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들은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몬순의 날씨에도 필드를 꿈꾼다.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화로의 은은한 열기. 그 낭만을 도심에 구현한 카페가 등장했다.
1년 365일 도심에서 즐기는 캠핑
"친구 초대로 겨울 캠핑장을 찾았다가 그 매력에 푹 빠졌어요. 캠핑장 부지를 물색하러 7개월 넘게 캠핑을 다니기도 했죠. 그때 생각했어요. 가게를 얻어 캠핑 카페를 꾸며보고 싶다고.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어요."
올여름엔 비가 자주 왔다. 그러나 캠퍼들은 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태풍이 불어오지 않는 한 짐을 바리바리 챙겨 필드로 떠났다. 그리고 밤이 되면 타프가 늘어지지 않도록 로프를 팽팽히 당기고 화로대 주변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술잔을 기울였다. 그 낭만을 도심에서 누릴 순 없을까? 이진모 사장은 이 단순한 소망을 행동에 옮겼다. '북극곰'이란 닉네임답게 뜻한 바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는 서울 홍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수역 근처에 '아임 캠퍼'(I'm Camper)란 카페를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텐트와 테이블, 릴랙스 체어에 호기심이 동한 사람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콜맨이나 코베아 매장으로 오해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북극곰은 가게 앞에서 고기를 구우며 연기를 폴폴 피웠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별' 볼 일 없는 줄 알면서도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캠핑 장비로 꾸민 필드의 현장감
천장에는 타프가 쳐져 있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대신 흥겨운 가요가 귀를 울린다. 인테리어는 캠핑장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보면 된다. 곳곳에 놓인 텐트가 눈에 띈다. 입구 쪽에 콜맨에서 나온 터널 커넥터가 서 있고, 가게 안쪽에는 캠프타운 돔 텐트가 띄엄띄엄 놓여 있다. 터널 커넥터는 단체 손님용이다. 커피 동호회 손님들이 초저녁부터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술잔을 돌리느라 바쁘다. 돔 텐트는 연인들이 들어앉아 노닥거리기에 좋다. 시선을 따로 둘 곳도 없어 이야기의 집중도가 높고 천장이 낮아 분위기도 아늑하다.
기본 안주를 담아내는 식기도 스테인리스 재질이다. 조명은 가스 랜턴 대신 콘센트에 꽂아 쓰는 작업등으로 해결했다. 야전 침대와 침낭, 식기 건조망, 아이스박스, 폴딩 체어…. 여기에 콜맨에서 나온 LED 랜턴까지. 한겨울에는 파세코 석유난로를 들여놓고 난방을 해결할 것 같다. "카페를 찾은 분들이 캠핑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접했으면 해요. 입문자나 캠핑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상담도 해드리고 있죠. 비싼 장비는 추천하지 않아요. 가족 구성원과 쓰임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좋은 장비들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바비큐 그릴에 익힌 돼지 목살이 화룡점정으로 사각 접시에 오른다.
hot menu 캠핑 음식의 꽃은 역시 바비큐다. 바비큐 세트(小 3만5000원)는 넙데데한 사각 접시에 새우, 소시지, 버섯이 푸짐하게 올라 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바비큐 그릴에서 익힌 돼지 목살을 올린다. "뚜껑을 닫아서 참나무 숯의 연기를 쐬면 기름이 쫙 빠지면서 맛이 담백해지죠." 이진모 사장은 가게 밖에서 고기를 굽느라 바빴다. 냉장고에서 딱 일주일을 숙성시킨 돼지 목살에 시즈닝 솔트를 솔솔 뿌려 육중한 바비큐 그릴에 올린다. 바싹 익은 목살을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아낸다. 입안에 감도는 참숯 향이 고소함을 더한다. 감자와 돼지고기, 갖은 채소를 넣고 고추장으로 간을 한 고추장 섞어찌개(1만5000원)만 있으면 캠핑 온 기분이 제대로 난다.
이진모 사장은 홍대 근처에서 수영장 카페란 콘셉트로 '360알파'를 운영한 적이 있다. 주택을 빌려 정원에 수영장을 만든 이색 카페였다. 그런 경험이 다양한 메뉴에 녹아 있었다. 베이컨 새우말이, 훈제 삼겹살, 닭가슴살 샐러드를 담아낸 캠퍼 스페셜(3만원), 점심 메뉴로 나오는 웰빙 비빔밥(6000원)도 인기가 좋았다. 이진모 사장은 작년 6월 경기도 연천에 '내산 그린필드' 캠핑장을 열기도 했다. 이래저래 캠핑에 뼈를 묻은 사람이 운영하는 도심의 이색 카페다.
위치 서울 마포구 상수동 329-7(상수역 3번 출구 근처)
영업시간 낮 12시~다음 날 새벽 2시
문의
02-334-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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