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멕시코식으로 만든 타코
‘칠리칠리(Chili Chili)’는 제대로 된 멕시코 대표 요리, 타코를 파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손바닥만한 밀전병에 맵디매운 할라페뇨 고추, 아삭한 양상추, 검은 올리브, 생크림, 싱싱한 토마토, 다진 쇠고기 또는 닭고기를 넣어 도르륵 말은 ‘타코’(3000원)가 가장 많이 나간다.
하지만 이 집 종업원들은 “멕시코에서 진짜 즐겨 먹는 건 ‘타코 알 파스토르’(taco al pastor·2500원)”라고 한다. 밀가루가 아닌 옥수수가루로 만든 노릇한 전병에 고기와 할라페뇨, 코리앤더만을 넣었다. 단순하기에 더 또렷하게 부각되는 재료 각각의 풍미를, 텁텁한 듯 구수한 옥수수 전병이 든든하게 받쳐준다. 멕시코식 고추장 ‘살사’를 뿌리면 강렬한 매운 맛이 입안을 불태운다.
코리앤더는 중국·태국음식에서 ‘향채’ 혹은 ‘고수’라 불리는 풀인데, 그 독특한 냄새가 싫다면 미리 빼달라고 말하면 된다. 오전 11시에 열어 오후 10시 닫는다. 설·추석처럼 큰 명절에만 쉰다. (02)797-7219
커피, 신선하게 제대로 뽑는다
‘카페 T8’은 이 거리에서 커피를 가장 제대로 뽑는 집. 남산에 있는 한 특급호텔 식음료 담당 부장이 “커피가 생각날 때 가는 집”이라며 추천했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커피 원두를 갈아 신선한 ‘에스프레소’(3500원)와, 에스프레소에 거품 낸 우유를 넣은 ‘카푸치노’(4000원) 등을 만들어낸다.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달걀 프라이, 양상추, 토마토를 구수한 호밀빵 3쪽 사이에 터질듯이 채워넣은 ‘클럽샌드위치’(6500원)는 느긋한 주말 브런치로 훌륭하다. 고기 대신 두툼하게 자른 넓적한 두부를 넣은 ‘두부 샌드위치’(5500원)가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 많다고. 오전 11시~오후 11시.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에 쉰다. (02)794-7850
외국인이 반한 차돌박이
‘Thin Sliced Beef Brisket’? ‘Seasoned Beef Sirloin’? 앞 음식은 ‘차돌박이’고, 뒤는 ‘주물럭’이다. 반포로 맨 끝에 있는 ‘차돌집(Chadol House)’ 메뉴판에는 이렇게 친숙한 한국 음식들이 영어로 적혀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까닭이다.
차돌박이(150g 1인분 1만2000원)는 고기와 희고 단단한 차돌 기름이 섞인 비율이 좋은 편이고, 주물럭(150g 1만5000원)도 슴슴한 듯 양념이 괜찮다. ‘특생등심’(150g 1만7000원)은 앞서 둘만 못했다. 차돌박이를 구울 때는 숯불을 약하게, 등심은 숯을 많이 넣어 불을 강하게 키워주는 등 고기에 맞춰 불조절을 해주는 주인의 배려가 세심하다.
고기에 곁들여 마시면 좋을 와인도 갖췄다. 다양하지는 않지만, 프랑스와 미국, 칠레산 와인이 1만2000원에서 최고 3만3000원으로 저렴한 편. 3만2000원짜리 칠레산 ‘5사우스(South)’가 약간 단맛이 나서 마시기 편하면서도 고기의 기름기를 입안에서 싹 걷어낸다.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 큰 명절에만 쉰다. (02)790-0789
빵 사이에 끼워넣은 중동의 맛
‘이스탄불’은 이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터키음식 ‘케밥’을 파는 집. 기름이 쪽 빠지도록 담백하게 구운 쇠고기·닭고기·양고기 중에서 선택하면 얇고 납작한 빵에 싸서 판다. 쇠고기와 양고기는 3500원, 닭고기 3000원. 더욱 이국적인 맛을 찾는다면 중동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팔라펠’(3000원)에 도전해본다. 병아리콩을 갈아 다진 양파, 풋고추, 후춧가루, 코리앤더와 버무려 동그랗게 빚은 완자를 기름에 튀겨 빵 사이에 넣었다. 구수한 콩맛이 한국인 입맛에서도 그리 벗어나진 않는다. 코리앤더와 향신료 냄새는 버거울 수 있다. 오전 11시~오후 11시. 매달 첫째·셋째 월요일 쉰다. (02)796-0271
차 한잔 마시면서 초상화도 그려볼까
카페 T8이 있는 좁은 골목과 반포로가 만나는 모퉁이에 ‘아트 카페(Art Cafe)’가 있다. 이름에 걸맞게 가게 앞유리에는 초상화와 풍경화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에스프레소·카푸치노·아이스카페·녹차라떼 등 음료가 2000~3000원. 커피를 마시며 30분만 앉아 있으면 초상화를 쓱싹 그려준다. 그림만 2만원, 액자에 넣으면 4만~7만원.
‘햄치즈 샌드위치’, 치즈를 넣고 토스터에 구운 ‘그릴드치즈 샌드위치’(각 2000원) 등 간단한 요깃거리도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에는 닫는다. 인터넷전화 (030)3487-34644
가족모임 하기 좋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이탈로니아(Italonia)’는 반포로에서 가장 크고 번듯한 레스토랑이다. 빳빳하게 풀 먹인 하얀 식탁보와 짙은 갈색 테이블, 넓은 방 등 가족모임을 하기에 좋아 보인다. 가격도 가장 비싸서 애피타이저와 파스타, 피자류는 1만원 이상, 메인요리는 2만~4만원대다.
스파게티·피자 등 웬만한 이탈리아 음식은 다 된다. 밋밋한 크림소스보다는 매운맛이 살짝 도는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수프나 파스타가 강세. 애피타이저, 샐러드, 파스타, 메인 요리, 디저트 등을 선택하는 ‘가족메뉴’(7만5500원, 12만5000원)도 있다.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 오후 3~6시 잠시 쉰다. 연중 무휴. (02)795-7300
지난 주말 문을 연 태국음식점 카오산로드(Kaosan Road)도 괜찮다.
먹고나서 헌책방도 들려보자
‘이태원 외국서점’(Itaewon Foreign Bookstore)은 1973년부터 이 자리에서 외국어 헌책을 사고 팔고 거래해왔다. 외국인들은 약속장소로도 애용한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소설은 역시 ‘다 빈치 코드’. 시내 대형서점에서 1만2000원쯤 하는 원어 소설은 이곳에서 6000원에 거래된다. 존 그리샴, 패트리샤 콘웰, 톰 클랜시 등 인기 작가 소설을 4000~5000원에 판다. 다 읽은 책을 가져오면 다른 책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거의 매일 문 연다. (02)793-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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