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란은 중식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식당이다. 오너 셰프인 이연복 씨도 중식 요리사 중에서는 드물게 각종 매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스타 셰프'로 인정받고 있다. 필자와 이연복 셰프의 인연은 기자 출신의 스타 셰프 박찬일 씨에서 시작된다.
필자가 지금은 폐간한 레저 주간지 < 프라이데이 > 의 병아리 기자였던 시절, < 맛집스파이 > 라는 기사를 박찬일 셰프와 함께 연재했다. 매주 하나의 음식 품목을 정하고 장안에서 가장 손맛이 좋다고 소문난 식당 다섯 군데를 선별해 직접 암행(섭외 없이 비밀스럽게)으로 찾아가 취재해, 별점을 주는 형태의 기사였다.
대부분의 음식 기사들이 '섭외' 후 소개하는 식의 방식이었을 시절, 같은 품목의 식당을 정해 몰래 방문한 후 '칼날 같은 평점'을 날렸으니 그 당시 < 맛집스파이 > 는 꽤나 이슈가 되었다. 일류 호텔들도 < 맛집스파이 > 의 출현에 긴장하곤 했으니 말이다. 당시 박찬일 셰프와 콤비가 되어 장안의 내로라하는 음식점을 무대로 종횡무진 누비던 추억은 지금도 내 생애 최고의 경험 중 하나다. 하루는 '짬뽕'이 주제였다. 박찬일 셰프와 나는 장안에서 짬뽕 잘한다고 소문난 '전설의 짬뽕' 맛집 다섯 곳을 방문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식당 네 군데를 방문한 후, 마지막으로 방문한 식당이 '목란'이었다. (당시의 목란은 압구정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박찬일 셰프는 '짬뽕에서 가장 중요한 테크닉'을 필자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일부러 목란을 마지막 집으로 정했던 같다. 목란의 짬뽕을 먹으면서 필자와 박찬일 셰프는 최고의 별점을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짬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방에서 "어이~ 찬일이 왔어?"라는 인사가 들려왔다.
박찬일 셰프는 필자의 등을 떠밀어 주방으로 밀어 넣었고, 그것이 바로 이연복 셰프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연복 셰프의 요리 실력에 대해서는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짬뽕, 만두, 탕수육은 화교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장안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이 세 가지 요리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최고의 중화요리 요리사'라는 말도 된다. 이유는 이렇다. 이 세 가지 요리는 저렴하고 서민적이지만 중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과 기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짬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재료와 웍의 사용법이다. 이연복 셰프는 여전히 옛날 방식의 식재료 다듬기를 선호한다. 편의를 위해 대부분 다듬어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지만, 이연복 셰프는 고집스럽게 식재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듬는다. 덕분에 이연복 셰프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예비 요리사들 중 '열에 아홉'은 이 과정이 싫다며 뛰쳐나간다. 그럴 때마다 이연복 셰프는 "재료도 못 다듬는 것들이 무슨 요리를 하겠다고"라며 혀를 차곤 한다.
짬뽕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웍의 사용법이다. 알맞은 온도의 웍에 기본 해산물과 채소를 올바른 타이밍에 넣고, 골고루 코팅해 가며 볶아야 한다. 중식은 '웍에서 시작해 웍으로 끝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실력 있는 중식 요리사들도 웍 사용법을 익히는 데 십 년은 족히 걸린다.
만두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상징한다. 이연복 셰프는 매일 아침, 하루에 판매할 만두를 직접 손으로 빚는다. 이 과정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매일 아침 만두를 싸는 형님의 모습이 속상했던지 박찬일 셰프는 종종 '궁상맞게 만두 좀 빚지 말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연복 셰프는 매일 아침 만두를 빚는다. 손으로 만두를 직접 빚는 중식당은 근래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직접 만두를 빚는 오너 셰프는 내가 아는 한 이연복 셰프가 유일하다.
탕수육은 중식 조리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튀김'의 기본이다. 이연복 셰프의 탕수육은 자타가 비교를 거부하는 최강의 식감을 자랑한다. 이름 난 화교 요리사들도 '이연복의 탕수육' 앞에선 두말없이 한 수 접어준다. 이연복 셰프의 탕수육 비법은 튀김반죽과 궁극의 타이밍에 있다. 이연복 셰프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재료를 건져내는 타이밍을 가진 요리사는 국내에도 수 명이 있지만, 이연복 셰프의 튀김 반죽 비법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중식 마니아들은 이연복 셰프의 탕수육을 일컬어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식감을 읽지 않는 신비의 탕수육'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연복 셰프의 튀김반죽에는 비법이 있지만, 지면이 부족한 관계로 생략한다.
어쨌든 목란에 가면 이 세 가지 요리는 꼭 먹어봐야 한다. '기본 요리가 맛있어 봤자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기본이 가장 중요한 거다. 필자에게 있어 '미각'의 깨달음은 바로 이연복 셰프의 짬뽕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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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삼선짜장 6천원, 삼선짬뽕 7천원, 탕수육 2만원, 유린기 3만원, 중새우칠리ㆍ팔보채 각 4만원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40분~오후 3시 저녁 오후 5시~오후 9시 30분(라스트 오더 8시 40분)
주소
서울 종로구 평동 26-10번지 1층(일요일 휴무)
문의
02-73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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