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굴의 계절입니다. 우윳빛의 탱탱한 몸통을 입안에 넣으면 바다 향기가 나는 굴은 겨울이 제철입니다. 우리나라는 굴의 천국으로 품질도 좋지만 값도 아주 싼 편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굴 값이 서너 배가 기본입니다. 굴은 사철 딸 수 있지만, 유통과정에 상하기 쉬운 더운 계절보다는 1,2월이 가장 좋습니다. 영양도 최고에 이르며, 유통량도 많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굴을 먹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회, 구이, 국, 찜, 튀김 등 대부분의 요리법이 동원됩니다. 어떤 방법이든 굴을 제대로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소스도 다양한데, 초고추장부터 일본식의 간장소스, 올리브오일소스, 레몬 소스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됩니다. 굴은 탄력이 살아 있고, 검정색 날개 부분이 선명한 것이 싱싱한 것이고, 우윳빛 회색을 띠고 있어야 하며, 너무 흰색은 상태가 안 좋은 확률이 높습니다. 양식산과 자연산의 색깔과 크기가 다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카사노바는 굴을 좋아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고향인 베네치아의 굴을 최고로 쳤는데, 앉은 자리에서 수십 개의 굴을 꿀꺽 먹어 치웠다고 합니다. 굴을 사랑했던 유명 인사는 많은데 철의 재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는 175개의 굴을 한자리에서 먹었다고 하며, 대 문호 발자크는1444개의 굴을 역시 한꺼번에 먹었다는 믿기지 않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런 전설적인 굴 ‘신화’에는 고대인들도 빠지지 않는데 줄리어스 시저가 영국 원정을 시도한 것은 템즈강 하구의 굴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굴 맛이 지금 최고로 올라왔습니다. 요리사들은 굴을 요리해서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는데 굴은 동서양 모두 귀한 요리 재료로 칩니다. 한국은 오히려 굴이 흔해서 대접이 소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유럽은 굴이 바다의 귀족 대우를 받습니다. 스코틀랜드 산 굴은 전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에 팔려가는데, 단 3개짜리 전채 요리가 10유로를 넘습니다. 석화 한 접시에 1만원 내외인 한국 기준으로는 굴이 정말 비싼 편입니다. 시장 통에서 깐 굴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헐값에 팔린다고 하면, 서양 요리사들은 믿지 않습니다. 그 귀한 굴이 홍합보다 비싸지 않다는 게 이해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굴이 인기 많습니다. 굴로 유명한 미야기현의 마츠시마(松島)에서 필자는 굴 요리를 시식해봤는데, 한국 남해의 통영 굴과 비슷한 맛이었습니다. 가격은 우리보다 훨씬 비싼 편이고 튀김, 훈제, 냄비요리로 팔립니다. 특히 한국은 잘 시도하지 않는 훈제요리는 일본이 아주 잘 만드는데 굴을 훈제하면 맛도 좋아지고, 보존성도 높아집니다. 또한 일본은 굴을 튀기는 경우가 많은데, 달걀과 빵가루를 묻혀 튀기면 바삭하고 촉촉한 감칠맛이 폭발할 것 같은 기막힌 요리가 탄생합니다. 마요네즈를 주원료로 한 드레싱을 찍어 먹고 이자카야 같은 선술집에서는 겨울 특선 안주로 많이 내놓습니다. 한국에서도 명동 등지에 일본식 선술집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굴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려면 날로 먹는 게 최고입니다. 비릿하고 고소한 향이 진하게 입안에 퍼지고 굴의 부위별 맛도 다르게 음미할 수 있습니다. 관자 부분은 탱탱하게 씹히고, 검정색의 날개 부분은 야들야들한 맛이 일품입니다. 몸통은 고소하고 내장이 있어서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초고추장과 생마늘, 청양고추를 올려 먹는 방법이 많이 일반화됐지만, 필자는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식초를 친 간장에 찍어 먹으면 굴 본연의 맛이 더 살아납니다.
서양에서도 굴 회를 최상급의 요리로 치는데 싱싱하지 않으면 제공할 수 없으므로, 그만큼 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은 깐 굴이 유통되지 않으며, 대부분 양쪽 껍질이 다 붙은 채로 시장에 나옵니다. 굴 칼을 써서 껍질을 까고 조심스럽게 살을 발라내며 워낙 귀한 재료라 주방의 높은 직급의 요리사가 다루는 게 일반적입니다. 진득하고 투명한 굴 고유의 액체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손님 상에 올리는 게 포인트. 갓 짜낸 올리브오일이나 레몬즙을 뿌려냅니다. 화이트와인이나 샴페인을 곁들여 먹는데, 호사가들은 한 병에 수십 만원 하는 그랑크뤼 샴페인을 따기도 합니다. 화이트와인의 경우, 선사시대에 바다였던 지역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블리(Chablis) 와인을 곁들이는 걸 최상의 조합으로 여기는데 샤르도네 품종의 이 와인은 아주 드라이하고 산도가 높아서 굴 맛을 잘 살려줍니다. 굴은 구워 먹는 것도 동서양에서 모두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천수만에 가면 세숫대야에 가득 담은 통 굴을 가스불에 구워 먹을 수 있습니다. 서양은 마늘과 빵가루를 뿌려 오븐에 굽는데 레몬즙을 쳐서 먹으면 잊혀진 원시의 바다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굴은 양식산과 자연산이 있지만, 자연산은 사실 시중에 매우 드물고 자연산으로 팔리는 것의 대다수는 서해안산으로 알이 잘고 색이 진해서 그렇게 불릴 뿐입니다. 알이 굵고 색이 밝은 것은 주로 경남과 전남 지역 산인데, 수하식이라고 하여 줄에 굴의 씨앗인 종패를 붙여서 물속에서 양식합니다. 하루 종일 물속에 있으므로 먹이 활동이 활발해져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크기가 큰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서해안은 갯벌의 바위에 종패를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서 굴이 햇빛에 오래 노출됩니다. 먹이 활동을 못하므로 굴이 잘고 더 어두운 색을 띄며 맛이 더 진한 편입니다. 하지만 어떤 식이든 굴의 영양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굴은 구입하여 바로 먹는 게 좋으며, 남았다면 삶거나 쪄서 냉동, 냉장해서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좋습니다. 올해 물이 따뜻해서 굴 값이 좀 오른 편이지만, 양식 지역이 과거보다 넓어져서 물량은 넉넉합니다. 깐 굴이라면 혹시 붙어 있을지 모르는 껍질을 잘 골라낸 후 바닷물보다 조금 연한 소금물에 잠깐만 담가 씻습니다. 흐르는 물에 씻으면 감칠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종이타월이나 깨끗한 행주에 싸서 냉장 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