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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개성만점 카페·식당들 발걸음 세우다 |
글쓴이: 윈디 | 날짜: 2009-07-17 |
조회: 3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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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startools.co.kr/view.php?category=REgKL1Yq&num=EhtMcRQ%3D&page=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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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의 가게들은 작다. 4~10평 정도의 초미니 레스토랑이 대부분이다. 옆 자리 손님과 무릎이 닿기도 하고, 주인장이 요리하는 모습이 코 앞에서 보인다. 이 작은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까. 주인의 이력만큼 작지만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식당과 카페 네 곳을 들렀다.
■ 피자리움
로마식 조각피자 전문점 '피자리움'은 아담하다기보다 좀 비좁다. 20㎡ 가량의 공간에 2인용 탁자가 5개. 가게 바깥 인도에 비치파라솔과 함께 설치한 의자 8개까지 포함, 기껏해야 18명이 동시에 피자를 즐길 수 있다. 한데 주방에서는 4명의 장정이 어깨를 부딪히며 피자를 굽는다. 큰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나 나지 않으면 천만다행이겠다 싶다.
그러나 주인 박찬호(37)씨는 연신 미소를 짓는다. 매운 살라미 피자 등 5,000원 내외의 네모난 피자조각이 평일엔 300조각, 주말엔 500조각 가량 팔리기 때문이다. 주말엔 손이 모자라 주방에 1명이 더 투입된다. 정통 이탈리아의 신선한 맛이 인기 비결이다.
대학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한 박씨는 6년간 대형백화점의 바이어로 살았다. 남들은 번듯한 직장이라 부러워했지만 그는 "적성이 맞지 않았다." 결국 대학시절 어학연수를 하며 품은 꿈을 펼쳤다.
2005년 로마행 비행기를 탔고, 피자학교 '아 따볼라 꼰로 셰프'(A Tavola Con Lo Chef)에서 공부한 뒤 로마의 '피자리움'에서 일을 배웠다. 2006년 귀국해 이화여대 앞에 '치로'라는 이름으로 첫 개업을 했고, 지난해 가게 이름을 바꿔 경리단길로 옮겼다.
"국내에 많이 보급된 화덕 피자는 나폴리식입니다. 오븐에 굽는 로마식 네모 피자 가게는 아마 저희가 유일할 것입니다. 경리단길 가게는 색다르고 이국적인 맛을 지니고 있으면 다들 장사가 잘 됩니다."
■ 미 마드레(Mi Madre)
허름한 건물의 숯불구이집 옆으로 난 좁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었더니 뜻밖에도 따스한 분위기의 아늑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2, 3명이 앉을 수 있는 둥근 테이블 6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주방에 걸린 노랑, 빨강색의 선명한 컵들, 벽면에 그려진 플라멩코를 추는 남녀의 모습이 이곳이 스페인 식당임을 알려준다. 주방은 마치 집의 부엌처럼 완전히 오픈돼 있다.
'미 마드레'의 사장 정승원씨는 "처음 보는 사람끼리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주인장이 공짜로 술도 더 주는 '타파스 바'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타파스'는 다양한 메뉴를 소량으로 먹는 스페인의 간식이다.
정씨는 패션 MD 출신. "10년 넘게 정신없이 일하다가 문득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돌아와 지난해 5월 이 식당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스페인 음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역적 분위기와 작은 규모로 큰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리단길을 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을지는 풍경을 기막히게 담아내는 커다란 창문 두 개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정씨가 말하는 스페인 음식의 매력은 소박함이다. 순수하게 식재료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포인트이고, 양념이나 장식도 별로 없다.
직접 육수를 우려내 만든 오징어먹물 빠에야와 스페인식 감자 오믈렛인 토르티야 에스파놀랴에 와인 칵테일인 상그리아까지 곁들이면 안달루시아 지방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 하다. 가격도 저렴해 평일 점심엔 9,500원에 정통 빠에야를 맛볼 수 있다. 테이블 수가 작은 만큼 예약은 필수. 식당 이름은 '우리 엄마'라는 뜻이다.
■ 스탠딩 커피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 힘들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달랑 4개 있는 높다란 테이블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 위에 툭툭 올려져 있고, 메뉴판은 도로표지판 기둥에 매달린 채다. 테이크아웃이 기본이지만, 먼 데서 찾아온 손님들은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4월 오픈한 이곳의 분위기는 감각적이고 젊다. 정직하고 커다란 글씨체로 쓴 검정색 로고, 경쾌하게 울리는 일렉트로닉 음악, 흰 셔츠에 멜빵, 크롭트 팬츠에 스니커즈까지 맞춘 20대의 남자 바리스타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연상된다는 이들도 있다.
스탠딩 커피의 인테리어부터 의상, 조명, 음악 등 모든 것은 사장 김상혁(29)씨가 직접 연출한 것이다. 그는 극단 미추와 디딤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겸 무용수. "공연을 올리는 것은 합동 작업이잖아요. 여기서 나만의 무대를 올린다 생각하고 커피와 바리스타가 가장 돋보이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컨셉트는 뜻밖에도 정육점이었다고 한다. 고기를 보기 좋게 걸어놓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친근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그런 느낌이 좋아서다. 다음달에는 이곳에서 사물놀이와 무용을 결합한 공연도 열 예정이다.
이곳 커피는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양이 많다. 아이스커피의 경우 보통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초대형 사이즈인 24온스 딱 한 종류다. 가격은 양에 비해 착한 편. 너무 많지 않냐는 질문에 김씨는 "둘이서 나눠 먹으면 되죠. 맛있는 커피를 저렴한 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 요리사 손지영의 핫토리키친
일본식 선술집인 이곳은 과일과 야채 등을 파는 트럭들의 스피커 소리가 웅웅거리는, 생활공간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와 반찬가게들 사이에 있는 모습도 조금은 뜨악하다. 하지만 주변과의 부조화 속에서 자기 빛을 발하는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주방을 향해 놓인 등받이 의자가 6개. 등받이 없는 간이의자까지 포함해야 최대 12명이 서로 어깨를 비비며 겨우 앉을 수 있다. 16㎡ 가량의 좁은 공간이지만 주인 손지영(35)씨가 펼쳐내는 일본요리의 세계는 넓기만 하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샐러드와 우동을 결합한 샐러드 우동은 정갈하고, 도미뱃살 데리야끼는 부드러우면서도 풍성한 맛이다.
마땅한 직업 없이 삶을 즐기던 손씨는 28세 다소 늦은 나이에 일본 요리유학을 떠났다. 손씨의 솜씨를 눈여겨본 고모가 반강제로 보낸 유학이었다.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서 2년 과정을 공부한 손씨는 "평생 그리 공부를 잘해본 적 없다"고 자평할 정도로 요리에 빠졌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한 제약회사의 프랜차이즈 사업 신메뉴 팀장으로 1년을 일하다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고, 2008년 7월 개업했다.
손씨는 자기 이름을 내건 가게를 유쾌하고 맛있는 술집으로 만들고 싶다. 손씨는 "손님들이 아는 사람 집에서 잘 대접받는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손님이 원하면 즉석 메뉴도 가능합니다. 저는 입맛 까다로운 손님이 반가워요. 저의 승부욕을 자극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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