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사골곰탕 포토푀…고전문학 등장했던 전통요리지만 요즘은 귀해
우리 동네 가로수는 은행나무다. 지난 주말 날이 궂더니 잎이며 열매가 무수히 떨어져 천지가 노랗다. 어르신 몇 분이 버려질 열매가 아까워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나도 주워 볼까 하는 생각을 삼백번쯤 했지만 닭똥 냄새 나는 은행의 갈무리가 자신 없어 포기하기를 오백번쯤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먹을 수 있는 것이 버려지는 걸 참 많이 아까워한다.
프랑스 정육점에는 소뼈가 없다. 소 한 마리 잡으면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야무지게 먹는 우리와는 다르다. 뼈나 내장은 거의 버려지고, 귀한 꼬리는 살도 얼마 없는 부위가 뼈까지 있어 먹기 힘들다고 푸대접받는다. 그러기에 동네 정육점에서 고기 몇 근을 살 때 말만 잘하면 뼈다귀 한 자루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사골 고는 재미도 느끼고 싼 가격에 꼬리며 도가니며 사흘이 멀다고 몸보신을 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음식이 귀하던 시절 고기와 뼈를 고아 먹는 ‘포토푀’(pot-au-feu)라는 요리가 있었다. ‘불 위의 솥’이란 뜻의 이 음식은 벽난로에 냄비를 걸어 놓고 고기와 뼈, 채소를 서너 시간 푹 우려 국물과 함께 먹는 요리인데 밭일과 추위에 지친 농부들의 훌륭한 보양식이 되곤 했다. 모파상이나 발자크의 소설에도 등장할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했던 전통요리인데 요즘은 파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프랑스인들은 우리나라 주부들과는 달리 부엌일에 서너 시간씩 매달리려 하지 않아 일 년에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든 음식이 돼버렸다. 그 덕에 한국에서 설렁탕을 대접하면 포토푀와 비슷하다며 반색을 하고 맛있게 먹는 프랑스 친구들이 제법 된다.
요새 프랑스 숲을 걸으면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가 지천이다. 그러나 ‘도토리묵’도 ‘도토리전’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다람쥐의 겨울 양식이겠거니 할 뿐. 5월이면 숲 속에 고사리와 취나물이 밭을 이룰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지만 그게 먹을 수 있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나 혼자 ‘그 맛있는 것들을 모르다니…’ 하며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른다.
포토푀는 전형적인 레시피가 없이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데 뼈와 고기를 함께 넣기도 하고 고기만 넣기도, 혹은 골이 들어 있는 뼈를 넣기도 한다.
포토푀(6인분)
◎ 재료 | 물 6리터, 소고기 사태살 2kg, 사골이나 잡뼈 2kg, 당근·대파·감자 각 3개, 배추·무 각 1/2개, 양파 1개, 마늘·정향 각 4알, 셀러리·파슬리 각 1줄기, 부케 가르니(허브 묶음), 통후추 10알, 소금 약간
◎ 만드는 법 | 1. 껍질 벗긴 양파에 정향을 박는다. 2. 부케 가르니와 셀러리·파슬리는 헝겊에 싸거나 실로 묶는다. 3. 냄비에 찬물 5리터를 넣고 고기, 뼈, 정향 박은 양파를 넣는다. 4. 끓으면 후추, 소금 넣고 불 줄여 끓인다. 5. 당근, 대파, 배추, 무는 썰어 준비한다. 6. 2시간 뒤 채소를 넣고 끓인다. 감자는 따로 삶는다. 7. 부케 가르니와 셀러리·파슬리 묶음은 빼고 소금 간한다. 8. 고기와 채소, 감자를 담고 국물을 얹어 낸다.
그림 김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