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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묵은 김치와 도다리의 음식 궁합은? |
글쓴이: 월하 | 날짜: 2009-04-28 |
조회: 3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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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startools.co.kr/view.php?category=QkYTLUwwVTtNIxs%3D&num=EhhHdBY%3D&page=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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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김치에 싸서 먹는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푸른 빛이 도는 도다리 새꼬시를 4년 묵은 김장 김치에 싸서 먹는 맛 !
"ㅋㅋ~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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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땅 속에서 4년 숙성된 김치이구요. 오른쪽은 자연산 봄도다리 입니다. |
ⓒ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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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면 창포만에 있는 창포마산횟집은 오래 묵은 김치로 유명한 집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 마산에서 고성동해면으로 가는 '동진교' 바로 못 미친 곳에 있는 '창포 마산횟집'에서 도다리회를 먹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이른바 '회식'을 하러 갔습니다. 단체 살림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산 도다리회를 먹는 '호사'를 누리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몇 차례 행사를 치르면서 생긴 공동식사 비용을 모아서 3년 만에 '창포 마산횟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4년 묵은 김치와 도다리가 만날 때
차를 타고 가면서 전화로 예약을 했더니, 도다리 값이 금다리더군요. 2인분에 5만 원, 3~4인이 먹을 수 있는 큰 접시 한 접시에 8만5천 원이라고 하더군요. 차 안에서 잠시 의논을 한 끝에, 오랜 만에 마음 먹고 나왔으니 비싸도 한 번 먹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어휴 ~ 두 테이블이면 횟값만 17만 원, 술 값고 식사비를 합치면 20만 원이 훌쩍 넘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눈 딱감고 먹어보자"는데, 모두 의견을 모았습니다.
계절에 따른 횟감을 이야기 할 때, 이른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합니다. 봄에 도다리회가 가장 맛있을 때 라는거지요. 제철 음식은 값이 싸야 하는데, 지구온난화와 엘리뇨로 인한 수온 변화 때문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값이 비싸졌다고 하더군요.
창포 마산횟집은 마산에서 통영으로가는 국도에서 고성 동해면으로 가는 길로 좌회전을 해서 가다가, 몇 년전에 생긴 동진교에 조금 못미쳐 오른 편에 있습니다. 동진교를 건너면, 이봉주 선수가 연습을 하던, 이봉주 마라톤 연습코스가 나오지요.
마산 - 통영 국도에서 동해면으로 가는 길로 좌회전을 하면, 왼편으로 아름다운 창포만이 펼쳐집니다. 길가 표지판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물론 표지판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바닷길을 바라보며 가다가 '표지판'을 발견하면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뜻입니다.
차를 천천히 몰고 가거나 혹은 걸어서 가면 더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차들은 씽씽 달리고 아직 공사 중인 구간도 많으며 보행자도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걷기에 위험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바닷가에는 태풍 매미 이후에 인공 방제 언덕을 쌓아서 경관을 망쳐 놓았습니다. 특히 횟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경관을 콘크리트 장벽이 가로 막아 흉물이 되어있습니다.
창포마산횟집 앞에는 콘크리트가 막혀 있지 않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경관도 좋은 편입니다. 다만, 아직 도로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금 어수선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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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에 있는 횟집들처럼 여러가지 기본안주를 내놓지는 않습니다. 횟집은 회가 가장 중요하지요. |
ⓒ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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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이 차려져 있더군요. 시내에 있는 횟집처럼 여러가지 '기본안주'(쯔께다시)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메인 메뉴인 '회'를 준비할 동안 잠시 궁금한 입을 다실 수 있는 정도지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했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곧 도다리회가 나왔습니다.
접시에는 도다리회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회만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오지요. 회를 좋아하는 제 동료 하나는 횟집에서 접시에 '회'말고 이것 저것 올려서 나오는 것이 가장 싫다고 하더군요. 이 집도 도다리세꼬시만 한 접시씩 가득 담아 내왔습니다.
푸른 빛이 도는 도다리 새꼬시를 4년간 땅속에서 묵혀 낸 신김치와 곁들여 싸먹는 맛이 카~ 죽입니다. 손바닥에 상추나 깻잎을 얹고, 그 위에 4년 묵은 신김치를 올리고 도다리 세꼬시를 한 젓가락 푹 떠서 놓고, 초고추장 대신에 생된장을 넣고, 매운풋고추를 넣어 싸 먹는 맛 최고입니다(글을 쓰는 동안 또 침이 넘어가는군요).
뼈째 썰어낸 세꼬시의 약간씩 오도록 씹히는 맛도 일품입니다. 소주 한 잔 마시고, 도다리 묵은 김치쌈 하나 먹고, 매실주 한 잔 마시고, 도다리 묵은 김치쌈 하나 먹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식도락을 즐겼습니다. 모두 다섯 병을 비웠으니 술을 안 먹는 두 사람을 빼고, 1인당 1병씩 먹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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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박하고 매운탕 사진을 안 찍었네요. 밥과 함께 나오는 반찬입니다. |
ⓒ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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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
회를 먹고는 매운탕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집 매운탕은 다른 횟집과 차원이 다릅니다. 회를 뜨고 남은 생선뼈를 가지고 매운탕을 끓이지 않습니다. 횟감으로 사용하는 살아있는 활어를 사용하여 매운탕을 끓여줍니다. 저희가 간 날은 우럭매운탕을 끓여주더군요. 커다란 뚝배기에 어른 손목만 한 우럭 세 마리씩이 들어간 매운탕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횟집과는 달리 매운탕값도 제대로 받습니다. 회를 먹고나서 매운탕을 시켜도 매운탕 값을 따로 2만 원씩 받으니까요. 그렇지만, 회를 썰고 남은 뼛 사이에 붙어 있는 생선살을 발라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회를 배불리 먹고도 매운탕이 나오면 쉽게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없는 깊은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4년 묵은 신김치와 함께 밥을 싸서 매운탕과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밥과 함께 정갈한 밑반찬이 몇 가지 나오기는 하지만, 그 맛이 묵은 김치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된장을 넣어 삭힌 깻잎 김치도 매운탕과 잘 어울리는 밑반찬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묵은 김치에는 비할 수 없지요.
4년 동안 땅속에 묻었다가 꺼내서 손님들에게 내놓는다는 이집 김치는 생각만큼 그리 시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신맛과 함께 묵은 김치에서 우러나는 깊은 시원한 맛이 생선회와 잘 어울립니다. 생선회를 김치에 싸서 먹는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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