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출간된 『미슐랭 가이드 그린』 한국판에 등장한 맛집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허름한 종로의 닭한마리 칼국수 골목이었다. 그러고 보니 늘 외국인이 관심 있어 하는 곳은 우리도 잘 알지 못하는 골목 구석구석이다. 으리으리한 미식 공간을 제치고 선택된 시장통의 뒷골목 맛집엔 과연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공덕시장 전 골목, 청학동 부침개
1 밤이 와도 시끌벅적한 공덕시장의 전 골목.
2 튀김과 전을 잔뜩 먹고 난 후 느끼한 속은 뜨끈한 어묵 국물로 달랜다.
3 먹고 싶은 전을 양껏 바구니에 담은 후 계산한다. 한 바구니를 가득 채우면 7천~8천원 정도가 나온다.
4 머리째 통으로 튀긴 대하튀김부터 빨간 등딱지가 보이는 게튀김까지 이곳에는 튀김이라면 없는 게 없다.
부추전, 해물전은 물론 머리까지 통째 튀긴 대하튀김과 게튀김 그리고 핫도그, 돈가스까지, 이곳에는 그야말로 튀겨 만드는 모든 간식거리가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덕시장의 전 골목은 시장 내에 위치한 여러 먹자골목 중 한 곳이다. 20여 년 전, 근처에 대형 빌딩이 들어서면서 급격히 늘어난 사람들의 식사 해결을 위해 하나둘 생겨난 음식점들은 골뱅이, 족발, 빈대떡 등 비슷한 종류끼리 모여 먹자골목을 형성했다. 전 골목 역시 그렇게 시작된 곳으로 원조 집인 '원조마포할머니 전집'과 새롭게 떠오르는 '청학동 부침개'가 양대 산맥을 이룬다.
원조마포할머니 집이 워낙 싸고 맛있어 가게가 유명해지면서 전 골목이라는 이름도 붙여지기 시작했지만 요즘 대세는 청학동 부침개. 문 연 지 10년이 조금 안 된 이곳은 최근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더 유명해져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들 전집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즉석에서 지져낸 지짐이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은 무게로, 튀김은 개수로 가격을 매기는데 한 바구니 가득 담아봤자 7천~8천원.
바구니에 먹고 싶은 전과 튀김을 담으면 즉석에서 뜨끈하게 튀겨준다. 느끼한 입맛을 개운하게 정리하는 양파간장소스도 별미 중의 별미. 2층에는 전과 함께 술을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저녁이면 일을 마치고 나온 인근 회사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공덕시장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데다 근처에 족발 골목, 골뱅이 골목이 모여 있으니 긴긴 겨울밤 배고플 땐 어느 때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달려와 야식 쇼핑을 하면 좋겠다. 명절을 대비해 전과 지짐이는 주문도 받는다니, 전 부치기 귀찮은 주부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찾아가는 길 공덕역 5번 출구에서 200~300m 직진, 공덕시장 내
영업 시간
24시간
가격 튀김류 5백~1천원대, 모둠전 소 7천원, 대 1만4천원
문의 02·706-0603
남대문 칼국수 골목, 남해식당
1, 3 남대문 시장에는 칼국수 외에도 떡볶이, 닭꼬치 포장마차 등 다른 야식거리들이 많다.
2 손가락만 한 굵기에 쫀득한 면발을 자랑하는 남대문 시장의 칼국수.
한국전쟁 이후 가난한 상인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는 남대문시장의 칼국수 골목. 지금도 허름하지만 옛날엔 차양막조차 없어 비라도 오는 날엔 우산을 받치고 칼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고작 7~8개의 작은 칼국숫집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어느 집 하나 유명하지 않은 곳이 없는 유명 골목. 30여m 남짓한 길에 비슷비슷한 품새의 칼국숫집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는데 호객 행위에 가장 적극적인 아주머니의 팔에 이끌려 자리에 앉으면, 그야말로 의자에 엉덩이가 닿기 무섭게 음식이 나온다.
주문과 동시에 칼국수가 코앞에 완성되어 온달까. 굵게 뽑은 면발에 김가루와 김치, 고명 몇 가지를 얹고 육수를 부으면 한 그릇이 완성되는데 이렇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굵은 면발 덕인지 칼국수 한 그릇이 무척이나 푸짐하게 보인다. 심지어 여기에 꼬마냉면을 덤으로 주니 혼자서 갔다간 2인분은 족히 되는 1인분을 먹고 나와야 한다. 그러니 이곳을 방문한다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야 할 듯. 남대문을 구경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