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코스 요리를 떠올리면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최근 서울 한남동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렌치 레스토랑 'The Spice'를 오픈한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이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2단계 심플 프렌치 코스 레시피를 전한다.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총괄주방장 출신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 올해 마흔이 된 그가 불혹의 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얼마 전 서울 한남동에 'The Spice'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 벌써부터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연유는 이름값보다는 가격에 있다. 3~6가지 코스 메뉴가 2만~5만원대인 것. 강남 일대의 고급 레스토랑 코스 메뉴가 대게 1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반값에 가깝다.
"솔직히 한국의 외식시장은 거품이 너무 많아요. 강남에서 4인 가족이 식사 한 번 하려면 수십 만원이 들어갑니다. 굉장히 비싼 가격이에요. 저는 요리라는 게 꼭 비싸야만 명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저는 이미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에 명품으로 포장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또 그렇기 때문에 가격을 비싸게 할 필요도 없죠. 만일 제가 비싼 것만 고집한다면 정말 소수의 손님밖에 만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제 식당에서 다양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
▲블랙, 화이트, 레드를 모티브로 한 'The Spice'의 심플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광택이 돋보이는 블랙과 레드 타일로 벽면을 마감하고 천장 곳곳에 TV 스크린과 에드워드 권의 대형 액자 여러 개를 수평으로 매달아놓은 것이 이채롭다. 홀 가운데와 창가, 주방에는 흰 커튼을 드리워 신비감도 풍긴다.
| | 그의 말에는 명성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돼 있다. 가격을 낮췄다고 저렴한 식재료를 사용할 거라는 추측은 오산이다. 실제로 3만원대의 점심 코스 요리에 프랑스 최고급 식재료로 손꼽히는 푸아그라가 구성됐다. 그럼에도 "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오랫동안 먹어온 명품 식사 가격이 얼마나 많이 부풀려졌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The Spice'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3개월마다 메뉴를 교체하는데 이달에 제안해준 2가지 요리는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메뉴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2가지 요리로 담음새 하나까지 일류 셰프의 자존심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일반인이 그의 요리 솜씨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집에서도 근사한 프렌치 코스를 맛볼 수 있다. '갈릭 버터 안심스테이크'는 실제 레스토랑에서는 통안심을 장시간 밑간해 75℃ 오븐에 2시간 동안 저온으로 천천히 구워 미디엄 상태로 익었을 때 슬라이스해 올리지만 집에서도 조리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수정했다.
콜리플라워 벨벳에 올린 구운 관자
재료 관자 2개, 버터 20g, 다진 양파 20g, 다진 콜리플라워 50g, 생크림 1/2컵, 사과 1/4개, 체리토마토(붉은색 혹은 노란색) 2개, 소금·후춧가루·식용유·올리브유·포도식초 적당량씩, 다진 파슬리·처빌·항암초·메밀순 약간씩
만들기 1 팬을 센 불에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관자를 올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앞뒤로 노릇하게 색을 낸 뒤 불에서 내려 잔열로 속까지 익힌다.
2 약한 불에 버터 10g을 올리고 다진 양파를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천천히 조리듯 익히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3 믹서에 ②와 다진 콜리플라워, 생크림을 넣고 곱게 갈아 콜리플라워 벨벳을 완성한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4~5cm 정도의 막대 모양으로 썬 사과를 올려 갈색이 나도록 굴려가며 굽고 소금으로 간한 뒤 버터 10g을 넣고 섞는다.
5 체리토마토는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기고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6 접시에 ③의 콜리플라워 벨벳을 깔고 조리한 관자, 사과, 체리토마토를 보기 좋게 담고 포도식초와 다진 파슬리를 살짝 뿌린 뒤 손질한 처빌-항암초-메밀 순으로 장식한다.
갈릭버터 안심스테이크
재료 안심 150g, 감자 1/3개, 정제버터 1/2컵, 쪽파 2줄기, 아스파라거스1대, 양송이버섯 2개, 미니 양파 3개, 마늘 3~4톨, 버터 1큰술, 치킨스톡 1컵, 타임·로즈메리 20g씩, 소금·후춧가루·다진 파슬리·처빌 약간씩, 갈릭버터(무염버터 50g, 다진 마늘·다진 파슬리·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안심 양념(올리브유·다진 로즈메리·다진 타임·다진 파슬리·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무염버터를 실온에 두어 부드러워지면 다진 마늘, 다진 파슬리, 소금, 후춧가루와 함께 핸드블렌더로 고루 섞어 갈릭버터를 만든 뒤 동글납작하게 모양을 잡아 냉장고에 넣는다.
2 안심은 분량의 안심 양념으로 밑간한 뒤 센 불에 달군 팬에 올려 앞뒤로 갈색이 나도록 익힌다. 팬에서는 겉면의 색만 낸 뒤 먹기 직전 180℃ 오븐에 3~5분 정도 취향에 맞게 구워낸다.
3 감자는 가늘게 채썰어 실온에서 부드럽게 녹인 정제버터와 고루 섞은 뒤 모양틀에 넣어 납작한 원 모양으로 형태를 잡는다. 160℃ 오븐에 5분간 노릇하게 구워낸다.
4 쪽파, 아스파라거스는 4cm 길이로 썰고 양송이버섯은 기둥을 떼어내고 미니 양파, 마늘은 뿌리를 다듬어 깨끗이 손질한다.
5 쪽파는 뜨거운 팬에 약간의 버터를 올려 노릇하게 색이 나도록 구운 뒤 재료가 자작하게 잠기도록 치킨스톡을 붓고 타임, 로즈메리를 넣어 끓인다. 국물이 거의 졸아들면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고 다진 파슬리를 뿌린다. 아스파라거스, 양송이버섯, 미니 양파, 마늘도 쪽파와 같은 방법으로 각각 조리하며 분량의 치킨스톡, 타임, 로즈메리는 각각의 재료마다 나눠 사용한다.
6 접시 중앙에 구운 감자-안심 순으로 올리고 쇠고기가 뜨거울 때 차갑게 굳은 갈릭버터를 올린다. ⑤의 조리한 채소들을 보기 좋게 두르고 처빌로 장식한다.
<■촬영 협조 / The Spice(02-749-2596) ■진행 / 정지연 기자 ■사진 / 이주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