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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권 셰프 제안 이탈리안 푸드와 막걸리 환상의 마리아주

글쓴이: 레인  |  날짜: 2012-03-10 조회: 1972
http://cook.startools.co.kr/view.php?category=TUAYJQ%3D%3D&num=EBhLeBA%3D&page=132   복사
국내 이탈리아 요리의 일인자로 손꼽히는 어윤권 셰프가 막걸리와 이탈리안 푸드의 새로운 매칭을 제안한다. 숙성시키지 않아 신선한 맛이 살아 있는 막걸리와 자연의 소박한 풍미를 담은 이탈리아 요리가 이루는 환상의 마리아주.






어윤권 셰프 제안 이탈리안 푸드와 막걸리 환상의 마리아주

 

어윤권 셰프's TALK

막걸리의 매력은 산뜻한 여운

"평소 애주가로서 와인, 사케, 전통주 등 다양한 술을 즐기지만 그중에서도 특유의 산뜻한 맛과 은은한 여운, 삶의 애환을 풀어주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지닌 막걸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대개 막걸리는 그 농도로 인해 묵직한 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입 안에서 맴도는 맛과 힘으로 보면 매우 가볍고 산뜻한 술에 속하지요. 발효 후 숙성시키지 않고 바로 마시기 때문에 신선할 뿐 아니라 쌀의 고유한 향이 올라오는 살아 숨 쉬는 술입니다.

 

현대에 오면서 막걸리가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고 기술 개량으로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전통의 맛을 잃어버린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막걸리 열풍이 일면서 잃어버린 전통의 맛을 찾는 이가 늘어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많아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던한 막걸리보다는 감미료 등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소박한 맛의 막걸리를 좋아합니다. 시골 식당들을 돌다가 그 집에서 직접 만든 밀주를 맛보게 되면 정말로 살아 있는 술을 만난 것 같아 기쁩니다. 서울의 술집에서 만날 수 있는 막걸리 중에서는 금정산성 막걸리처럼 전통 누룩의 향이 살아 있는 것을 추천합니다."

풍만한 향을 지닌 음식과 조화

"막걸리는 파전 등 매우 묵직한 안주를 주로 곁들여 마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배불러 몸도 불편할 뿐 아니라 맛도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까요. 막걸리를 마실 때는 너무 무겁지 않은 안주와 함께 즐기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막걸리처럼 숙성된 깊은 맛은 부족하지만 산뜻함이 강점인 술에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숙성되어 특유의 풍미를 지닌 재료가 막걸리의 향과 바디감을 보완해주며 맛을 북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안초비나 프로슈토, 치즈 등 부피가 가벼우며 숙성된 향이 살아 있는 식재료를 즐겨 사용하는 이탈리안 요리와 막걸리가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 식재료 중에서는 죽방멸치 말린 것을 막걸리와 즐겨 먹습니다. 우리나라의 마른 멸치는 바다 냄새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매우 훌륭한 식재료입니다. 햇살이 비치는 늦은 오후에 홀로 막걸리 한 잔에 마른 죽방멸치와 묵은 조선간장을 곁들여 먹으면 느긋하면서도 청명한 행복감이 온몸을 휘감지요."






어윤권 셰프 제안 이탈리안 푸드와 막걸리 환상의 마리아주

 

프로슈토와 파르메산치즈

"이탈리아 햄 프로슈토는 주로 청정지역에서만 만들어집니다. 소금에 절여 말리고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주변 공기의 향까지 흡수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된 프로슈토는 고유의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이탈리아 식재료로 막걸리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와인 안주로도 즐겨 먹는 파르메산치즈는 들큼한 향을 지닌 막걸리에 리치한 풍미와 짭조름한 맛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마른안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단백질도 보충해줘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합니다. 이 밖에도 살라미와 숙성시키지 않은 생햄 살스치아 등과의 조화도 훌륭하지요. 등푸른생선 특유의 비릿한 짭조름함과 막걸리의 담백함도 기막힌 조화를 이룹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막걸리에 고등어구이를 판매하는 집이 많았지요. 이탈리아의 생멸치를 절인 안초비는 생선구이와 비슷한 매칭 효과를 내 막걸리에 곁들이는 간단한 핑거 푸드로 손색없습니다."

이탈리아식 수육 볼리토와 오븐에 구은 죽방멸치

막걸리와의 새로운 조화를 위해 준비한 요리는 이탈리아식 수육인 볼리토와 남해의 죽방멸치를 이용한 오븐요리입니다. 세계적으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일수록 고기요리는 찌거나 삶는 조리법을 즐겨 쓰지요. 고기를 직화로 구우면 특유의 '불 맛'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향이 다소 강해 막걸리 본연의 프레시한 맛을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막걸리 안주로 수육을 즐겨 먹는 것이겠지요. 볼리토와 우리나라 수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육은 김치를 곁들여 먹고 볼리토는 과일절임과 곁들여 먹는다는 것입니다. 수육과 김치의 조화는 매우 뛰어나지만 막걸리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고 싶다면 김치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기와 과일절임이 어울릴까 싶겠지만 한 번 먹어보면 의외로 훌륭한 조화에 놀라게 됩니다. 또한 막걸리처럼 숙성시키지 않은 술에는 생과일보다는 익히거나 졸인 과일이 더 어울리기도 하구요. 멸치는 바다 냄새가 가득 담긴 생선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어느 시장이나 마트에 가도 항상 싱싱한 생멸치를 판매할 정도로 모두가 즐겨 먹습니다. 바다냄새를 더욱 향긋하게 해줄 허브와 올리브유를 뿌려 채소와 함께 오븐에 구워내 막걸리와 곁들이면 재미있는 맛의 조화를 이룹니다.

그냥 마시기보다 '맛'을 즐겨라

"막걸리 하면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해 안타깝습니다. 와이너리마다 고유의 와인 맛이 있는 것처럼 막걸리도 양조장마다 각기 다른 맛과 매력이 있지요. 옛날에는 서양에서도 와인을 사발에 따라 벌컥벌컥 들이켜곤 했지만 지금은 상당한 고급문화로 발전했지요. 정겹게 마시는 막걸리의 전통적인 문화를 대신해 상업화, 고급화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 각 지역에 퍼져 있는 고유한 막걸리 맛을 보존하는 한편,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만든 막걸리를 제값을 내고 구매한다면 양에만 중점을 두고 마시는 일도 줄어들겠지요.

막걸리 세계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음식은 문화이기 때문이지요. 한국인만이 이해하는 고유한 정서가 있어 막걸리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인데, 이런 것을 배제하고 '막걸리'라는 상품 자체만 외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세계화를 공략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막걸리를 세계에 내다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국내에서 전통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뀐 것 같습니다. 본래 막걸리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맛과 따뜻한 정서는 지키되 조금 더 세련된 음주문화가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걸리와 매칭하는 안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과 고민이 필요하겠지요. 이탈리아 식재료나 음식뿐 아니라 어떤 음식이든 고정관념을 탈피해 서로 맛을 북돋아줄 재료를 찾아본다면 좀 더 풍성하게 막걸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어윤권 셰프 제안 이탈리안 푸드와 막걸리 환상의 마리아주

 

피에몬테식 쇠고기 수육과 폴렌타, 과일절임
Bollito di manzo con polenta e mostarda


조리시간: 1hr 이상 | 재료분량: 4인분 | 난이도: 중

재료: 수육 한우 양지 300g, 양파 80g, 당근·셀러리 60g씩, 검은통후추 13알, 월계수잎 1장, 굵은소금 1큰술, 로즈메리·타임 약간씩, 물(생수) 3ℓ

폴렌타: 폴렌타가루 7스푼, 올리브유 2큰술, 소금·후춧가루 적당량씩, 물 500㎖

※ 옥수수가루로 걸쭉하게 끓인 일종의 옥수수죽인 폴렌타를 만드는 폴렌타 가루는 인터넷 식자재 쇼핑몰이나 수입식자재 전문점, 대형마트 수입식품 코너 등에서 구할 수 있다.

과일절임: 배 100g, 사과 80g, 레몬 ½쪽, 겨자씨 10알, 설탕 4큰술, 물 4컵

장식용: 허브 약간

1 양지는 생수로 씻고 양파와 당근, 셀러리는 엄지손가락 크기로 자른다

2 양지와 자른 채소, 나머지 수육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중약불에서 3시간가량 뭉근히 끓인다

3 배와 사과, 레몬은 껍질과 씨를 제거해 설탕과 겨자씨, 물과 함께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서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졸인 후 한 김 식혀 칼로 다진다

4 폴렌타 재료 분량의 물에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약한 불에 올린 후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폴렌타가루를 넣고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농도가 걸쭉해질때까지 10분가량 끓인다. 걸쭉해지면 올리브유를 넣고 한 번 뒤섞은 후 불에서 내린다

tip 폴렌타는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맛있고 시간이 지나면 굳기 때문에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기 바로 전에 조리한다

5 접시에 폴렌타와 과일절임, 수육을 담고 허브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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