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은 동의한다. 음식 맛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제철 재료라고. 신선함을 담아 택배로 배달되는 제철 맛 여행을 시작한다. 겨울 별미로 손꼽히는 대게가 동해안에서 한창이다.
포항 구룡포는 7번 국도의 종착역이다. 강원도에서 시작된 7번 국도는 속초·양양·삼척을 지나 경상도 울진·영덕을 거쳐 경주 앞바다에 닿기 전 포항에서 크게 방향을 튼다. 사실상 7번 국도의 낭만은 여기서 끝이 난다. 겨울 별미, 대게의 남방 한계선이기도 하다. 구룡포는 한반도 형상을 한 백호의 꼬리가 꽈리를 튼 장기반도 동쪽에 있다. 반도 동쪽에 있어 겨울 한기도 오래 머무르지 않는 곳이다. 영일만을 건너온 거친 북서풍은 반도의 고원, 응암산을 지나오면서 다소 순해진다. 찬 기운뿐만 아니라 습한 기운까지 빠져 고슬고슬한 바람이 된다.
구룡포 과메기가 꼬들꼬들 고소한 맛을 내는 이유다. 꽁치의 배를 가르고 뼈를 발라낸 후 건조한 과메기는 '전국구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비린내 나는 청어 대신 꽁치로 선수를 교체하고, 꽁치 또한 서울 사람들 입맛에 맞게 비린내를 쏙 잡아 뺐다. 그래서 요즘 과메기는 참기름을 발라놓은 듯 단맛이 난다. 예전 청어 과메기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꽁치 과메기의 고소한 풍미는 과메기에게 전국구 배지를 안긴 일등 공신이다. 이제는 전라도 홍어와 대적하는 경상도의 대표 특산물이 됐다.
과메기를 잇는 구룡포의 겨울 특산물은 대게다. 대게는 경북 울진군과 영덕군이 원조 논쟁을 벌일 만큼 구룡포 북쪽 지역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어획량 면에서 구룡포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지난달 구룡포 수협에서 위판된 대게는 약 55톤에 달한다. 한 마리 무게가 보통 300g 남짓이니 16여만 마리가 구룡포항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대게의 소비지 영덕·울진으로 팔려나간다. 그래서 구룡포 사람들은 '영덕과 울진이 서로 자기네가 원조라고 싸우지만, 실제로 대게를 가장 많은 잡는 곳은 구룡포'라고 주장한다. 단지 홍보가 덜 돼 구룡포 대게가 밀려난 것이라는 볼멘소리다.
구룡포에는 40톤 이상 되는 근해자망어선이 20여 척 가까이 있다. 그래서 잡아 올리는 대게가 많은 것이다. 큰 배들은 한 번 조업을 나가면 1만 마리까지 잡는다. 근해는 울릉도·독도 동쪽 EEZ 지역, 서일본해까지 포함한다. 수심 200~400m의 먼바다에서 잡힌 대게는 살이 꽉 차고 단단하다. 흔히 말하는 '박달대게'다. 구룡포 사람들은 동해안 식당에서 거래되는 국내산 박달대게는 대부분이 구룡포산이라고 말한다. 다른 지역은 큰 배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구룡포 대게를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
택배로 주문하기
구룡포수협 위판 경매는 오전 9~10시에 열린다. 수산물 위판은 동이 트기 전 이른 오전에 열리지만, 이곳은 외지에서 들어오는 경매인들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늦은 시간에 열린다. 올해는 대게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어획고가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현지 대게 가격도 덩달아 올라,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0%가량 올랐다.
구룡포항 주변에는 근해자망어선에서 대규모로 직거래하는 유통 회사들이 여러 군데 있다. 이곳에 연락하면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보통 대게잡이 어선과 미리 계약해 위판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거래된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음식점에서 2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몸무게 중급 대게(350~400g)를 마리당 1만2000원 선에서 공급한다.
상품의 대게는 몸통이 큰 것이 아니라 살이 얼마나 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상인들은 이를 수율이라고 한다. 산호수산 안구진 대표는 "몸통에 살이 찬 비중이 85% 이상 되면 상품, 95% 이상 찬 놈은 박달대게로 친다"고 했다. 1월 현재, 박달대게로 치는 대게는 위판장 낙찰가로 1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게(상품 기준) 택배 가격은 5마리·10마리 단위로 각각 5만·10만원 선이다.
문의 산호수산(054-244-3507), 푸른바다수산(054-285-5369)
맛집_재성대게회센터 구룡포수협 위판장 바로 옆에 있다. 대게찜과 복국을 내놓는다. 특히 복국은 조미료를 쓰지 않고 복 살코기만으로 국물을 낸다. 살점을 큼지막하게 손질해 먹음직스럽다. 부드러운 식감 또한 일품이다. 술을 먹고 난 이튿날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구룡포에서 나는 꽁치 젓갈, 과메기 등 밑반찬도 성찬이다. 이른 아침에도 문을 여는 곳으로 구룡포수협 위판장이 문을 열기 전에도 영업을 한다.
문의 054-276-2252
집에서 쪄 먹으려면
살아 있는 대게를 박스 포장하면 이틀 정도 후 숨을 거둔다. 때문에 택배를 받자마자 곧바로 삶아 먹는 게 좋다. 찌기 전에 일단 미지근한 물에 담가 숨을 죽여야 한다. 안 그러면 삶는 동안 다리가 떨어져나간다. 찜통 안에 청주나 녹차를 살짝 부으면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대게의 내장은 황색부터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내장이 검다고 해서 상한 대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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