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유래한 수험생 합격 기원 음식
[동아일보]
수험생들이 합격을 기원하며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 엿과 찹쌀떡이다. 끈끈한 엿처럼 찰떡도 멥쌀로 만든 떡보다 차지기 때문에 쉽게 시험에 붙으라고 먹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과 다르다. 단지 물리적 특징 때문에 합격기원 음식이 된 것이 아니고 또 다른 뜻이 숨어 있다.
찹쌀로 만든 떡에 단팥을 소로 넣은 찹쌀떡은 우리 고유의 음식이 아닌 일본 식품이다. 우리는 보통 일본말로 ‘모찌’라고 부르지만 모찌는 그냥 떡이라는 뜻이며 시험 합격을 기원하면서 먹는 찹쌀떡은 그중에서도 다이후쿠 모찌라고 한다. 한자로는 대복병(大福餠)이라고 쓴다. 큰 복을 받는 떡이라는 뜻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합격을 기원하며 찹쌀떡을 선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하는데 일본의 이런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합격기원 음식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 찹쌀떡이 큰 복을 받는 떡이 된 것에는 말장난 같은 이유가 있다. 찹쌀떡은 처음에 둥글고 살찐 메추라기의 배를 닮았다고 해서 복태병(腹太餠)이라고 불렀다. 배불뚝이 떡이라는 뜻이다. 이후 글자의 앞뒤가 바뀌어 대복(大腹), 즉 ‘다이후쿠’라고 부르다가 발음은 같지만 의미는 큰 복을 받는다는 뜻인 대복(大福)이라는 글자를 쓰게 됐다고 일본 어원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초등학교 운동회 때 입으로 찹쌀떡을 먹는 게임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게임을 하며 큰 복을 먹으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예전 결혼식장에서 찹쌀떡을 나누어 준 것 역시 복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수험생들이 엿과 찹쌀떡을 먹지만 중국 수험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장원떡(壯元餠)을 먹는다. 전통적인 장원떡은 월병처럼 생겼는데 송나라 이후부터 과거시험을 치르는 유생들이 장원떡을 사먹으며 합격을 빌었다고 한다.
송나라에서는 과거시험이 자주 있었다. 이 때문에 수도인 카이펑(開封)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서생(書生)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상인들이 먹으면 시험에 합격한다는 장원떡을 만들어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를 살았던 17세기의 인물인 이어(李漁)의 ‘합금회문전(合錦回文傳)’이라는 소설책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는 과거가 자주 열려 과거시험 때문에 돈을 버는 장사꾼이 많았는데 어떤 물건이든지 장원(壯元)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팔았다고 한다.
종이도 장원 종이, 붓도 장원 붓, 심지어 말이나 낙타에도 장원 말, 장원 낙타라는 이름을 지었고 먹는 떡이나 빵에도 장원떡, 장원빵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다고 하니 중국의 합격 음식에는 낭만이 없다. 오히려 현대에 팔리는 중국의 합격음식이 더 그럴 듯하다.
‘가오카오(高考)’라고 하는 중국의 대학입학시험은 6월에 시행된다. 우리의 대학입학시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데 중국 수험생들은 이때 주로 쭝쯔(종子)라는 나뭇잎에 싼 찹쌀떡을 먹으며 합격을 빈다. 중국어에서 합격하다는 뜻의 동사가 중(中)으로 쭝(종)과 발음이 비슷하다. 특히 이 떡에는 우리의 ‘합격떡’처럼 ‘좡위안쭝(壯元종)’이라는 이름이 붙여 팔린다. 그러니까 쭝쯔라는 나뭇잎 찹쌀떡을 먹으며 장원급제,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대학에 합격하기를 꿈꾸는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