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난히 빵 굽는 냄새에 약해 베이커리 앞을 지날 때면 의지와 상관없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소하고 달달한 유혹, 빵 굽는 냄새는 어찌나 잘 맡는지 멀리서 나는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밥 배''빵 배'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애착하는 빵. 빵. 빵! 맛있는 빵집 리스트를 꼽아볼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태원에 소문난 빵집 오월의 종(02-792-5561)은 담백한 프랑스 빵은 물론 이탈리아 전통 빵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주인이자 파티셰의 항상 여유 있게 웃고 있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다. 직접 키운 천연 발효종(온도와 날씨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써야 만들 수 있다)으로 빵을 만들어 건강한 맛을 내는데, 빵에 따라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리는 것도 있어 노력과 수고가 특별하다. 빵은 매일 오전 11~12시 사이, 하루에 한 번 나온다. 판매할 빵이 없으면 문을 닫는데, 보통 오후 4~5시면 대부분의 빵 바구니가 바닥을 보여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이 많다. 일주일간 발효시킨 효모로 만든 호밀빵과 담백한 포카치아가 인기 메뉴로,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다. 프랑스 빵은 손으로 눌렀을 때 누른 부분이 들어갔다가 본래 모양으로 돌아오면 '잘 구운 빵'이라고 말한다. 이곳 빵들은 어찌나 쫄깃한지 누르면 금세 제자리를 찾는다. 오랫동안 씹기 때문에 고소한 맛을 음미할 수 있으며 돌아서면 바로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맛이다.
청담 1호점을 즐겨 찾다가 가까운 한남동에 생겨 자주 가는 기욤(02-792-6701)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든다. 맷돌로 간 유기농 밀가루를 특별 주문해 만든 빵은 입자가 크고 섬유소가 풍부해 씹는 질감이 남다르다.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발효를 거쳐 화덕에 굽는 것도 이곳의 특징. 전기 오븐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간식인 에클레르와 밀푀유, 향긋한 버터 향기가 매력적인 크루아상이 단연 인기! 프랑스빵 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 한국에 오픈했다는 프랑스인 주인장 기욤의 바람처럼 파리, 마르세유에서나 맛볼 수 있는 맛이 이곳에 있다.
유럽 여행 때 가보고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맛을 내는 곳이 없을까?' 아쉬워했던 베이커리 숍 폴(02-2070-3000)이 여의도에 생겼다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맛을 봤다. 정통 프랑스 컨트리 스타일 빵을 판매하는 이곳은 1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프랑스 전역에 3백60개가 넘는 매장이 있고, 20여 개국에 분점이 있을 정도. 바게트, 크루아상 같은 프랑스 빵은 물론 달달한 타르트, 크레이프 등도 good!
홍대 정문 맞은편 폴앤폴리나(02-333-0185)는 빵 굽는 냄새를 맡고 사람 여럿 유혹하겠구나라고 생각한 곳이다. 매장보다 빵을 만드는 공간이 넓고, 손님보다 빵을 만드는 파티셰가 많을 정도로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필요한 만큼만 하루에 빵을 두 번 굽고, 12시에 오픈해 오후 7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빵 마니아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프랑스 시골 빵이라 불리는 캄파뉴와 하얗고 보들보들한 치아바타를 강추!
천연 재료로 빵을 만드는 신사동 가로수길 뺑드빱바(02-543-5232), 도쿄제과학교 출신 셰프가 만드는 일본식 유럽 빵을 맛볼 수 있는 논현동 빠비뚜엡(02-515-7340)도 즐겨 찾는 베이커리 숍이다.
촬영차 빵을 폭풍 흡입했더니 밥맛이 달아난다. '쌀이 주식'인 문화 탓에 어머니는 빵으로 끼니를 때우면 안 된다고 만류하지만, 손이 자연스럽게 빵으로 가는 것을 어쩌랴. 빵을 많이 먹어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고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빵집 문을 나선다.
홍석천씨는... 95년 KBS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있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