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토마토케첩에는 예상대로 L-글루타민산나트륨, 향미 증진제, 합성 착향료, 변성 전분 등이 잔뜩 들어 있었고, 생산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중국산 페이스트를 쓴 제품도 있었다. ‘유기농’ 자 붙은 상품은 다행히 라벨에 합성 첨가물, 인공 조미료 리스트는 없었지만 당도가 높아 아이 입맛을 버릴까 봐 걱정되었고, 개중에는 고유의 ‘케첩 맛’과는 차이가 있는 맛없는 제품도 있었다. 그러던 중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제이미 올리버가 텃밭 토마토를 따다 케첩을 만드는 장면을 보고 얼른 수첩을 꺼내 적어 내려갔다. 양파를 노래지도록 볶다가 코리앤더, 클로브 등의 허브와 생강, 마늘, 토마토, 토마토 퓨레와 식초, 설탕을 넣고 졸여서 다시 믹서에 갈아 거르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드는 홈메이드 케첩은 재료부터 조리 과정까지 꽤 복잡해 보였다. 하지만 수랏간 김영빈 선생이 아이에게 만들어준다는 케첩 레시피는 간단했다. 방울토마토를 이용하면 보통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아 설탕을 조금만 넣어도 되고, 식초, 소금, 설탕을 적절히 넣으면 제이미처럼 각종 허브나 화이트 와인 등을 넣지 않아도 새콤달콤한 케첩 맛을 낼 수 있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보니 방울토마토를 50알이 넘게 넣었는데도 100ml도 안 되는 양이 나왔는데 시판 케첩은 대체 어떤 재료로 부피를 채워 그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지 의아했다.
유기농 방울토마토로 케첩 만들기
방울토마토는 보통 완숙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아 설탕을 적게 넣어도 된다.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마토의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 함량이 유기농 토마토에 더 많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유기농 방울토마토를 이용했다.
재료
유기농 방울토마토 500g(중간 크기 60알 정도), 월계수 잎 1~2장, 유기농 설탕 1큰술, 소금 1/2작은술, 식초 2큰술, 녹말물(녹말가루 1½큰술, 물 2큰술)
2_토마토가 터져 부드럽게 익으면 체에 거른다. 이 과정에서 껍질과 씨가 제거되므로 미리 껍질을 벗기거나 씨를 빼지 않아도 된다. 체에 내리는 대신 믹서에 갈아도 되지만 설거지거리가 많아져 더 번거롭다.
4_3에 설탕, 식초, 소금을 기호대로 넣고 되직하게 조리다가 녹말물을 넣어 원하는 농도로 조린다. 케첩이 완성되면 물기 없는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POINT
케첩에 조미를 할 때 설탕, 소금을 넣고 섞은 후 식초는 마지막에 넣는다. 미리부터 넣고 끓이면 새콤한 맛이 날아가버린다.
만들어보니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에 비해 재료와 과정이 간단했는데도 예상 밖의 새콤달콤 맛있는 케첩이 완성되었다. 위의 과정에서 녹말물을 넣지 않으면 스파게티나 피자에 이용하는 토마토 페이스트가 되는 것. 토마토 페이스트는 냉동실에 얼려두고 쓰면 된다. 케첩을 만들 때 화이트 와인을 넣으면 잡내가 제거되고 약간 단맛이 돌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이니 굳이 안 넣어도 된다. 양파나 셀러리 같은 채소나 통후추, 계피, 바질 등을 넣으면 풍미가 있으나 오히려 아이들은 잘 안 먹는다. 홈메이드 케첩은 찍어 먹을 때 줄줄 흐르는 정도는 아니나 시판 케첩보다 무른 편. 보관 용기는 굳이 소독하지 않고 물기만 제거해도 냉장고에 보관하면 2~3주 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