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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만큼 맛있다 |
글쓴이: 청개구리 | 날짜: 2012-11-01 |
조회: 2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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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매거진 esc] 요리
음식전문가 4인이 추천하는 이 가을 읽을만한 요리책
울긋불긋 단풍 든 산자락만큼이나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가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나'를 찾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여행뿐이겠는가! 두툼한 책 속에서도 '나'를 발견한다. 이 가을 책 속에 푹 빠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요리사와 음식칼럼니스트들이 나섰다. 이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고소한 향이 가득하다. 알고 먹으면 맛은 더 아름다운 법이다.
요리사 박찬일 추천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꼼꼼하고 정확한 취재 돋보여
요리사 겸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씨는 파스타를 휘리릭 삶아내는 황홀한 솜씨만큼 글재주도 특출하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 펴낸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글쟁이 요리사가 추천한 책은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이다.
"국내 최강, 한국 요리의 재료학을 담았으며 꼼꼼하고 정확한 취재력이 독보적입니다." 박씨의 말대로 저자가 사계절 방방곡곡을 취재한 내용이 촘촘하다. 봄에는 진주의 딸기밭, 여름에는 줄줄 즙이 흐르는 김천의 자두와 장호원의 복숭아, 가을에는 구수한 보성 전어, 겨울 칼바람에도 속초의 양미리, 춘천 빙어, 울진 대게를 찾아다녔다.
향토음식이 한없이 정겹다면 화려하고 복잡한 미식의 세계는 황홀하다.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요리사 박씨가 <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사진·쓰지 요시키 지음)를 추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셸 브라스, 알랭 뒤카스, 와쿠다 데쓰야, 산티 산타마리아, 데이비드 불레이 등은 주방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는 심장을 두들기는 망치다.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들이다. 이들의 레스토랑 성공기를 담았다. "현장을 제일 정확하게 보고 깊은 이해를 담은 책이자 미식의 공력이 드러나고 미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도 보여주는 책입니다." 박씨는 <목로주점>(에밀 졸라 지음)도 추천한다. 음식 전문 서적이 아니다. 에밀 졸라(1840~1902)가 프랑스 노동자 가정의 비극을 참혹하게 그린 소설이다. 박씨는 문단마다 녹아 있는 프랑스 음식에 주목한다. "민중사에서 근대 프랑스 요리와 그것을 즐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치밀하고 생생한 언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행작가 겸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
씨는 호기심이 많은 이다. <사케 입문>, <500엔으로 즐기는 맛있는 도쿄> 등 그가 펴낸 10여권에는 혀의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집요함이 보인다. '달걀은 왜 익히면 단단해지지?' '왜 과일은 잘라 두면 갈색으로 변할까?' 이런 호기심은 그가 추천한 <음식과 요리>(사진·해럴드 맥기 지음)가 단박에 해결한다. 박정배씨는 "저자는 '음식은 상이한 물질의 화학적 혼합물이다. 맛, 향, 질감, 색깔은 모두 그 화학적 성질의 표출이다'라는 명제 하에 '주방의 과학과 상식'을 방대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풀어헤쳤다"며 "음식을 먹는 일은 쉽지만 음식을 만드는 일은 까다롭고 음식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고 말한다. 음식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책"이다.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조선시대 음식문화>(김상보 지음)는 그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박정배씨는 "조선시대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는 현재 대한민국의 음식문화 이해의 출발점입니다. 조선 음식 연구에 관한 최고의 이론가로 꼽히는 저자의 책은 담담하지만 조선 음식의 큰 뼈대를 파악하는 데 적절하다"고 추천 이유를 밝힌다. 계급에 따라 다른 밥상, 궁중음식 변천사, 하루 7번이나 밥을 먹은 양반들의 이야기, 구한말의 술집문화 등이 술술 읽힌다. 승기아탕, 열구자탕 등 생소한 이름의 음식도 흥미를 끈다.
중식 마니아 만화가 조경규 추천 <스시 수첩> 사진만 봐도 흐뭇해지네
중식 애호가라면만화가 조경규씨를 모르는 이는 없다. 베이징까지 날아가 중식을 탐험한 그는 <차이니즈 봉봉클럽>, <오무라이스 잼잼> 등을 펴냈다. "'그림의 떡'이란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봐요." 조씨는 <스시 수첩>(사카모토 가즈오 지음)의 사진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단다. "(생선의) 제철이나 일본어 명칭에 대한 정보가 유용합니다." 일본요리 하면 스시다. 수산학 박사인 저자 사카모토 가즈오가 정리한 쉽고 간략한 스시사전이다. 감수를 맡은 '한국의 초밥왕' 안효주 선생의 팁과 '스시집 매너', 도표로 정리된 제철생선달력 등도 좋은 정보가 된다.
조씨는 <돈가스의 탄생>(사진·오카다 데쓰 지음)도 추천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아요. 담담하면서 술술 읽히는 문장이 재미있어요. 이미 한번 읽었지만 자주 꺼내 보는 책입니다." 근대 일본 역사 속에서 탄생한 돈가스 이야기다.
"오래전 출간된 책이라 지금은 품절이네요." 조씨가 안타까워하는 책은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고광석 지음)이다. 2002년에 출간했다. 광저우, 쓰촨,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4대 요리부터 고양이탕, 원숭이골 요리까지, 중국음식을 혀로 탐험한 여행기다. 저자 고광석씨는 한국무역협회 직원으로 홍콩, 중국 등에서 일했다. 조씨는 "풍성한 정보는 기본이고 책에 드러나는 저자의 낙천적 면과 호방한 문체가 읽는 재미를 준다"고 말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
빼빼로나 초코파이를 엄마가 만들어 준다면? 조씨가 추천한 <엄마표 시판과자 만들기>(안성미 지음)에는 시판과자를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가득하다. 네이버 인기 블로그 '내복곰의 스위트홈' 운영자 안성미씨가 저자다. "건강버전으로 변형된 과자들은 보기만 해도 좋아요." 두 아이의 아빠인 조씨의 자녀 사랑이 엿보인다.
최근 <1 DISH 저칼로리 식사법>을 펴낸식품영양학자 겸 경민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장소영씨는 건강 먹을거리를 고민한다. 그가 추천하는 책은 <참 좋은 채식밥상>(사진·김현경 지음)이다. "채식이란 맛이 없거나 특별한 것 같다는 편견을 없애준 책입니다." 채식요리의 기초부터 기본양념, 제철채소달력까지 구성이 꼼꼼하다. 일상적인 재료로 만든 풍성한 채식밥상이다. 미역오코노미야키, 콩단호박아이스크림 등 신기한 메뉴가 눈에 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 중에 떡이 있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막상 만들 생각을 하면 번거롭고 부담이 크다. 장씨는 <누가 만들어도 맛있고 폼나는 후다닥 떡 만들기>(박영미 지음)도 추천한다. "만들기 쉬운 떡 조리법이 가득해요. 인절미나 절편 같은 친숙한 떡과 석탄병과 대추약편처럼 손님 대접하기 좋은 귀한 떡 요리법이 있어요." 장씨는 떡에 들어간 지방은 버터나 마가린처럼 혈관질환을 일으키기 쉬운 포화지방산이 아니라 불포화지방산이라 아이들 간식으로도 훌륭하다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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