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 여름이면 감자를 심듯이 흔히 심은 게 토란이었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 밭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면 지난해 캔 토란 중에 남은 것들을 땅에 묻어요. 그러면 '애비토란'이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 새로운 '새끼토란'들이 조롱조롱 매달린답니다. 토란 한 알이 애비이자 씨앗이 되어 여러 개의 토란을 키우는 거죠. 말이 참 예쁘죠? 아비토란, 애비토란…. 이렇게 매년 늦가을이면 토실하게 살이 오른 토란을 캐서 포대나 바구니에 담아 이듬해 늦가을이 올 때까지 먹었더랬지요. 추석 상에는 항상 애비토란이 올랐어요. 흙을 씻어내고 껍질을 벗긴 토란을 쌀뜨물에 담가두었다가, 반은 빨갛고 반은 파랗게 익은 매운 고추인 반불겅이 고추, 대파 그리고 약간의 고기만을 넣어 끓여요. 귀하던 참기름 한 방울의 고소함이 코끝에 닿고 뿌옇고 자작한 국물 한 모금으로 혀를 적시면… 추석이 가까왔음을 알았는지, 맛있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마음이 들떴지요. 옥수수 줄기를 씹는 것처럼 아삭하면서 차지고, 속은 맹맹한 토란 한 알을 숟갈에 올려 짭조름하면서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국물을 함께 떠먹던 애비토란찜이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만들기 1 토란은 잘 씻어 껍질을 깎고 쌀뜨물에 30분간 담가 미끈거림을 없앤다. 2 끓는 물에 식초 한 방울을 넣고 ①의 토란을 10분간 데쳐 아린 맛을 없앤다. 3 쇠고기와 새우젓은 곱게 다진다. 4 반불겅이 고추는 씨를 턴 뒤 잘게 다지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5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쇠고기를 넣고 분량의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 뒤 토란을 넣고 고루 섞는다.
6 불에 올려 쌀뜨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뒤 위아래를 뒤적여 간이 고루 배게 한 다음 고추와 대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