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뚝배기불고기나 갖은 재료를 넣고 푸짐하게 볶아내는 불고기가 아닌, 어릴 적 추석이면 당면이 들어간 간장불고기를 먹었어요. 고기가 귀하기도 했지만 당면은 그나마 구하기 쉬운 식재료였거든요.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양념에 쫄깃하게 쭉쭉 늘어지는 당면도, 금세 통통하게 불어버린 당면도 어쩜 그리 맛있던지…. 함께 들어가는 채소는 약간의 당근과 먹기 싫던 대파였지만 끓이면서 달큰하게 바뀐 맛에 골라내지도 않고 먹기 바빴어요. 여럿이 먹는 추석 상에서 부족한 고기 대신 당면이라도 배불리 먹이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녹아 있는 요리죠. 어머니가 해주시던 또 하나의 별미는 독특한 향이 느끼한 속을 확 풀어주어 자꾸 먹게 되는 방아잎전이에요. 방아 잎과 부추를 넣고 청양고추를 잔뜩 넣어 손바닥 만하게 부쳐내는 전은 굽는 족족 저를 비롯한 가족들의 입 속으로 쏙~! 늘 먹던 음식과는 다르게 톡 쏘는 향과 맛이 새콤달콤했어요. 부추전, 호박전은 먹다 보면 금방 물리는데 방아잎전은 그렇지 않아요. 부치자마자 먹고 채반에 꼬들꼬들하게 말려 먹거나 마른 전을 다시 데워 먹으면 어떤 과자도 부럽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