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하면 으레 장충동을 떠올리지만, 내 주변 미식가들은 양재동 영동족발, 시청역 만족오향족발, 성수동 성수족발을 서울 3대 족발로 꼽는다. 맛을 본 이들은 한결같이 '젤라틴이 살아 있다' '살이 쫀득하고 고소하다'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 등으로 평가한다.
이달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최고의 족발을 가려내는 것. 족발 맛의 정확한 평가와 비교를 위해 족발을 한 곳으로 집합시켰다. 포장을 뜯기도 전 깊고 그윽한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맛에 대한 기대감이 200% 상승?처음으로 맛을 본 것은 양재동 영동족발(02-575-0250). 가족이 운영해 일명 '족발 가문'이라 불리는 집의 전통 있는 족발로 양재동 근처 한 골목에 본점과 분점 4개가 있다. 돼지 앞다리만 사용해 하루 정해진 양만 판매하는 원칙을 25년이 지난 지금도 고수하고 있어 평일 퇴근시간에는 기다리다 족발이 떨어져 못 먹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족발을 한입 베어무니 촉촉한 느낌이 입안에 감돌고 씹었을 때 쫀득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간이 세지 않고, 맛이 깊게 배어 새우젓이나 쌈장에 담그지 않아도 맛있다. 상추에 족발을 얹고 쌈장과 마늘을 올린 후 새콤한 무생채를 곁들여 먹었더니 입안이 황홀해진다. 잘 삶은 족발이 한우 특등급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시청역 만족오향족발(02-753-4755)은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맛이다. 중국집을 운영하던 형제들이 중국 요리인 오향장육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것이 지금의 오향족발이다. 한국인 입맛에 부담없는 몇 가지 향신료만 넣어 삶기에 돼지의 잡내가 없고, 맛의 거부감이 없다. '콜라겐 덩어리'라 불리는 기름 붙은 껍질은 얇고 쫄깃하며, 살은 도톰하고 담백하다.
상추 대신 양배추가 함께 나오는데 직접 개발한 새콤한 마늘소스와 채썬 양배추를 곁들여 먹으면 good? 소스와 양배추만 곁들이면 맛이 깔끔해 족발 본래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족발을 주문하면 사골 국물에 직접 빚어 만든 한입 크기 만두를 품은 떡만둣국이 따라 나오는데 시원하고 개운한 뒷맛이 끝내준다. 오후 3시 이후부터 족발을 맛볼 수 있고, 당일 만든 족발만 판매하기에 늦게 가면 그 맛을 볼 수 없다.
성수동에 위치한 성수족발(02-464-0425)은 간이 강하고, 쫀득한 껍데기인 젤라틴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주얼부터 입맛을 돋운다. 주인장이 청춘을 다 바쳤다는 특제 국물에 족발을 삶아 깊은 맛을 낸다. 대추와 양파 등이 들어가 자연 단맛이 나고, 한약재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마치 달콤하고 쫀득한 캐러멜을 먹은 듯한 느낌? 반짝반짝 윤이 나는 껍데기는 쫄깃하고, 연한 살코기는 퍽퍽하지 않으며 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고소한 참기름으로 무친 부추무침과 겉절이 김치, 무절임, 콩나물국, 상추, 고추, 당근, 마늘, 쌈장, 새우젓이 한 세트로 나온다.
3가지 족발을 모두 맛본 나는 '언빌리버블?'을 외쳤다. 개성이 다르고 맛의 특징이 분명한 세 곳의 족발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허무한 일인 것 같다. 독일 학센이나 프랑스 코숑처럼 한국 족발도 세계적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조만간 지인들과 함께 매장에 직접 가서 맛보는 '족발 순례 코스'를 짤 생각이다.
홍석천씨는…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