 커피 마니아에게 잘 알려진 예가 체프도 좋지만 꼭 맛 볼 기회를 찾을 것.
쿠바 크리스털 마운틴 열대성 기후에 속하는 쿠바산 커피. 연간 강수량 1900밀리미터, 표고 1000미터, 일교차 10℃ 이상의 비옥한 토양을 가진 에스칸브라이 산맥의 커피 생산지에서 생산된다. 통상 자마이카 블루 마운틴에 대적할 만한 커피라고 손꼽는데, 단맛, 신맛, 쓴맛의 조화가 일품이라고.
콜롬비아 수프리모 에스메랄다 개인적으로 콜롬비아산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생산지로는 천혜의 자연 조건 속에서 탄생된 콜롬비아 커피들 중 등급이 높은 수프리모 커피 중에서도 최상급 마운틴류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커피다. 진한 커피 향기와 균형 잡힌 산도가 특징이다. 기획 한지희 | 포토그래퍼 김태현, 김남용 | 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