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침에 조기를 반찬으로 먹고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다며 찾아온 중년 남자가 있었습니다. 밥을 한숟가락 크게 떠먹어 보고, 억지로 토해도 보고, 별짓을 다해도 목에 걸린 느낌이 가시지가 않는다더군요. 그래서 내시경을 해보았죠.
목은 기도, 성대 등이 식도를 누르고 있어서 내시경이 들어가도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내시경 앞에 투명한 프라스틱 캡을 씌우고 후두부에 들어가서 본 사진입니다. 위 사진의 좌측에 보면 가운데 햐얀 가시가 보이죠? 그리고 오른쪽 사진에서 집게로 가시를 잡고 빼는 모습입니다. 다행이 이 환자분은 가시가 식도를 뚫지는 않았고, 가시의 날카로운 부분을 운 좋게 잘 잡아서 어렵지 않게 제거가 가능했죠. -> 이렇게' 행복한 결말(happy ending)'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 오전 내시경을 하는 날인데 외래 진료를 하는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어제 매운탕을 먹고 부터 가슴이 아프다는 할머니가 왔는데, 아무래도 가시가 식도에 걸린 것 같으니 조심해서 내시경을 해달라고요.
허걱~~~. 식도 중간 높이에 넙적한 가시가 박혀 있네요. 이렇게 사방이 날카로운 생선뼈가 가장 골치 아프고, 무섭습니다. 가시가 박힌지 시간이 오래 경과한 탓인지, 좌측에 이미 구멍이 난 것 같더군요. 식도천공(파열)이 의심되는데, 사망률이 아주 높습니다. 식도 옆에는 심장과 대동맥 같은 중요한 기관이 있고, 입과 식도에 사는 세균들이 심장과 대동맥을 싸고 있는 막(종격동)에 염증을 일으키면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열심히 해도 사망률이 80%에 이릅니다.
기구를 이용하여 조심조심 제거에는 성공했습니다. 빼내다가 환자가 웩하고 구역이라도 하는 순간에 목과 같이 좁은 부위에 저런 날카로운 가시가 있으면...... 완전히 난리가 납니다. 피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식도를 완전히 뚫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좌측에 작은 구멍이 '뽕'하고 나 있죠? 식도가 터진 겁니다(정확히 말하면, 이미 터져있었던 거죠).
일단은 클립(clip)으로 꼬매 놓았습니다. 그리고 CT를 찍어서 보았더니 역시 식도 옆으로 공기가 새어 나갔더군요. 식도천공이란 이야기입니다. 금식하고 항생제를 충분히 사용하고는 있지만 만일 열이 나면 큰 일인데 걱정이네요. 심장을 싸고 있는 막(종격동)에 세균에 의한 염증이 생기면,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망률이 아주 높거든요. 젊은 사람도 아니고 80세 노인이니 사망률은 더 올라가겠죠......
생선 가시가 목이나 가슴부위의 식도에 걸려서 식도천공이 생기고, 이에 따른 종격동 염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이따금 봅니다. 젊은 사람들도 간혹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경우를 본 담니다. 저희 (의사들)끼리는 '야~~. 기껏 생선 가시 하나 못 발러먹어 죽다니 얼마나 억울할까? 얘들아(전공의들), 일은 빨리해도, 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라고 씁쓸하게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동전 같이 뭉뚝한 물건이 식도에 걸려도 문제이지만, 생선이나 돼지 등뼈 같은 날카로운 물질이 식도에 걸리면 초응급상황입니다. 내시경으로 제거하든, 가슴을 열고 수술로 제거하든,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시 이야기하지만, 초응급상황이므로 꼭 응급실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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