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 하나 사려고 쇼핑하러 갔다가 저도 모르게 불어난 제 몸에 화들짝 놀랐답니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보내면서 두꺼운 패딩과 야상 점퍼만 입고 다녔던 터라 몸매에 신경 쓰지 않은 결과입니다. 몸무게를 재어보니 몇 개월 만에 5kg이나 늘었더군요. 지난해 입던 옷들을 죄다 꺼내 입어보니 맞는 게 없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이 좋은 날씨에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만나고픈 이도 많은데, 이 몸으로는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작년 가을에 저는 참 당당하게도 다이어트와 절교를 선언했습니다.
어떤 책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맛있는 요리 먹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보다 좋은 다이어트는 없다'는 구절이 가슴에 쏙 와닿아 '결정했어! 다이어트여~ 안녕!'을 외쳤던 거죠. 아~ 이제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는 일. 부랴부랴 인터넷이며 책을 뒤져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효소 다이어트를 추천하더라고요. 효소를 먹으면서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단식을 하면 5kg 정도 빠진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단식을 할 자신이 없었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세 끼를 꼭 챙겨 먹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점심엔 뭐 먹지를 생각하는 제가 단식이라니요. 한 끼만 굶어도 기운이 쫙 빠지면서 몸에서 재깍 반응이 오는데 단식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놈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더니 그 두려운 여름이 코앞까지 찾아왔습니다. 운동으로 살을 빼려니 살을 빼기도 전에 여름이 올 것 같아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효소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효소 전문가를 찾아가 효소 다이어트에 대해 꼼꼼하게 알아보았죠.
효소는 몸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화학 반응에 촉매로 작용해요. 소화 흡수와 노폐물 배출, 세포 형성, 항산화 작용 등에 관여하지요. 이런 효소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만 그 양이 정해져 있고, 나이가 들면 생성량도 줄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효소를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고 해요. 특히 단식을 하면서 효소를 섭취하면 소화에 사용되는 효소까지 독소와 노폐물을 분해하는 데 사용되므로 디톡스 효과까지 볼 수 있죠. 전문가에 따르면 매년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효소를 섭취하면서 단식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요. 즉 효소 다이어트는 살을 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단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니 생으로 굶고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이 싹~ 없어졌어요. 살뿐 아니라 몸속 독소까지 말끔히 없어지길 바라면서 단식기와 보식기, 절식기를 일주일씩 하는 3주 효소 단식을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한 기자의 효소 단식 다이어리
효소는 곡류나 채소, 과일 등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과일과 당을 1:1 비율로 발효시킨 발효액은 당의 농도가 너무 높을 것 같아 저는 당을 적게 넣고 발효시키는 곡류 효소를 선택했어요. 휴대하기 편리한 분말형 효소도 병행하기로 했고요.
단식기 일주일 동안은 아침에는 분말 식이섬유를 찬물에 타서 마신 뒤 사과 ½개와 효소액 40ml를 물 한 잔에 타서 마셨어요. 점심은 사과 1개와 물 한 잔에 탄 효소액 40ml, 효소분말 2개를 먹고요. 저녁은 효소액과 분말 2개를 점심과 같은 방법으로 먹었어요. 물론 사과도 먹지 않으면 더욱 효과적이지만 일을 해야 하니 사과로 입맛을 달래기로 했답니다. 단식 첫날 사과를 준비하지 못해 효소와 식이섬유로 하루를 버텼어요. 이틀째는 사과를 준비해 프로그램대로 먹었고요. 아~ 그런데 이틀이나 굶었는데도 허기지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단식기 중 가장 힘들다는 3,4일째도 무리 없이 통과!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답니다.
그 결과 체중은 4kg이 빠졌고, 무엇보다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일주일 동안 사과 이외에는 효소만 먹었는데, 생활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몸이 가뿐해진 게 신기했어요.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면 10분은 뒤척여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는데, 몸 상태가 좋아져서 그런지 눈이 딱 떠지더라고요.
보식기에는 단식기와 같은 방법으로 효소를 먹고 점심 식사를 했어요. 가능하면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을 먹으려 노력했더니, 오히려 몸무게가 1kg이 더 빠졌어요. 절식기에는 아침에만 효소를 먹고 점심과 저녁은 식사를 했어요. 절식기 동안 저녁 약속과 맛집 취재 등이 잡혀 있어 균형 있는 식사를 하지 못해 몸무게가 1.5kg 정도 불었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끝낸 뒤 폭풍처럼 폭식하는 요요 현상은 거의 없었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효소 단식을 시작했어요. 오늘로 3일째인데 벌써 1.5kg이 빠졌답니다. 보식과 절식 기간을 잘 보내고 나면 올여름에는 자신 있게 비키니를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소 다이어트는 지금까지 수많은 다이어트에 도전해본 제가 감히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에요. 군살은 물론 몸 구석구석의 독소까지 싹 빠지거든요. 우리 모두 효소 단식으로 여름을 좀 더 건강하고 날씬하게 즐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