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갯벌이 가지고 있는 유기물과 미네랄, 미량원소의 함량은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대단하다. 그런데도 수입산 소금에 밀려 지금까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말리는 과정에서 잘못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사용돼온 전통 방식에 따르면, 갯벌 아래에 기다란 항아리를 묻어두었다가 염도 높은 소금이 가라앉으면 그 농도 짙은 바닷물을 건져 넓은 가마솥에 넣고 불을 때서 말리는 것이었다. 햇볕이 아니라 소나무 장작을 땐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바닷물을 말리면 자색으로 변한 소금이 만들어지는데, 그래서 이를 자염이라 한다. 염전은 일제시대에 생긴 것으로, 장판염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염 대신 좀 더 빨리 소금을 만들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다. 근래까지도 이런 화학 장판 위에서 소금을 말리는 곳이 많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일을 구워 장판 대신 깐다든지 황토로 구운 바닥에 소금을 말리는 토판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토판염은 장판염에 비해 말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4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우리나라 소금이 각광 받는 이유
지난해 한동안 유명한 수입산 소금은 앞에 명품이라는 이름이 붙은 채 백화점 유기농 매장의 한자리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천일염의 위상이 높아져, 오히려 비싼 수입산 소금들을 제치고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추세. 우리나라 천일염은 세계에서 가장 좋다고 꼽히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과 유기물의 함량이 2.5배가량 높게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금의 짠맛은 모든 맛의 기본이 되는 것이어서 좋은 소금을 써야 음식이 맛있고,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미량 원소까지 섭취할 수 있다.
소금이 달다고요?
요리 연구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좋은 소금은 짜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천일염은 혀끝에 단맛이 돈다고. 좋은 천일염을 고르는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소금을 고르는 중요 포인트, 간수 이야기
흔히 소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간수를 빼놓을 수 없다. 시판 제품들의 이름을 보면 ‘3년 묵은 천일염’, ‘5년 숙성 소금’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소금에서 미네랄이라고 표현하는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의 양이온은 염소이온이나 황산이온과 같은 음이온뿐 아니라 6~7개의 물 분자를 갖고 있기를 원한다. 이런 성질을 조해성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게 되면 무거워져서 물처럼 흐르게 되고 이 흐르는 물을 간수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수는 그냥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쓴맛이 나서 보통은 소금 농사를 지은 후 1년 정도 이 간수를 뺀 다음 상품으로 판매하게 된다. 간수는 빼는 곳의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의 영향을 예민하게 받기 때문에, 간수를 잘 빼야 맛이 부드럽고 소금 본연의 단맛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년 정도 간수를 빼면 ‘좋은 소금’의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되고, 5년 이상 숙성시킨 소금은 요리를 찍어 먹는 용도로 쓰는 명품 소금이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소금 관리법, 천일염 씻기
소금도 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소금은 나트륨 덩어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녹지 않는다. 천일염도 운반 과정에서 표면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김장 때나 공구를 통해 가마니째 소금을 산 사람들은 천일염을 물에 헹군 후 사용한다. 소금은 물에 닿는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스르르 녹아버린다거나, 물을 쭉쭉 빨아들이지 않는다. 요리 연구가 김영빈 선생의 조언에 따르면 소금 가마니를 높은 곳에 괴어놓은 후 흐르는 물에 2~3차례 헹구고 물기를 말끔히 제거하면 불순물이 닦여나간 보송보송한 소금이 된다고 한다.
숙성 기간별 천일염 사용법
보통 3년 정도 간수를 뺀 천일염은 김치나 일반 요리를 할 때 사용하기에 무난하고, 5~7년 정도 숙성시킨 소금은 삼계탕, 스테이크 등 소금을 직접 뿌리거나 찍어 먹는 요리, 그리고 물김치처럼 직접 소금이 맛을 내는 음식에 활용하면 좋다.
활용법 음식 간을 해도 좋고, 닭고기를 찍어 먹는 소금으로 써도 좋다. 3년 숙성 소금은 입자가 거친 편이므로 곱게 갈아서 쓰되 이때 후춧가루와 통깨를 함께 갈아 닭고기의 누린내를 상쇄시킨다.
유명 염전의 브랜드 소금
천일염은 바닷물을 가두어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때문에 생산지의 환경에 의해 영양 성분이나 맛의 차이가 크다. 그리고 한때 천일염의 위생 논란이 있었던 만큼 유통시키는 과정에서의 보관이나 관리가 중요하다. 천일염을 만드는 방식만큼이나 생산된 소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왕이면 어디에서 만든 소금인지, 몇 년 동안 숙성시켰는지, 간수를 어떻게 뺐는지 등을 따져보는 게 좋다. 이에 따라 소금의 단맛, 쓴맛, 신맛 등의 오미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천일염 선택 포인트
1 손으로 쥐었을 때 묻어나지 않는 것. 좋은 천일염은 간수가 완전히 빠져 보송보송하고 눈으로 보는 것보다 무게가 가볍다. 반대로 나쁜 소금에서는 무겁고 축축한 느낌이 난다.
2 소금도 금(金)이다. 결정에서 윤기가 나고 보석같이 반짝일수록 좋은 소금이니 반짝반짝한 빛깔을 살핀다.
3 결정을 씹었을 때 별사탕을 먹는 것처럼 ‘와삭’ 소리가 나면서 부서지는 것이 좋은 소금. 첫맛은 짭조름하지만 뒷맛은 단맛이 나는 게 좋은 소금이다.
유명 염전의 브랜드 천일염
1 신안메이드 우리나라에서 나는 천일염 중 70%는 전라남도에서 생산되는데, 전라남도 중에서도 65%는 신안 일대에서 만들어진다. 신안메이드는 신안군에서 만든 소금 브랜드. 문의 www.sinanmade.com
2 함초자염 청정 해역 순천만 갯벌에 바닷물을 뿌려 5회 이상 쟁기질을 반복해 바람과 햇볕에 말린 함초 추출물과 혼합해 전통 방식대로 가마솥에 끓여 만든 정통 알칼리 소금이다. 함초 특유의 맛과 향 때문에 깊은 맛을 낼 수 있어, 김치나 된장을 담글 때 쓰면 안성맞춤. 문의 061·744-6484
3 청수식품 키파워 솔트 전남 신안에 있는 섬에서 만든 기능성 소금으로, 해수를 염전으로 끌어들여 태양열에 의해 염분 농도를 높인 함수 속에서 결정화한 소금만 추출하는 한국 전통 제염법으로 채취해 굽는다. 문의 061·452-8001
4 뻘 솔트 토판 천일염 전라남도 천일염 공동 브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브랜드. 갯벌을 다져 만든 토판에서 생산하는 갯벌 천일염으로 쓴맛이 없고 부드러우며 소금의 입자 크기별로 굵은소금, 가는소금, 중간 소금으로 분류해놓았다. 김장이나 젓갈, 장류를 담글 때 사용하면 아삭한 재료의 신선함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주고, 된장국이나 칼국수 등 국물 요리에 사용하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다. 문의 www.ppearlsalt.com
5 섬들채 섬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우리나라 서해안의 태평염전에서 만든 브랜드. 국내 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에서 재배한 소금으로 제품을 만든다. 태평염전의 함수와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는 함초로 만든 맛있는 천일염은 김치의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고기 먹을 때 곁들이면 감칠맛을 내준다. 고기나 절임, 나물무침 등에 쓰기 좋다. 문의 http://fanta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