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또는 감자류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둘 다 기본적으론 당질(탄수화물) 식품이다. 감자는 수분(100g당 81.4g)+당질(14.6g)인 식품이다. 감자 당질의 대부분은 전분(녹말)이다. 토란에도 당질이 감자 못지않게 들어 있다(13.1g).
그러나 당질 구성이 감자보다 다양하다. 전분 외에 다당류인 갈락탄이 들어 있다. 갈락탄은 토란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끈끈한 물질이다(오산대 식품조리과 배영희 교수).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아 식이섬유의 일종으로도 분류된다. “토란을 즐겨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변비가 예방된다”는 말은 갈락탄, 즉 식이섬유의 효과를 기대하는 표현이다.
갈락탄은 통증 완화 효능이 있어 외용약으로도 쓰인다. 어깨 결림·타박상·류머티스 통증 등이 있을 때 강판에 간 토란을 밀가루·식초와 함께 이긴 뒤 아픈 부위에 바르면 효과적이다. 단 피부에 자극성이 강하므로 사용 시 주의를 요한다.
고구마(100g당 429㎎)·마(550㎎) 등 다른 서류와 마찬가지로 감자(485㎎)·토란(365㎎)에도 칼륨이 풍부하다. 칼륨은 고혈압의 주범인 나트륨을 체외 배설시켜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이다.
열량도 엇비슷하다. 생토란 100g당 열량은 58㎉, 생감자는 66㎉다. 둘은 고구마(128㎉)보다 확실히 열량이 낮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즐겨도 크게 부담 없는 열량이다. 아린 맛 성분이 존재한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감자의 아린 맛 성분은 햇빛을 받으면 생기는 독성물질 솔라닌이다. 이 성분은 주로 싹에 들어 있다. 이것이 조리 시 감자 싹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토란의 아린 맛 성분은 호모 겐티스산과 수산칼슘이다. 이 중 수산칼슘은 우리 몸에 유용한 칼슘 공급원은 아니다. 체내에 쌓이면 신장결석·담석증을 유발하는 ‘요주의’ 성분이다. 모양도 침(針)처럼 생겼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토란껍질을 벗기면 손이 따갑거나 가려운 것은 이래서다. 토란의 아린 맛 성분은 수용성이므로 물(쌀뜨물·소금물·생강즙 등)에 담가두거나 약간 삶으면 대부분 제거된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냉장고를 ‘거부한다’는 것도 흡사하다. 열대성 작물인 토란을 섭씨 5도 이하로 보관하면 냉해를 입어 금세 썩는다. 흙이 묻은 토란을 신문지에 잘 싸서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감자는 냉장고에 넣으면 갈변이 일어난다. 녹말이 당으로 바뀌어 맛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밖에 오래 두거나 보관 온도가 높으면 싹이 나 상품성을 잃는다. 장기간(2∼3주 이상) 두고 먹을 때는 냉장 보관이 불가피하다. 또 감자가 든 포대에 사과 몇 개를 넣어두면 사과의 에틸렌(노화 방지 성분)이 발아를 억제한다. 알칼리성 식품이란 점도 공통된다. 육류·곡류 등 산성 식품을 섭취할 때 곁들이면 좋다. 다른 점도 꽤 있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 C는 감자에 많이 들어 있다. 100g당 함량이 감자는 36㎎, 토란은 7㎎이다. 감자의 비타민 C는 열을 받아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전분이 보호막을 형성해서다. 그래서 감자는 ‘땅에서 나는 사과’로 통한다.
감자는 맛(전분 맛)이 강하지 않아 여러 음식에 두루 어울린다. 생으로도 먹는다. 반면 토란은 토란탕으로 주로 즐기며, 생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