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케첩은 서양식 조미료 중 하나로, 완전히 익은 토마토를 으깨어 즙을 낸 뒤 소금, 설탕, 각종 향신료를 첨가하고 일정한 시간을 끓여서 만든다. 집에서 만든다면 몸에 좋은 토마토 덕분에 웰빙 식품으로 대접 받을 만한 메뉴. 하지만 공장에서 제조하는 순간,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되게, 더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보
이게 만들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지금 당장 냉장고 속 시판 토마토케첩을 꺼내 포장에 쓰인 성분 표시를 읽어보라. 끝없이 이어지는 성분 중 토마토와 식초, 설탕, 소금을 제외한 대다수가 바로 식품첨가물이다. 문제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첨가물의 종류와 허용 수치 기준이 정해진 것은 기껏해야 20세기 초 즈음이라는 것. 그 역사가 짧으니 이들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게다가 토마토케첩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가공식품임에도 불구하고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취재하여보니 가공 토마토케첩에 대한 연구가 없었을뿐더러, 가공식품을 관리,감독하는 농림 수산식품부 산하 식품연구원에서도“일반 토마토케첩이나 유기농 토마토케첩의 첨가물은 식품공전법상의 제한을 받으므로 성분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인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안병수 소장은 시중에 유통되는 토마토케첩을 살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토마토케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첨가물은 인공 조미료와 합성 향료입니다. 그런데 일부 저가 제품에는 천연 향첩신료 대신 합성 착향료가 들어가 있어요. 입맛을 당기기 위해 조미료로 MSG를 첨가한 제품도 있지만, 성분 표시로는‘L-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 적혀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겁니다.” 식품첨가물 중 화학적 성분 결합으로 탄생한 합성 첨가물은 인체에 특히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는 MSG 성분은 신경을 떨리게 할 뿐 아니라 발암물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 용인대학교 식품학과 김혜영 교수는 외국 브랜드의 토마토케첩 또한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외 국브랜드 제품 중 설탕 대신 고분자 다당료(High Fructose Corn Syrup)를 넣은 제품들이 있어요. 이 성분은 원자 구조를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암이나 성인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죠. 현재 트랜스 지방과 함께 가장 유해한 첨가물로 취급됩니다.”따라서 외국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무조건 선호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도‘무설탕’을 전면에 광고한 아이용 토마토케첩의 뒷면 라벨을 보니 설탕과 다름없는 과당을 넣은 사례가 있었고, 가공 감시 체계가 투명하지 않은 중국산 토마토 페이스트를 쓴 제품도 있었다.
유기농 토마토케첩은 우수했다!
다행인 것은 국내 대표적 유기농 토마토케첩을 조사한 결과, 두전문가 모두 유기농 제품들이 훨씬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 유기농 토마토케첩은 주원료인 토마토는 물론 설탕, 식초, 소금까지 유기농 인증 받은 것을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천연 첨가물의 수 또한 현저히 적었다. 더욱이 합성 첨가물, 인공 조미료를 첨가한 제품도 전혀 없어 안심이었다.“ 토마토의 대표적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이 유기농 토마토케첩에는 1g당 183mg이나 들어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어요. 미국 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유기농 토마토의 리코펜 함량이 높다는 의미가 있지요. 그래서 국내 유기농 토마토케첩도 일반 제품보다 리코펜 함량이 높을 가능성이 커요”라는 것이 김혜영 교수의 주장. 이에 반해 안상수 소장은 걱정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유기농이라고 하더라도 설탕, 정제당 등이 들어갑니다. 어렸을 적부터 입맛이 너무 달게 길들여지면 안 되는데 말이죠. 따라서 그 중에서 설탕의 비율이 낮고 토마토의 비중이 높은 제품을 고르세요.”결국 뜻 모르는 생소한 단어라 멀리하지 말고, 최소한 매우 해로운 첨가물의 이름이라도 외우라는 것이 두 전문가의 공통된 조언이다.
유기농 토마토케첩의 라벨을 읽다
현재 국내에는 유기농 농산물을 인증하는 기관은 많지만 유기농 가공식품을 인증하는 곳은 전무한 상태. 2008년 8월 식약청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인증 권한이 이관되었으나, 제도 정비 부족으로 두 기관에서 표시제(유기농 원료를 썼음을 알리는 방식)와 인증제(원료뿐 아니라 가공 방식까지 제품 전체 제조 과정을 평가)를 병행하는 상태다. 다행히 내년 1월 1일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인증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인증 마크만 보고도 유기농 가공식품을 고를 수 있는 신세계가 열릴지 모를 일. 허나, 그 이전까지는 제품 뒤편의 성분 표시를 꼼꼼히 읽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더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이에도 고민거리가 존재한다.
Issue 1 수입 토마토vs국산 토마토
김혜영 교수_“ 수입이라고 해도 외국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
수입산 토마토는 농축된 퓌레와 페이스트 상태로 들여온다. 그리고 모든 브랜드에서 외국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토마토를 사용하여 믿을 만하다. 게다가 퓌레와 페이스트는 통조림 상태로 이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생토마토보다 저장성이 높다.
안병수 소장_“ 국내에서 재배되고 빨리 소비되는 것이 바람직”
통조림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오래된 제품을 수입한 것인지 그 기한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제품에는 원산지만 표시되어 있기 때문. 반면, 국내산 토마토는 생산한 뒤 바로 퓌레로 만들었다가 토마토케첩으로 가공되기 때문에 더 신선할 가능성이 크다.
Issue 2 천연 향신료는 괜찮다vs향신료 숫자가 적은 것으로
김혜영 교수_“ 천연 향신료는 합성 향신료와 다르다”
천연 향신료는 논란거리가 못 된다. 집에서 만들 때도 맛과 향을 내기 위해서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는가. 기호에 따라서 향신료의 종류와 개수가 달라질 뿐이다.
안병수 소장_“ 추출된 천연 향인지 향신료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성분 표시에는 향신료 혹은 유기농 향신료로만 표기되어 있는데, 이에는 천연 식품에서 향만 추출해서 첨가한 것과 식품 자체를 갈아서 넣은 것으로 나뉜다. 만약 향만 추출한 것이라면 정제 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천연 그 자체라고 말하기 어렵다.
Issue 3 점증제‘산탄검’논란
김혜영 교수_“ 탄수화물을 순수 배양한 천연 첨가물”
산탄검은 탄수화물을 순수 배양해서 발효시킨 성분이다. 물과 토마토가 분리되지 말라고 넣는 성분으로, 토마토케첩에 점성을 주고 그 점성이 오래 지속되도록 돕는다. 예전에는 화학 유화제를 넣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자 천연 첨가물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발효시켜서 얻는 성분이기 때문에 천연에 매우 가까운 첨가물이고 첨가량도 매우 적다.
안병수 소장_“ 이소프로필 알코올로 정제하는 것이 문제”
산탄검이 해롭지 않은 천연 첨가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발효시킨 뒤 이소프로필 알코올이라는 유기용매를 사용해서 산탄검만을 분리해내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정제 과정을 거친 성분이라면, 이왕이면 없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기획 홍주희 | 포토그래퍼 조상우 | 레몬트리
라벨을 읽다
하인즈 유기농 토마토케첩
‘Australian Certified Organic Pty Ltd’인증 유기농 농축 토마토 77.43%. 셀러리, 정향, 양파 등에서 추출한 천연 향을 사용. 산탄검 불포함.
Taste 토마토케첩 마니아들이 일반적으로 시판 제품에 요구하는 새콤달콤함이 잘 살아 있다. 신맛은 가장 강한 편이지만 뒷맛이 깔끔하여, 느끼한 패스트푸드점 포테이토에 곁들이면 좋을 듯.
청정원 오푸드 유기농 토마토케첩
미국 CCOF 인증 유기농 토마토 페이스트 54%, 유기농 설탕 15% 함유. 계피, 정향 등의 허브가루를 넣어서 맛을 냈다. 산탄검 포함.
Taste 전형적인 국산 브랜드의 시판 토마토케첩 맛.
첫맛은 진하고 뒷맛은 약간 달면서 묵직하다. 농도가 되직하면서 색도 진하여, 반찬에 양념처럼 이용하기 좋다.
올가 유기농 토마토케첩
‘JAS’인증 유기농 토마토 32.7%, 유기농 설탕 16.4% 함유. 바질, 계피 등의 허브를 갈아서 향신료로 넣었다. 산탄검 불포함.
Taste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훌륭하고 약하지만 토마토 맛도 느껴졌다. 첫 맛에 입맛을 사로잡지는 않지만 여러 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복음자리 유기농 토마토케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 받은 국산 유기농 토마토 사용. 토마토 페이스트 54%, 토마토 퓌레
9%, 유기농 설탕을 포함한다. 향신료는 전혀 넣지않았고, 산탄검은 들어 있다.
Taste 테스트 제품 중 가장 달콤했다. 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 향신료 특유의 향이나 자극이 없고 농도가 묽어, 부드러운 토마토케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한살림 토마토케첩
한살림에서 재배하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인증 받은 국산 토마토가 주원료. 퓌레 74%, 설탕을 포함한다. 양파, 계피 등을 갈아서 넣었다. 산탄검 포함. 설탕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올리고당도 넣었다.
Taste 양파, 계피 등 향신 재료의 향이 매우 강하다. 토마토케첩과 다른 재료를 섞은 소스를 먹는 듯한 느낌. 새콤한 맛이 적당했고, 다른 제품에 비해서 달지 않아 아이들에게 먹이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