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한 병이 탄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3년이다. 30년 동안 오직 양조 분야에서 일하며 장인의 길을 걸어온 와인 마스터 이종기씨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그에게 노력과 열정의 산물인 오미자 와인의 탄생 비화와 맛있게 와인을 음미하는 법을 들어봤다.
주류 회사에 10년째 다니던 이종기씨는 1990년 영국 에딘버러의 헤리옷 와트 대학원에서 양조학을 공부하면서 '세계의 모든 애주가가 감탄할 만한 명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곧바로 고향 집에 개인 연구소를 만들어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료를 활용해 양조 실험을 시작했다.
오미자 와인 가도의 꿈
그중에서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오미자. 술은 사람들에게 관능적인 매력을 풍겨야 하는데, 원료의 색과 향기, 맛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발효와 숙성은 기술자에게 맡기고, 원료 처리와 효모, 젖산균 등의 미생물 연구는 그가 담당할 몫이었다. 한국이 원산지인 오미자는 매력적인 색조와 상큼한 신맛, 은근한 단맛, 쓴맛과 매운맛의 허브 향, 그리고 간간한 짠맛 등을 지닌 과일로 그는 오미자야말로 천혜의 양조 원료라고 생각한 것. 하지만 오미자는 신맛이 강하고 쓴맛과 매운맛 등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발효가 쉽지 않았다. 또 발효 중 매력적인 붉은색이 퇴색하는 것도 난제였다.
그러던 중, 2006년 말 문경 산골에 있는 오미자 농장을 방문한 뒤 마음을 다잡았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그랑퀴르 와인 가도, 이탈리아 피에몽테의 끝없는 구릉과 계곡의 와인 가도를 능가하는 오미자 와인 가도를 기필코 만들겠다는 희망이 다시 한 번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길로 2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영남대학교에서 오미자 와인 연구에 전념했다.
프랑스의 콧대 높은 샴페인 메이커들과 벌인 즐거운 퍼즐 게임
결국 그는 오미자 와인 발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난관이 남아 있었다. 그는 3백여 년 전 프랑스 샹파뉴의 에페르네 근교 오빌레 수도원에서 실명을 감수하면서 샴페인을 만든 동 페리뇽 수사를 마음속 스승으로 삼고, 그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며 샴페인 메이커들의 기술을 배우고자 노력했다. 지난해 오미자 와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고, 올해 드디어 3년 숙성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완성한 것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오래전 꿈꾼, 로제 샴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와인인 'OmyRose'는 이렇게 탄생했다.
OmyRose의 탄생 과정
산간 고랭지인 경북 문경은, 배수가 잘 되는 계곡의 산간 밭에서 자라는 오미자를 재배하기에 탁월한 지형적 조건을 갖췄다. 특히 OmyRose 의 원료는 제이엘 크라프트 와이너리의 자매 농장인 청화원과 같은 해발 4백m 이상의 산간 분지에서 재배된 친환경, 유기농 오미자다. 양조용으로는 완숙한 오미자만 선별 수확하는데, 천연의 선홍색을 띠고 과일 향과 은은한 스파이시 향을 머금은 산도 높은 오미자가 최상품이다. 이를 수확해 12개월 이상 발효해 병에 담고 다시 12개월 동안 2차 발효를 완료한 후 Ridding & Disgorging(병을 거꾸로 세워 침전물을 제거하는 것) 과정을 거치면 스파클링 와인 OmyRose가 완성된다. 1차 발효 후 오크통에서 6~18개월 정도 숙성하면 달콤한 하우스 와인이 만들어진다. 오미자는 천연 방부성 때문에 발효가 쉽지 않은데, 이종기씨는 3년의 실험 끝에 오미자를 위한 특별한 효모를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품문의: 와인타임(02-548-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