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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은 사찰밥상, 프랑스 미각 깨우다 |
글쓴이: ★…믿는 ㉠ㅓ㉧f | 날짜: 2011-10-14 |
조회: 8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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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두번째 열린 사찰음식 해외 시연회 성황 라파예트 백화점에 전문식당 입점 성과
[세계일보]"채소로만 만든 음식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느냐면서 프랑스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최근 한국 불교 세계화를 위해 머나먼 법국(法國·프랑스)으로 간 조계종이 사찰음식으로 까다로운 파리지앵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해외 사찰음식 시연행사였다. 300여명을 초대한 대규모 뉴욕 행사와 달리 이번에는 유네스코 한국대표부와 함께 조촐하게 치른 행사였음에도 세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파리 라파예트백화점에 한국 사찰음식 전문식당 입점이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왔다. 지지부진한 한식 세계화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계기이기도 하다.
현지에서 시연을 맡았던 조계종 공식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의 총책임자 대안 스님을 13일 만나 미식의 나라를 사로잡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랑스인들이 한국 사찰음식에 반한 이유
대안 스님은 "생명존중사상을 기반으로 한 사찰음식은 가장 정갈하고 순수한 음식이며, 한 끼 밥상을 통해 우주를 다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한 상으로 뿌리부터 줄기, 열매, 꽃까지 식물의 모든 것을 먹을 뿐 아니라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등 오미(五味)와 오방색(음양오행사상을 기초로 한 한국의 전통 색상,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이 다 들어간다"며 "조리과정을 보여주고 다섯 가지 맛이 우리 몸의 생리활동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니 '훌륭한 밥상'이라고들 했다"고 전했다.
수행자의 깨달음을 돕기 위한 수행식인 사찰음식은 육류는 물론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일명 다섯 가지 매운 채소인 '오신채(五辛菜)'도 몸의 기운을 들뜨게 한다고 해 절대 쓰지 않는다.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는 서구에서 메인 메뉴인 고기도 없고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향신료 사용을 절제한 사찰음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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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에 삼색 찰밥을 채워 넣은 연근삼색찜과 곰취쌈밥, 송이장아찌.
| 대안 스님은 "프랑스에는 채식주의자 메뉴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있다 해도 볶은 채소를 틀에 눌러 예쁘게 꾸미거나 찐 감자에 버터를 바르는 정도"라며 "그에 반해 사찰음식은 야채를 찌고, 굽고, 부치는 등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한 상이 차려지는 것에 감탄하고 김치와 장류, 장아찌 등 다양한 발효음식이 존재한다는 것에도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특히 식자재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사찰음식은 맛과 향이 강한 한식에 적응하지 못하던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시도하고 "정말 담백하고 맛있다"며 상을 거의 다 비웠다.
"프랑스에서는 하류층은 오신채를 먹고 상류층은 오신채를 쓰지 않는데 한국의 불가에서도 그런 이유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냐"는 현지 기자의 질문은 프랑스에서 사찰음식이 고급음식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내년 5월 라파예트백화점 옥상의 푸드코드에 한국 사찰음식 전문식당을 여는 조계종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전무하다시피 한 프랑스에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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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샐러드에 된장유자청 소스를 곁들인 산야초샐러드.
| 프랑스에 소개된 사찰음식들
조계종은 이번 행사에서 밥과, 찬 15가지로 이뤄진 15합 한상차림을 선보였다. 건배주로는 스님들이 마시는 곡차인 송차를, 애피타이저로는 연근칩 사과칩 오렌지칩 김부각 감자부각 등의 주전부리와 된장유자청 소스를 곁들인 산야초샐러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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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칩, 사과칩, 연근칩, 김부각, 감자부각 등으로 이뤄진 주전부리.
| 또 연근, 마, 송이버섯 등을 구운 뿌리구이, 두부소박이, 연근삼색찜, 곰취 쌈밥, 버섯강정 월과채 등의 요리에 잡곡밥과 버섯들깨탕, 김치, 호두조림, 시금치나물 등 기본 찬까지 모두 한 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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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에 칼집을 내고 그 사이에 다진 표고버섯으로 속을 채운 두부소박이와 빈자적.
| 솔잎에 물과 설탕을 넣고 오랜 시간 발효, 숙성시킨 송차는 지난 6월 방한했던 할리우드 유명 배우 리처드 기어도 극찬하며 포장해 갔을 정도로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코 끝을 타고 올라오는 솔잎향에 머릿속까지 쾌청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얇게 썰어 자연건조시키거나 기름에 살짝 튀긴 주전부리는 롯데호텔의 고급 한식당 무궁화에서 벤치마킹해 가기도 했다. 산야초샐러드에 뿌린 된장유자청 소스는 된장과 유자청, 배즙, 식초를 1대 1대 1대 0.6 정도의 비율로 섞었다. 분명 된장 맛이 나는데 상큼하고 뒤끝이 개운해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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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 마, 송이버섯을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하게 구운 뿌리구이.
| 뿌리구이로 내놓은 연근은 특유의 향은 오간 데 없고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마치 찐 감자처럼 폭신하고 구수한 맛이 났다. 연근을 살짝 찐 후에 기름에 구운 것이 비법이었다. 한방에서 '약선' 재료로 꼽히는 마도 프랑스 바게트 빵처럼 잘라 불에 살짝 구워냈다. 두부 사이에 다진 표고버섯을 끼워넣은 두부소박이와 빈자적(녹두전)에는 고추를 간장에 한 달 정도 숙성시킨 뒤 야채와 버무린 고추소스를 함께 냈다. 연근삼색찜은 우리 사찰음식이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찹쌀을 백년초, 치자, 녹차가루로 색을 낸 뒤 꽃 모양으로 잘라낸 연근 안에 채워넣었다. 곁들여 나온 곰취 쌈밥은 밥에 견과류와 곰취 줄기를 다져넣고 곰취 잎으로 싸내 쌉싸름하면서도 정갈했다.
글 김수미 기자, 사진 남제현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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