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지방’이나 ‘저지방’에 관심이 많은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치즈를 고를 때도 무지방 표시를 찾아 눈을 번득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치즈는 대개 진공 포장된 대량 생산 제품인데, 문제는 지방이 함유된 치즈를 무지방 치즈로 바꾸는 과정에서 지방과 함께 치즈의 풍미도 빠져나가 버린다는 점이다. 그러니 지방은 적을지언정 맛은 없는 음식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방을 줄여서 우리가 얻는 이로운 점은 무엇일까? 칼로리가 낮아 심장병 발병 위험이 적을 거라고? 과연 그럴까?
“단백질과 지방이 균형 있게 배합된 치즈는 위장에 상당한 포만감을 줍니다.” 캘리포니아 웨스트레이크 빌리지의 영양사이자 <맨즈헬스> 미국판에서 체중 감량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앨런 아라곤의 말이다. “그래서 치즈를 먹으면 몇 시간 동안은 군것질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집니다. 치즈를 먹은 다음 후에 식사를 하면 여느 때보다 덜 먹게 되죠.” 특히 체중 감량 중이라면 치즈를 필수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
빠져나가는 칼슘을 보충하고 몸에 좋은 지방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피부의 윤기가 사라지는데, 치즈가 어느 정도 그런 부작용을 막아줄 수도 있다. 콜레스테롤은 어떻게 하냐고? 어디 한번 계산해보자. 낙농업이 발달한 덴마크의 연구진들이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치즈를 3주 동안 매일 300g씩 섭취한 사람들을 관찰했을 때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치즈를 주식으로 먹으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치즈의 칼로리와 콜레스테롤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치즈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간식거리이고 또한 당신의 식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향과 식감이 다른 수천 종류의 치즈가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전문 치즈 코너를 방문해보라. 아니면 더치즈thecheese.kr처럼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치즈를 즐길 수 있다. 먼저 다음의 치즈를 맛보는 것은 어떤가? 처음 먹는 사람을 위한 치즈부터 고수를 위한 치즈까지 모아봤다.
(왼쪽) 와인의 ‘기본 안주’ 치즈.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치즈의 맛을 더 끌어내준다. 화이트 와인의 산미가 치즈 속 지방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1 어디에든 발라 먹기에 최고 마스카포네
티라미슈 케이크의 주재료가 바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출신 마스카포네Mascarpone다. 매우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데 그만큼 지방 함유량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통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데 열어보면 버터처럼 매끄럽다. 크림 같은 맛이라 치즈 특유의 진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한다. 비스킷, 빵에 발라 먹어보라. “프로슈토와 멜론과 곁들여도 아주 맛이 좋은 치즈입니다.” 더치즈 마케팅팀 박수현의 조언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디에나 발라 먹기 좋은 치즈다. 예를 들면 그녀의 하얀 목덜미 같은. 250g의 가격은 9천800원.
2 고수를 위한 치즈 고르곤졸라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도 고개를 흔드는 블루치즈. 치즈에 푸른 곰팡이가 알알이 박혀 있는 모양새는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마치 사흘 동안 행군 다녀온 발가락처럼 고릿한 맛에는 영 적응이 안된다. 그러나 한번 맛들이면 그야말로 없어서 못 먹는다는 말씀. 더 달콤하고 환상적인 맛을 즐기려면 꿀 한두 방울과 함께 먹어보라. “대표적인 블루치즈 고르곤졸라는 숙성 정도에 따라 피칸테, 프렐리바토, 알젠토 등으로 나뉩니다. 뒤로 갈수록 곰팡이 특유의 깊은 풍미가 적어서 블루치즈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알젠토를 권합니다.” 박수현의 말이다. 고르곤졸라 피칸테 200g의 가격은 1만1천200원.
3 치즈도 구워 먹으리 할루미
치즈가 피자 도우 위에서만 익으란 법 있나. 프레시 치즈를 충분히 맛보았다면 치즈를 삼겹살 굽듯 구워보라. 그리스에서 만든 치즈로 페타와 쌍벽을 이루는 할루미Halloumi는 열성이 우수해서 팬에 구우면 맛이 기가 막히다. 쫀득쫀득한 식감을 즐기려면 얇게 썰어서 구워라. 모차렐라 치즈를 훈제해 만든 스카모르차 치즈는 은은한 훈제향과 함께 마치 닭가슴살처럼 쭉쭉 찢어진다. 역시 구워먹기 좋은 치즈다. 팬을 달군 김에 다양한 야채를 함께 구워 먹어보라. 가지, 호박, 파프리카, 버섯 정도만 구워도 풍성한 그릴 요리가 완성된다. 할루미 180g 1만600원. 스카모르차 250g 1만1천400원.
4 치즈의 제왕 고다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고다 치즈는 탈지유로 만들어 지방 함량이 적고 보통 4주에서 10개월 동안 숙성한다. 그러나 최상품의 고다Gouda 치즈라면 3~5년은 동굴에서 보내고 나와야 한다. “오랫동안 숙성한 치즈는 아주 맛이 좋아집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식품과학과 부교수 스콧 랜킨의 말이다. 오랫동안 숙성시킨 고다는 좋은 품질의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와 유사하지만 고다 치즈에는 고소한 캐러멜 향이 더 많이 난다. 얇은 고다 치즈 조각을 풋사과 또는 배와 함께 먹어 보라. “못 먹어도 고다!”라는 말이 절로 날걸. 300g의 가격은 1만2천원.
5 샐러드의 업그레이드 페타 그리스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페타Feta 치즈다. 신선한 야채를 올리브오일로 버무려 만드는 그리스식 샐러드는 바로 이 페타 치즈로 완성된다. “약간 짠듯한 맛 뒤의 담백함으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치즈입니다.” 더치즈 박수현의 설명이다. 작게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샐러드에 올려보라. 와인 식초 2작은술에 올리브오일이나 호두오일 1/3컵, 곱게 다진 파 1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를 섞으면 어울리는 신선한 드레싱이 만들어진다. 포크로 치즈 한 조각과 양상추를 찍어 함께 입안에 넣어보면 치즈와 고소한 오일의 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180g의 가격은 9천200원.
6 와인을 위한 치즈 플레이트 브리
와인의 ‘기본 안주’는 치즈다. 치즈 몇 가지로 모둠 치즈를 만들어보자. 우선 까망베르나 브리 중 한 종류를 준비하라. 브리의 외피는 부드럽고 얇은 흰색 막으로 덮여 있고 속은 부드러워서 상온에 두면 크림처럼 녹아내린다. 까망베르와 비슷하지만 견과류의 맛은 더 진하다. 여기에 그라나파다노처럼 단단한 치즈를 곁들여라. 딱딱하고 수분이 없는, 브리와 정반대의 치즈다. 블루치즈를 더하면 플레이트가 한층 고급스러워지고, 견과류나 과일 등 여러 재료를 혼합하여 만든 가공치즈는 치즈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좋아한다. 이 정도면 열 와인바 안 부럽다! 125g 6천600원, 크림치즈의 가격은 125g 5천500원.
7 빠트리면 아쉬운 치즈 프레시 모차렐라 피자를 만들 때 모차렐라 치즈를 구입해본적이 있나? 진짜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는 당신이 아는 것과 사뭇 다르게, 통통하고 동그란 모양이며 촉촉하게 젖어 있다. 그중에서도 고급으로 치는 모차렐라 버팔로 캄파나는 물소 젖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신선한 우유맛과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토마토와 치즈를 겹쳐 놓은 카프레제 샐러드는 이 녀석이 없으면 못 만든다. 신선한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얇게 썰어 겹치고 드레싱을 뿌려 냉장고에서 몇 시간 숙성시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바질 페스토 드레싱을 만들거나 귀찮으면 폰타나 이탈리안 드레싱만 뿌려라. 모차렐라 버팔로 캄파나 125g의 가격은 7천300원.
8 맥주는 내 친구 스모크 치즈맥주 안주는 약간 짭짤한 맛이 나는 것이 기본으로 개성 넘치는 치즈도 환영이다. 고다 치즈를 훈연해 만든 스모크 치즈Smoke Cheese는 생긴 것도 소시지 같을 뿐 아니라 마치 햄 같은 맛이 난다. 훈제 스모크 치즈는 껍질은 약간 단단하고 속은 부드럽다. 몬테리 잭 페퍼 내추럴Jack Pepper Natural은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넣었다. 이 치즈들을 집어 먹다보면 치즈가 맥주를 부르고 맥주가 치즈를 부르는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치즈를 구하지 못했다면 체다 치즈를 권한다. 명성 높은 영국 서머싯 지방에서 만든 체다 치즈를 구해보라. 스모크 치즈 200g 7천600원, 잭 페퍼 454g 9천800원.
+ “가끔은 커피와 치즈를 함께 먹어 보세요. 치즈 한 조각을 음미한 후 커피를 마시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아메리카노면 더할 나위가 없죠.” 더치즈 박수현의 말이다. 바쁜 아침, 식사를 걸렀다면 설탕을 넣지 않는 아메리카노와 치즈로 아침을 열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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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은 치즈가 남았다면? “가장 좋은 건 구입 후 되도록 빨리 먹는 것입니다.” 욕심 부려 큰 덩어리를 구입하기보다는 다양한 치즈를 200g 정도의 양으로 구입해 빨리 먹어치워라. 그러다 치즈가 남았다면? 치즈 전문가인 테런스 브레넌은 단단히 싸서 묶어 두는 것이야말로 치즈를 죽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냉장고 야채실은 냉장고에서 습도가 가장 높은 구역으로 연성 치즈가 딱딱하게 바위처럼 굳는 것을 막아 준다. 야채실보다 더 좋은 방법은 완벽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와인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이다.
캐릭터별 치즈 보관법 치즈의 성격에 따라 보관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어떻게? 1 귤처럼 껍질이 있는 녀석 브리, 까망베르처럼 껍질이 있는 치즈는 잘라낸 면만 비닐 랩으로 가볍게 덮고 껍질 부분은 노출시켜라. 그래야 치즈가 숨을 쉴 수 있다. 2 무좀처럼 곰팡이 핀 녀석 블루치즈처럼 곰팡이가 있는 치즈는 알루미늄 포일로 단단히 싸 두되 매일 한번씩 포일을 교체해 주어야 습기로 옴폭하게 패는 부분이 생기지 않는다. 3 녹아내릴 듯 부드러운 녀석 이 연성 치즈들은 플라스틱 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치즈 표면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히면 뚜껑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어준다. 4 단단하거나 비교적 단단한 치즈 고다나 체다 같은 경성, 반경성 치즈는 두 겹으로 된 치즈 포장 전용 종이로 싸는 것이 좋다. 파라핀 종이를 대신 사용해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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